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작심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고3 당원 이정인(18) 군은 <더팩트>와의 9일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
국힘의힘 고3 김민규 연설에 "표절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
[더팩트ㅣ국회=박숙현·송다영 기자] 초등학교 6학년 때 '박근혜 탄핵' 사태가 터지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가 정치에 일찍 발을 들였다. '선거연령 18세 하향' 운동을 하느라 국회 매점에서 눈물 젖은 '보름달빵'을 사먹은 경험은 알리고픈 근거 있는 자랑이다.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작심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고3 당원 이정인(18) 군의 이야기다. 정인 군은 이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생 김민규(18) 군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지지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더는 못 참겠다'며 자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민국의 고3을 '우월감'으로 갈라치기 하는 제1야당의 젊은 당 대표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국민의힘 구태의 냄새가 느껴진다."
정인 군은 기자회견 당시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 당시 강조했던 '공존'의 가치는 잊은 채 갈라치기성 발언으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
회견 다음 날 코로나19로 '가정 학습' 중인 정인 군은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 소통관을 다시 찾았다. 정인 군은 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의 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민주당 청소년 포럼 더불어청소년 위원장(고3)과 시흥청소년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 대선 경선 캠프에서 상근자로 근무하다가 지난달 한 대학의 행정학과 수시 전형에 합격해 '평범한 고3'처럼 친구들과 놀며 지내는 중이라고 했다.
180cm 남짓한 키에 다소 성숙해 보이는 옷차림. "처음엔 고등학생이 아닌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정인 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런 소리를 들어서 익숙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인 군은 혼자서 하는 언론사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내색을 보이면서도 "프로필 사진을 찍고 가는 것 같다"며 다각도의 사진 촬영 포즈 요청에 카메라 렌즈 앞에 서서 학생다운 쾌활함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나 브리핑 후에 '톤다운(신문이나 방송에서 내용의 논조를 약하게 하는 일)'을 요구하는 인터뷰 당사자의 일반적 요청과 달리 "자극적으로 써달라"며 고3의 패기를 보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관련 활동을 시작해 인생의 '3분의 1'을 정치에 '투자'했다는 정인 군은 현안과 관련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고3 당원 이정인 군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앞서 화제가 됐던 김 군의 연설에 관해 정인 군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요구한다는 메시지가 있고 그다음에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포부가 들어가 있어서 내용 자체도 긍정적이었다. 용기와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도 "다만 남의 노래 가사('불협화음')를 그대로 갖다 쓴 것은 명백한 '표절'이다. 본인은 '오마주'라고 하지만 변명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표절이 아닌 본인의 온전한 생각에서 비롯된 연설이었다면 정말 완벽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일명 '우월함' 발언으로 민주당의 비판을 받았던 이 대표를 두고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인 군은 "(이 대표는) 진실한 척하는 거짓말쟁이다. 당대표 출마 때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존의 필요성'을 얘기했던 분이다. 그래놓곤 취임 후엔 '갈라치기 성' 발언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는 거다"라며 "결국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30대 청년에 불과하다. 국민 기대에 손톱만큼도 부합하지 못한 어리석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20·30세대 남성들에게 지지를 받는 이 대표를 향한 주변 반응을 묻자 정인 군은 이 대표에 대한 '이유 없는 신뢰'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대표는 여태 쌓아온 (학벌 포함) 경력을 갖고 있다. 또 20대 여성에 관한 언급도 딱히 잘 안 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20대 남성들이) 대리 위안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믿는데 이준석이 얘기하면 믿는다'고 하는 친구도 있다"며 1020세대에서도 이 대표의 인기를 실감한다고도 했다.
정인 군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인기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5선, 도지사 2번을 했으니 앞으로 더 큰 직책에 미련 없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더 솔직한 발언들을 할 수 있었고, 그게 젊은 세대들에게 먹힌 것"이라며 홍 의원의 청년 소통 플랫폼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을 언급했다.
그는 "저도 재밌게 보고 있다. 누가 홍 의원한테 '의원님 맨날 타고 다니는 까만 카니발 차량 말고 자가용은 뭐냐'고 물으니 '그 카니발이 자가용입니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청문홍답 언제 만들 생각이었냐' 물으니 '(대선 경선)낙선했을 때 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라며 "정치인들은 발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서 면책을 위해서 말끝을 흐리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홍 의원은 그게 없이 이건 이렇다, 저렇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나"고 했다. '아리송함'을 무기로 삼는 기성 정치권의 관행을 홍 의원이 정면 돌파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정인 군은 이 후보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나아가는 추진력과 행정력이 장점이다. 시원한 정치인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해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경기도 양평군에서 불법 시설물을 철거했던 사례를 꼽았다. 한편 그는 이 후보의 단점으로 '청년 세대와의 소통 부족'을 꼽았다. /남윤호 기자 |
이제 투표권이 생긴 고3인 만큼 10대가 바라보는 대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정인 군은 "선거권 연령이 내려가서 확실히 (주변에서도) 정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친구들도 '누구 뽑겠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10대의 경우 '유튜브 쇼츠(60초 내외의 세로 길이 영상)'나 '틱톡' 같은 짤막한 클립 영상을 많이 보는데,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홍 후보가 19대 대선 당시 토론회 영상이 (알고리즘에) 많이 뜨더라. 그런 걸로 정치 영상을 접하는 10대에게는 '1분'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청소년 당원인 정인 군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정인 군은 이 후보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나아가는 추진력과 행정력이 장점이다. 시원한 정치인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해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경기도 양평군에서 불법 시설물을 철거했던 사례를 꼽았다. 한편 그는 이 후보의 단점으로 '청년 세대와의 소통 부족'을 꼽았다. 정인 군은 "(이 후보가)매타버스도 하고, 청년들과 캠핑도 가는 등 본인은 소통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청년 세대에게 와닿는 소구법은 아니다. 매타버스에서 청년 몇 명을 만났다면 그냥 그 몇 명과 소통하는 것뿐이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라면서 대선 후보들이 보여주기식으로 청년과 소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인 군은 '관심 있는 대선 후보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주 4일제'를 내뱉으며 "도장을 어디로 찍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명 깊은 공약이었다"고 농담 섞인 진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후보의 공약 중에는 '기본주택'과 '기본대출'을 '최애(가장 호감이 가는 공약)'로 꼽으며 "청년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야가 홍역을 치렀던 정당의 '외부 인재 영입' 문제와 관련해 정인 군은 "중요한 건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해 '히트'가 된 사례가 하나도 없다. 노재승 전 위원장만 하더라도 과거 발언들이 언론에서 사용하기도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지 않았나. 이 사례만 봐도 인재 영입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 볼 수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 군은 "당에 고학력, 대기업 출신의 누군가를 영입해 당의 주요 직책을 맡긴다고 2030 세대가 느끼는 소외감과 고민거리가 해결될 수 없다.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청년 인재'만 외부에서 영입한다고 당이 잃어버린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할 순 없을 것"이라고 외부 인재 영입의 구태를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
이어 그는 "당에 고학력, 대기업 출신의 누군가를 영입해 당의 주요 직책을 맡긴다고 2030 세대가 느끼는 소외감과 고민거리가 해결될 수 없다.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청년 인재'만 외부에서 영입한다고 당이 잃어버린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할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 군은 당 지도부가 선거철마다 외부 인재 영입에 눈을 돌리는 동안에도 무관심 속에 무럭무럭 자라온 내부 인재다. 그가 바라본 민주당은 어떨까. '청년 당원으로서 민주당에 쓴소리할 것은 없냐'는 질문에 정인 군은 "당내에 대학생 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이 있지만, 조직이 수직적이다 보니 서로 의견전달에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외에도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적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청년과의 소통 창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선대위 발대식에서 고3 당원에게 마이크를 건네줘을 때 내심 부러웠을 터. '만약 본인이 선대위 발대식에서 연설을 했다면 어떤 내용을 말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인 군은 잃어버린 발언 기회를 얻은 것마냥 "'참여'와 공정'을 키워드로 삼았을 것"이라고 들뜬 어투로 답했다. 그는 "청년 세대의 주요 화두가 '공정'이다. 10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20대는 취업을 준비하고 30대는 미래를 걱정해야 할 세대인데 이 모든 과정에서 여태 공정하지 못했던 사례들이 많았다. 공정을 주요시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구성원들을 서로 지켜줄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또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참여'다. 더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보기 때문에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 더 많은 구성원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정치인의 길을 걸을 예정이라고 밝힌 정인 군은 "김민규 군과 '끝장토론'을 해보고 싶다"고 선전포고했다. 그는 '언택트'라도 추진할 수 있으니 건강한 토론을 서로 나눠보고 싶기도 하다. 이 기사를 보고 이 대표가 그 친구에게 '생각 있냐'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이정인 군은 누구? 더불어민주당 청소년 지지포럼 '더불어청소년' 위원장 출신이다. 2016년 학교 내 체벌을 폭로하고 청소년 인권보호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집회에서 발언하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더불어청소년 위원장을 지내며 만18세 청소년 선거권을 위해 활동했고, 이후 민주당에 입당, 청소년 예비당원 입당식을 통해 60여명의 청소년을 민주당 예비당원으로 입당시켰다. 청소년 활동을 지속하던 중 이준석 대표의 '고3 우월' 발언을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