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 내세운 이재명…기본소득 공약은 어디에?
입력: 2021.12.15 05:00 / 수정: 2021.12.15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표 경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표 경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공론화 통한 '국민 설득' 강조했지만 세부 공약 발표 잠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며 연일 경제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핵심 경제 공약인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이 후보 측은 '농민 기본소득' 등 추가 방안 검토 마무리 단계로, 기본소득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쟁점 사안인 만큼 기본소득의 명확한 기조와 공약 내용을 조속히 밝히고 공론화하는 데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가 최근 입에 자주 올리는 말이 있다. '경제 대통령'이다.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둔 지난달 29일 "지금 이 순간부터 제 목표는 오직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라면서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하며 경제 정책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난 8일에는 대·중소기업 간, 산업 생태계 힘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 경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중소·벤처기업 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우수 참여기업에 대한 규제 특례 등 우대 제도 마련, 하도급 갑질·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와 불법행위 방지 제도 개선 등의 세부 방안이 담겼다.

지난주에도 주말을 포함한 3박 4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방문해 '경제 대통령'을 강조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보수 진영의 전직 대통령들의 경제 성과를 띄우며 자신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정책 면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주가지수(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고, 당 내부에서도 주춤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안을 검토하겠다고 돌발 발언했다.

반면 이 후보는 자신의 대표 경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좀처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임기 내 연(年) 청년 200만 원, 전 국민 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대구 경북 지역을 순회하며 경제 대통령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경북 예천 상설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이 후보는 대구 경북 지역을 순회하며 '경제 대통령'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경북 예천 상설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공약 추진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기본소득을 철회한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본소득의 핵심 재원으로 꼽히는 국토보유세 도입 철회를 시사한 데 이어 국민이 반대할 경우 기본소득 공약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정책의 추진 여부를 국민 동의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적극적으로 기본소득 공론화에 나서야 할 시기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후보 측은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 추진 의지가 확고하며, 세부 사안 구체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후보자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기본소득 전문가'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선 때 (공약) 발표문 내용이 유효하다. 당시에도 공론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고 했다. 경선 당시 입장문에서 이 후보는 "대통령 직속 국가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며, 기본소득을 설계하고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이 후보의 최근 '강행' 입장 선회에 대해선 "기본소득 설계 자체가 대부분 (국민이)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기 때문에 (국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국회에서 정치인들의 합의가 안 되더라도 국민 토론을 거쳐 꼭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향후에는 '농민 기본소득' 방안이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경선 때 공약에서 달라지는 건 없고 추가될 게 있다"며 "농민(기본소득)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한 번 정리를 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공약 준비는 거의 다 돼 있다. 발표에는 아마도 정무적인 판단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 역시 최근 "앞으로 청년이나 농민 계층에 대한 부분 기본소득은 당연히 보편복지 형태로 시행이 돼야 한다"며 청년뿐만 아니라 농민을 대상으로 한 범주형 기본소득 공약 추진을 시사한 바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위해선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 대규모 조세 개혁이 필요하지만, 청년이나 농민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분 기본소득은 기존 예산 편성 내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은 또 기본소득이 이 후보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인 '전환적 공정 성장'과도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입장이다. 전환적 공정 성장은 전환기에 다 같이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통해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 혁신을 통한 성장 시도가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기본소득 공약 세부 방안 논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민주당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왼쪽).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후보 측은 기본소득 공약 세부 방안 논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민주당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왼쪽).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의 '경제 책사'로 통하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기본소득은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실험적인 의미에서 생각해볼 수 있고 또 사회 안전망, 보험 기능 차원에서 생각해볼 측면이 있다. 혁신을 하려면 안전망이 있어야 사람들이 혁신에 더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기본소득이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탄소세를 부과하는 전 세계적 추세에서 국내에서 이를 도입하면 국민 저항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 기본소득의 형태로 세금을 나눠주거나 일부는 전환 비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그래서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는 계속 연구해보고 국민 공론화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기본소득이 국민 삶에 직결되는 쟁점이 큰 사안인 만큼 공론화에 앞서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정책 내용을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기본소득과 현행 복지(시스템을) 병행하겠다는 건지, 현재 복지를 없애고 기본소득만 하겠다는 건지 이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한 다음 공론화를 해야 한다.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의 공약 추진을 위한 공론화 절차 언급에 대해선 "공론화란 (국민) 의견을 들어보고 하고 안 하겠다는 것을 결정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이 후보가 언급한) '설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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