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두환 성과' 발언에 與 엄호…野 "내로남불"
입력: 2021.12.14 05:00 / 수정: 2021.12.14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으로 야권으로부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12일 경북 예천 상설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으로 야권으로부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12일 경북 예천 상설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우클릭' 행보로 중도층 공략…尹과 지지율 격차 좁혀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경제 성과'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 내부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두환 정치 성과' 발언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엄호에 나섰다. 이 후보는 최근 '우클릭' 행보로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지만, 표를 의식한 '말 바꾸기'란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의 발언은 이 후보의 대구경북(TK)지역 순회 일정 중에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즉석연설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했다.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학살에 대해선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과거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12일에도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면서 거듭 '경제 성과를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는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진 발언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호남분들이 많다"고 발언했을 당시, 맹폭한 바 있다. 지난 10월22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윤 후보를 겨냥해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며 전 전 대통령의 공과 자체를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과거부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기에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이 후보는 과거부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기에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고 있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사뭇 달라진 이 후보의 돌발 발언에 당 내부에선 다소 난감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엄호하는 분위기다.

안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역사적 인식의 지역적 차이를 이번 이재명 후보 발언을 계기로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대구, 경북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인 평가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인 이소영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는 전두환 씨가 역사의 죄인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선 여러 차례 강조해왔고, (발언은) 그분의 정치 독재 부분을 정당화한 게 전혀 아니다"며 "3저 호황 시대의 경제 상황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이지, 전 씨의 공을 치켜세운 게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A 호남 의원도 "이 후보의 정체성을 믿는다"며 "발언 전문을 읽어보면 전 씨가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에서 경제를 망하지 않게 한 것은 다행이지만, 국민이 준 총칼로 국민을 학살한 부분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전 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경제 호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한 것일 뿐, 전 씨의 과오를 부정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 당시 '권한 위임'을 강조했을 뿐 '군사 쿠데타와 5·18 유혈 진압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을 때도 그에게 십자포화를 날린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이번 논란에 대해선 "윤 후보의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며 일축했다.

이 의원은 "윤 후보의 발언은 그 사람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미화한 것"이라며 "이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선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 후보가 1980년대 3저 호황시대의 경제상황을 평가한 것과 (윤 후보가) 80년대 정치 상황을 미화한 것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침소봉대이고 왜곡"이라고 했다.

A 의원도 "(이 후보 발언은) 윤 후보의 발언과는 같은 맥락이 아니다. 윤 후보는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썼다'고 한 것이라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B 호남 의원은 "'역사적 범죄'에 대한 전제를 깔고 이야기했으니 (이해한다). 중도 표를 얻고 싶은 절실함으로 보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은데 더 나아가면 안 된다"며 "일단 전두환 씨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이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야권에선 정치적 신념 없이 표만 갈구하는 전형적인 말 바꾸기라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에 한정해 긍정 평가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당시 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상황을 무시하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가 재평가한 그 사실부터가 틀렸다. 전두환의 경제는 한 마디로 '노동자 고혈 경제'였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왜 일어났겠나. 전두환의 국가전복기 시절에 자행된 극악한 노동탄압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최근의 '우클릭' 행보의 연장선으로 중도·온건보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이 후보는 3박 4일 간의 대구·경북 방문 기간 내내 보수 지지층이 선호하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평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책 면에서도 우측 깜빡이를 켜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주택자가 6개월 안에 처분하면 중과를 완전히 면제해주고, 1년 안에 하면 4분의 1만 면제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이미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바 있다. 이를 이 후보가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러자 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도 이날 당정과 구체적인 협의에 착수하겠다며 소매를 걷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해온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차라리 전두환 말 뒤집기는 개인 인성의 문제지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분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처럼 아무 설명 없이 정책적 입장을 뒤집는 건 더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도 상승에 힘입어 윤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10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에 대해 대선 후보직 사퇴 촉구 기자회견하는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역 의원들. /남윤호 기자
이 후보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도 상승에 힘입어 윤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10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에 대해 대선 후보직 사퇴 촉구 기자회견하는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역 의원들. /남윤호 기자

이런 비판에도 당 안팎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 12월 5~10일 조사 기간, 전국 유권자 304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도 윤 후보 45.2%, 이 후보 39.7%로, 같은 조사기관 여론조사에서 3주 연속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 특히 윤 후보는 지난주 대비 무당층(1.4%포인트), 중도층(1.7%포인트)이 감소한 반면, 이 후보는 무당층(4.1%포인트), 중도층(5.4%포인트)이 다소 상승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지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중도·보수 외연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본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건 기본이다. 그 공식에 따라 이 후보가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기하고 진보만 결집하면 이런 성과는 나올 수 없다. 이 후보 쪽에서는 보수의 허점을 찔러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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