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얼굴마담이냐?"…이준석 '질문 배달원' 된 윤석열
입력: 2021.12.11 00:00 / 수정: 2021.12.11 00: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대표(왼쪽)와 연일 청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랫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 간담회 참석 전 통화하고 있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대표(왼쪽)와 연일 '청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랫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 간담회 참석 전 통화하고 있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나홀로 고군분투' 이재명, 서울대 강연서 '진땀'

[더팩트ㅣ정리=박숙현 기자] -갈등을 거듭하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극적으로 화해한 뒤,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최근 인기 댄스 예능 프로그램을 본따 청년 춤꾼들이 분위기를 띄웠고, 고3 학생에서 마이크를 건네주면서 '청년'들이 돋보였다.

-윤 후보의 '청년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30 지지를 받는 이 대표를 동행하고 '청년의 거리' 대학로를 방문했다. 청년,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질문에는 이 대표의 '마이크 보이'를 자처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나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서울대 강연장에서 학생들의 날카롭고 웃음기 쫙 뺀 질문에 바짝 긴장했다. 연달아 말실수가 나오면서 연출부터 기획, 주연까지 맡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번 주 1일 발생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대로 급증하면서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로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이 폐쇄됐다.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의에 이준석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인사말하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의에 이준석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인사말하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청년 간담회 윤석열, 이준석에게 '마이크 토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청년, 예술인들과 만나며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어. 지지율 취약층으로 분석되는 2030세대를 의식한 전략적 행보라 할 수 있겠지?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지난 8일, 청춘의 거리라 불리는 혜화역 동숭길 플랫폼 74에서 연극인, 개그맨, 작가, 인디밴드와 함께 문화예술인간담회에 참석했어. 이 간담회에선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예술 공연과 부족한 문화 사업 지원비 등 이들의 고충을 듣고 정책적으로 해결해 나갈 방안을 주로 논의했지.

-그런데 이날 윤 후보보다는 이 대표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는 평이 많은데 실제 2030세대들의 반응은 어때?

-예술인들의 대관료, 예술대학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코미디프로그램 부활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놓인 이해 관계자들이 윤 후보에게 어떤 지원과 정책적 방향성에 관해 물었지만, 정작 윤 후보가 주도적으로 간담회를 이끌지 않아 '얼굴마담' 이냐는 지적이 있어.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언론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영됐어. 이들의 질문에 대해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먼저 마이크를 넘긴 뒤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어.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질문은 개그맨이 했는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준석은 바지사장, 윤석열은 얼굴마담이냐", "윤석열 토스 실력을 보면 배구를 했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어.

-보수적 색채가 짙은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도 '너무 충격적인 오늘 자 윤석열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연출한 글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외에도 '디시인사이드갤러리' 등 인터넷상에선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답변을 넘기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다수였어.

-청년층과 소통하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준비가 미흡하다"라는 의견도 있었어. 예술대학 대학생이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이 너무 적다는 것을 거론하며 '현타'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자 이 대표가 설명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

-소외된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직접 찾아 나가기 위한 모습과 모르는 분야에 성실히 답변하려는 태도에 칭찬하는 이들도 있지만, 앞으로 있을 간담회에서는 이 대표에게 의존하기보단 대통령 후보 당사자인 '윤 후보'가 좀 더 주도적으로 간담회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대학로를 찾은 윤 후보의 거리 유세 분위기는 지지자들의 응원과 일반 시민들의 관심으로 후끈후끈했다.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를 마친 뒤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거리인사를 위해 이동하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대학로를 찾은 윤 후보의 거리 유세 분위기는 지지자들의 응원과 일반 시민들의 관심으로 후끈후끈했다.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를 마친 뒤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거리인사를 위해 이동하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간담회를 마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거리유세에도 나섰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청춘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 골목은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거리 유세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후끈'한 분위기였어. 다만, 윤 후보 선대위 측은 청년층을 직접 찾아가는 전략으로 대학로를 장소로 정한 것 같았지만 실제 이날 현장에는 '학과 점퍼'를 입은 대학생들보다는 기존 지지층은 5060 연령대가 다수였어.

-지지자들은 모두 윤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거야?

-세대별로 나뉘었던 것 같아. 5060 등 중장년층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등장하자 "석열이 오빠~~!!" 등 환호를 지르며 반겼지만, 2030 청년층은 대부분 이 대표를 응원하는 분위기였어. 실제로 현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시도한 대학생들은 "윤 후보보단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어.

지난 8일 대학로에서 거리 인사를 하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뽑기를 체험하고 있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8일 대학로에서 거리 인사를 하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뽑기를 체험하고 있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현장 질서가 제대로 정돈되지 않아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던데?

-맞아. 이날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에, 감염자 수 7000명을 돌파하면서 방역 수칙을 잘 지켰어야 했지만 과도한 취재 열기와 지지자들의 몸싸움으로 인해 혼선이 빚어졌어. 또,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계속 돌아다니는 거리 유세를 했기 때문에 약 100여 명의 인파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

-일부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어. 주·정차된 집 앞 차, 상점 물건 등의 파손을 우려하는가 하면, 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길거리에 갇힌 분들도 계셨지. 결국 이날 마지막 행사인 '마로니에 공원 사진찍기'에서는 관계자와 카메라 기자가 '멱살잡이' 하는 사태도 벌어져 아수라장이 됐었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직접 청년·시민들과 만나 사진도 찍고 달고나 하는 모습에 현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지만 "비켜주세요" 등의 고성이 오가는 등 정돈되지 않은 현장 분위기가 조금 아쉬웠어. 앞으로 윤 후보는 선거운동 차 지방 일정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 유세가 있을 텐데 관계자를 비롯한 지지자 모두 질서 유지에 힘써 줬으면 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톱으로 선거 캠페인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기 전 학생들과 인사하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톱'으로 선거 캠페인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기 전 학생들과 인사하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왜 '부먹찍먹' 안 물어보나" 서울대서 진땀 흘린 이재명

-이 후보가 서울대 학생들과 만나 "왜 저한텐 '부먹찍먹(탕수육을 부어 먹거나 찍어 먹는 방식)' 같은 건 안 물어보나"라고 했다고?

-이 후보가 지난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에 초청돼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도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후보의 공약과 정책 비전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야. 지난달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전 지역 청년들과 만났을 때는 '부먹이냐 찍먹이냐', 대학시절, 학점 등 가벼운 질문들이 다수 나왔다는 점을 비교한 것이지.

-이 후보는 강연회 소감에 대해 "마치 대선 토론을 미리 치른 느낌"이었다면서 "바짝 긴장했다"고 털어놓았어.

-어떤 질문들이 있었길래?

-한 학생은 '가상자산은 개인이 시뇨리지(seigniorage)를 획득하는데, 이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냐'고 물었어. 시뇨리지는 화폐의 액면가에서 화폐 제조비용과 유통비용을 뺀 차익을 뜻하는 경제용어야. 이 후보는 곧바로 "공공이 시뇨리지를 모두 확보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어. 취재진 사이에선 이 후보가 생소한 용어와 날카로운 송곳 질문에도 대체로 안정적으로 대답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대 출신 이 후보가 '시뇨리지'라는 용어를 알고 답했다"며 "찍먹·부먹 질문 답변과의 극명한 대비였다"고 추켜세웠어.

서울대 강연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잘 답했다는 평가가 있다. 조 전 장관은 이 후보의 답변에 놀랍다고 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대 강연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잘 답했다는 평가가 있다. 조 전 장관은 이 후보의 답변에 "놀랍다"고 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선 "조국 님으로 갈라치기 하려던 사람들은 시무룩 하겠다"며 환영하는 반응이야. 이 후보는 최근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아. 다만 현재 관련 게시글은 삭제한 상태야.

-그런데 애초에 이번 일정 콘셉트가 '금융경제세미나' 강연이었던 만큼, 윤 후보의 '토크 콘서트' 때처럼 가벼운 질문은 나오기 쉽지 않았을 거야.

-이 후보도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 등 지역 순회 일정에서 청년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이미 가졌어. 지난 3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청년들과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했지.

이 후보의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3일 전북 전주의 슈퍼마켓 형식의 맥주집인 가맥집에서 2030 청년들과 만나 쓴소리 경청 시간을 갖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의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3일 전북 전주의 슈퍼마켓 형식의 맥주집인 가맥집에서 2030 청년들과 만나 '쓴소리 경청' 시간을 갖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그 자리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이 나왔지? 이 후보는 지지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는다면서 "그래서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하시다가 힘들 때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닌가"라고 언급했는데, 정작 나흘 만에 서울대 강연에서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잖아.

-처음 그 표현을 썼을 때는 '존경하는 의원님'처럼 상투적인 수식어구나 했는데 이렇게 조롱하듯 말하니 긁어 부스럼 느낌이야. 온라인에서도 "특검하자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 "조국 사과한다고 했더니 진짜 사과하는 줄 알더라"라는 패러디가 나오고 있어. 선대위 측은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분명한 실언이라고 생각해.

이 후보의 일정이 과중해 그의 솔직 화법과 맞물려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의 일정이 과중해 그의 솔직 화법과 맞물려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강연 내용 중 국토보유세나 기본대출, 의료보험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을 두고도 말이 나왔어. 이미 '국민이 반대하면 강행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학생들의 질문에 "철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어. 또 핵심 공약인 '기본대출'을 설명하면서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하는 등 기존 경제 관념과는 다른 발언들을 쏟아냈어.

-이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선 이 후보가 하루 평균 4~5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 과부화가 온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 실제로 서울대 강연장으로 향하는 이 후보는 너무 피곤해 보였어. 강연 직전 시민단체가 '차벌금지제정법' 처리 촉구를 항의했는데 이 후보는 이들을 쑥 훑어본 후 "다 했죠?"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어. 계속 터져나오는 말실수의 원인으로 후보가 시간적, 심리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서울대 강연 후 다음 일정인 청년 무주택자와의 주택청약 간담회 현장에 갔는데 이 후보는 참석자들의 말을 듣고 수첩에 메모하면서도 종종 2~3초 간 눈 감고 뜨기를 반복하더라고. 굉장히 피곤해 보였어. 간담회가 끝나고 소수의 친여 성향 유튜버 지지자들이 따라붙어서 "어쩜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지?" "후보님 멋져요" 하면서 낯뜨거운 응원을 보내는데도 별다른 반응 없이 차에 탑승하더라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으니 대선 후보들의 체력과 정신 관리도 필요해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김미루 인턴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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