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외조' vs 김건희 '내조', 차기 영부인 대전…소구력 있을까?
입력: 2021.12.10 05:00 / 수정: 2021.12.10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왼쪽)가 먼저 선거운동 링에 오르면서 적극적인 외조에 나섰고,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내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동률·이덕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왼쪽)가 먼저 선거운동 링에 오르면서 적극적인 '외조'에 나섰고,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내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동률·이덕인 기자

지나친 배우자 선거운동, 역효과 불러올 수도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들의 파트너인 '배우자 선거운동'에도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배우자 선거운동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지지율 상승 여부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대선 후보 배우자들은 후보가 직접 챙기지 못한 일들은 보완하거나 여성·약자 등 소외 계층을 껴안을 수 있는 전략 카드로 꼽힌다. 지난 대선 당시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 '호남 특보'로 나서며 지지율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선 주자 배우자 활동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후보와 직접 일정을 소화하며 적극적인 '외조'에 나섰지만, 김건희 씨는 '커튼 내조'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재 김혜경 씨는 선거 유세 현장에 동행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 후보와 충북 전통시장을 방문했고, 11월 23~24일에는 홀로 광주와 전남 여수를 방문해 고(故) 홍정운 군의 49재에 참석하는 등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섰다. 여기에 이 후보가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김혜경)과 살겠다고 생각한다"며 부부애를 과시하자 김건희 씨 등판 시점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김건희 씨의 명확한 등판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권선동 국민의힘 선대위 사무총장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후보의 투표전략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시기에 나타날 것"이라고만 답했다. 현재 김건희 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에 답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6일 부인의 공개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오늘 집에 가서 처에게 한번 물어보겠다"면서 즉답을 피했고, 이튿날인 7일에도 같은 질문에 대해 "(부인 김 씨가) 적절한 시점에 국민들 앞에 나와 활동하지 않겠나"라며 "어제 좀 늦게 들어가 자세히 이야기를 못 나누고 잤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거운동에 배우자 김혜경 씨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선거운동은 지지율 상승과 득표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전하고 있는 이 후보와 김혜경 씨.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 선거운동에 배우자 김혜경 씨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선거운동은 지지율 상승과 득표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전하고 있는 이 후보와 김혜경 씨. /국회사진취재단

배우자 선거운동은 '유권자에게 큰 소구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다수 견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 부인을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며 "후보 부인의 선거운동은 하나의 전략일 뿐 후보의 메시지나 행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배우자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오히려 반(反) 효과를 불러온다고 했다. 이 교수는 "후보 부인의 대외 활동은 시점, 형식, 동선 등 굉장히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라며 "김혜경 씨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이 후보와 보완적인 역할이 아닌 똑같은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 부인은 이후 '영부인' 으로서 권한과 지위를 가지는 만큼 선거 지지율 득실 여부와 별개로 후보와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영부인은 법적으로 지위가 보장된 사람이기 때문에 대통령 못지않게 역할이 크다"고 했다.

다만 김건희 씨가 현재 여러 의혹에 연루된 만큼 윤 후보 선거운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평론가는 "후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자가 해야 하지만 현재 김건희 씨가 등장한다면 오히려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며 "본인이 가진 역량이나 국민 이미지 수준을 고려할 때 김건희 씨의 선거운동은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김건희 씨의 선거운동에 대해 "여러 가지 사법적인 사안으로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어 여느 배우자와는 달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며 "최대한 늦게, 최소한의 노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치권에선 김건희 씨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소 부정적인 것을 고려할 때 유아원 혹은 노인정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면서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김건희 씨가 이미지 메이킹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첫 등장에서 헤어스타일과 말투 옷차림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의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신경전도 보인다. 민주당이 윤 후보와 배우자, 처가에 대한 의혹을 겨냥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혜경 씨의 활동이나 노출이 득표 활동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달 안에 열리는 '국민의힘 배우자 포럼'에 김건희 씨가 참석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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