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의 불법도박과 마사지 업소 방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1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위원회 출범식 후 아들의 도박의혹과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
<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윤석열, '장문현답' 현장에서 "장애우들" 발언 논란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번 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졌고, 이 후보는 장남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장남 문제가 거론된 16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즉각적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윤 후보는 김 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사과에 공식 사과가 있고 아닌 게 있는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을 두고도 정치권의 입장이 갈렸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당이 대통령을 비난의 소재로 삼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기고싶다' 아들 논란에 바짝 엎드린 이재명
-이 후보가 장남의 불법 도박 논란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어. 장남이 최근까지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지?
-장남 이동호 씨 불법 도박 의혹은 지난 16일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 제기됐어. 이 씨가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이기고싶다'는 아이디로 2019년부터 불법 도박 경험 글들을 올렸다는 거야. 이 후보의 대응은 예상보다 빨랐어. 관련 보도 직후 4시간도 되지 않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 입장문을 낸 거야.
-이 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 선거대책위 행사에 참석해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뒤이어 열린 인터넷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도 "(불법 도박이)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고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거듭 사과했어. 약 2시간 만에 세 번 사과한 거야. 게다가 선대위 측도 나서서 취재진에게 '팩트체크' 형식으로 설명해줬어. 이 후보가 합동 인터뷰에서는 '아들의 도박 시점이 지난해 7월까지인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오후에 별도의 브리핑을 통해 "포커를 한 시점은 최근까지"라고 정정한 거야.
-최근이면 언제까지인 거야?
-안 그래도 취재진이 물어봤는데 선대위 관계자는 "작년이면 '최근'이라고 하겠느냐"라고만 했어. 또 몇 개의 도박 사이트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어. 질문이 쏟아지자 선대위 측도 난감한 모습이었어. 장남 이 씨의 거취에 대해 묻자 "집에 있겠죠? 손들고 있겠죠"라고 답한 거야.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짜증스러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느껴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불법 도박 건 말고도 장남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사지 업소'를 다녀왔다는 취지로 후기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어. 직접 봤는데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어. 모르는 용어도 많았어. 이를 두고 취재진 사이에선 "재명학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반응도 있었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주축으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원외 인사인 이 후보를 제대로 알자면서 '재명학 공부'가 열풍인데, 이제 '마사지 업소 용어'까지 알아야 한다는 쓴소리가 담긴 거야. 하지만 이 후보와 선대위는 장남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성매매한 적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어.
-사실 이 후보나 장남의 해명을 보면 선뜻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는 반응이 많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어떤 연예인의 해명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야.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믿어야겠지만, 온라인 등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야.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선 '이재명=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까지 나왔어.
-그런데 장남 이 씨가 마사지업소 방문 시기도 논란이지?
-맞아. 해당 글을 올린 시점을 보니 이 후보의 모친, 즉 친할머니 발인 다음 날이라는 점이 드러났어. '성매매' 진위를 떠나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후보의 '아들 리스크'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 학력·경력 의혹에 대해 융단폭격하고, 반영이 됐는지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를 역전하는 추세였어. 민주당 선대위는 이번 논란이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야. 그동안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음주운전' '조카 살인 변호' 등 사생활에 대해 눈물로 호소해왔는데 이번 일로 '가족 리스크' 불씨가 다시 붙은 거지. 또 윤 후보 부인인 김 씨 논란을 비판하면 야권이 '내로남불'이라고 방어하면서 역공할 수도 있어.
-16일 아들 도박 의혹이 보도된 후, 곧바로 민주당 출입 인터넷언론사 합동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이 후보는 어때 보였어?
-매사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날 만큼은 힘이 쭉 빠진 모습이었어. 인터뷰 장소에 들어오면서 "요새는 신체접촉이 금지라 악수는 생략하겠다"라고 첫마디를 한 뒤, 취재진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분위기가 쎄~한 것 같네요"라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아들 문제가 터진 터라 취재진도 후보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어. 후보와 참석한 취재진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도 감돌았어. 보수 성향 매체가 후보의 과거 조카 변호를 언급하며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변호할 마음이 있는지"라고 묻자, 후보는 "피해자에 대해 여전히 안타까움과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돌아가면 변호할 건가'라는 거듭된 질문에는 불편한 듯 "(질문)다음 분 하시죠"라고 말을 돌렸어.
이 후보 측은 닷페이스 일정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닷페이스는 "일정을 확정했다"는 입장이다. /닷페이스 SNS 갈무리. |
-이 후보가 빠르고 철저하게 사과하면서 그나마 논란을 더 키우지는 않은 듯해. 다만 정치권에선 '아들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라며 추가 의혹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대선이 석 달도 안 남았는데 유권자야말로 힘이 쫙 빠질 것 같아.
-장남의 '업소 후기'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젠더' 이슈를 건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돼. 대선 후보 아들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긴 쉽지 않을 듯해. 특히 이 후보는 최근 지지율 취약계층인 2030 남성층 구애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주 방문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층으로부터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어.
-그래서 선대위 차원에서도 2030여성층 공략을 위한 일정을 이미 계획해둔 상태였어. 소수 목소리를 전한다는 온라인 미디어 '닷페이스'에 이 후보가 방문해 '댓글 읽기'를 할 예정이었어. 닷페이스도 지난 15일 공식 SNS를 통해 소식을 알렸지. 하지만 정작 이 후보는 같은 날 오후 이 후보 측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 댓글일기 유튜브 생방송에서 '닷페이스에 나가느냐'는 지지자의 글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답했어.
-누가 맞는 걸까. 닷페이스 측에 직접 문의해봤는데 관계자는 "캠프와 일정을 확정한 뒤 SNS에 (공지를) 게시했고,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선대위 측은 여전히 "여타 인터뷰 일정처럼 검토 중인 단계로만 알고 있다"면서 최종 확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야. 2030 남성 여론을 의식해 주춤하는 것 같기도 해. 특히 이번 '아들' 논란으로 닷페이스 방문 일정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또다시 장애우 실언 논란을 빚었다. 윤 후보의 장애인 실언은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3일 윤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장애인본부 전국 릴레이정책투어 출정식에서 시각장애인의 차량 탑승을 돕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또 또 또'…윤석열, '장애우' 실언 논란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또 있었지?
-맞아. 윤 후보의 문제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장애인본부 전국 릴레이정책투어 '장문현답'(장애인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에서 나왔어. 윤 후보는 인사말에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발언이 문제가 됐어.
-윤 후보는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어. "추운 날 장애우들의 전국 각지에 개별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국 정책투어에 나서는 이종성 의원님과, 함께하는 장애우들이 건강 잘 지키면서 한분 한분의 어려운 사정을 잘 귀담아 들어주시고, 그것을 저와 선대위에 꼭 전달해달라"고.
-앞서 윤 후보는 '정상인'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잖아.
-그렇지. 윤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갑작스럽게 장애인 단체와 마주하게 됐는데,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표현했다가 주변에서 지적이 나오자 '비장애인'으로 말을 바꾼 바 있어. 정상의 반대되는 말은 비정상이잖아? 윤 후보의 '정상인' 표현은 장애인이 '비정상'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어.
-정상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지. 그런데 장애우라는 표현이 잘못된 거야?
-과거 보건복지부는 장애우와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일반인과 정상인은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캠페인을 벌였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였지. 장애인도 똑같은 한 시민이자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이지. 이와 별개로 궁금해서 국립국어원에 '장애우' 표현에 대해 문의해봤어. 국립국어원은 "'장애우'는 '장애인'으로 다듬어진 바 있으며, 표준어가 아니다. '장애인'으로 표현하시기 바란다"고 답변했어.
-윤 후보가 연속해서 실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공세를 벌였어. 특히 윤 후보가 '약자와 동행' 행보로 사회 곳곳에 있는 약자를 보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는데, 민주당은 이를 두고 '국민 기만 쇼’로 칭하기도 했어.
-반려견을 키우는 윤 후보는 '장문현답' 현장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 조이를 쓰다듬었는데, 이를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 시각장애인의 눈과 다름없는 맹인안내견에 대해 다른 사람이 접촉하는 행위는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야. 아무래도 윤 후보가 개를 좋아하다 보니, '조이'가 반갑고 친숙함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여. 하지만 일각에선 대선후보로서 언행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와.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잇단 실언 논란으로 어려움에 처했었잖아. 최근에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고 말이야. 앞으로 윤 후보는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김미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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