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종전선언' 성과 속도전…미·중 반응은 '미적지근'
입력: 2021.12.06 05:00 / 수정: 2021.12.06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문 대통령 왼쪽)을 접견한 자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문 대통령 왼쪽)을 접견한 자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중, 文대통령-서훈 실장 '종전선언 지지' 당부에 원론적 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가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 결과물 만들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한 이후 관련한 한미 고위급 협의가 이어졌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 측에선 임기 종료 전 가시적 성과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은 전날(2일) 오후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회 회담 및 만찬 협의를 갖고 △고위급 교류 및 실질 협력 등 한중 양자 관계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또한 양측은 한반도 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한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서 실장은 종전선언을 포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했고, 양 위원은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동 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양 위원은 "중국은 한국 정부의 남북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라며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중국 측도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매체의 보도는 미묘하게 달랐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3일 서 실장과 양 위원의 톈진 회동을 보도하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이번 한중 회담에서 서 실장이 종전선언에 대한 취지, 배경, 과정 등을 설명하고 중국도 이에 공감했지만, 원론적 대화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중국에서는 종전선언 관련 발표를 안 했는데, 이는 외교적으로 이견이 있는 거로 봐야 한다"라며 "중국이 지지한다면, 그런 의사와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도 나와야 하는데 중국 측 공식 발표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2일 오후 청와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에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을 물려 주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한반도 평화 여정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점은 변함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오스틴 장관이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서욱 국방부 장관과 진행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종전선언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서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날 SCM 후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상시 준비태세 유지, 연합방위능력 향상, 관련 작전계획을 최신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강화된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 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하면서, SPG가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을 위한 군사작전계획에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이 작전계획을 위한 SPG와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 문서를 마무리하는 중"이라면서도 "양측은 여전히 '비핵화' 표현을 어떻게 포함할지 교착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북미 관계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인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종전선언을 망설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종전선언 동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은 우리 측의 기대와 달리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범철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다섯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 정도 호응으로 종전선언 채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특히 중국이 호응을 해도 다음 단계로 '북한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중국은 주한미군이 문제고, 북한은 비핵화가 문제다. 그런 부분은 아직 제대로 논의도 못 해서 결과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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