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잠행' 장기화 이준석, 이러다간 尹과 '파행'
입력: 2021.12.03 00:00 / 수정: 2021.12.03 10:55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보류와 일정 패싱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대표가 초유의 잠행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보류와 '일정 패싱'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대표가 초유의 '잠행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李, 비공식 '지방행'…국민의힘 자중지란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선을 불과 석 달가량 앞둔 시기에 이준석 대표의 '외유'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연락을 끊은 뒤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30일 부산, 1일 순천, 여수에 이어 2일 제주를 차례로 찾았다. 자신만의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보류와 '일정 패싱'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자신이 영입을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마저 공동선대위원장에 기용되면서 이 대표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것으로 짐작한다. 윤석열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창 선거 활동을 해야 할 중대한 시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당무 보이콧은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몇 달 전부터 이어져왔다. 윤 후보의 '이준석 패싱' 입당부터다. 국민의힘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간극은 벌어졌다. 이후에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당 행사 불참 논란, 윤 후보 측 인사의 '이준석 탄핵' 발언 논란, 선관위원장 인선과 경선 룰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갈등과 봉합을 반복해 온 상대에 대한 감정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이 대표가 당무를 내려놓고 잠행에 나선 것도 누적된 감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실제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 및 운영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측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복도에 붙여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포스터가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 및 운영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측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복도에 붙여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포스터가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그는 2일 "핵심 관계자의 말로 언급되는 그런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당대표 사퇴설이라든지, 윤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에 대해 인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행에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측근 정치'는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폐단이다. 이게 불만이었다면, 윤 후보에게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이 대표의 돌발행동으로 당은 발칵 뒤집혔고,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치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지방 투어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이 대표는 '정권 교체' 구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선대위 구성과 인선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것 하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다. 최근 '문고리 3인방' 논란이 괜히 불거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불었던 개혁과 혁신의 바람은 잦아든 지 오래다.

결국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신경전은 집안싸움이다. 이 대표 말마따나 윤 후보 측근의 모욕적 언사에 모욕감을 느꼈던 것을 장외 투쟁으로 맞서는 내홍을 초래한 무책임한 태도로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윤 후보도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대표의 잠행이 길어질수록 파행은 불가피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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