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패싱' 논란이 제기돼 국민의힘 선대위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부터), 윤석열 대선후보, 김병준 선대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선화 기자 |
흔들리는 '원팀'…尹, 대선 행보 무게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대 대선을 100여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선거대책위원회의 '이준석 패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불통이 드러나면서 어렵게 출범한 국민의힘 선대위가 삐걱대고 있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는 29일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 측을 향해 윤 후보의 충청권 일정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후보 일정을 저에게 미리 보고해야 할 필요 전혀 없다"며 "적어도 제가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고 했다.
패싱 논란을 일축한 지 하루 만에 톤이 바뀌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후보는 선거에 있어서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간다"며 "애초에 패싱 논란이 있을 수 없고, 당 대표랑 사의 안 한다고 문제 있는 거 아니다"고 했다.
최근 윤 후보와 '원톱' 김병준 위원장의 회동과 기자간담회 일정을 몰랐다고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제기된 '패싱' 논란을 직접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윤 후보 측을 향해 쓴소리한 것은 후보와 당대표 사이의 불통에 강한 불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충청 일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데 대해서 "(대전) 대덕에 와서 국가의 미래를 얘기하는데 그런 정치 얘기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했다. 전날 '이준석 패싱' 논란을 강하게 부인했던 윤 후보는 충청권 지역 현안과 과학기술 관련한 질문에만 답했다.
당분간 당 대표 패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대표 간 엇박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지지층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를 발탁했다. 반대로 윤 후보가 힘을 실어준 김 위원장에 대해서 이 대표는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종인(사진)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대위에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취재단 |
윤 후보와 이 대표의 불협화음의 배경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에 대한 이견이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김병준 원톱 체제를 사실상 확정했다. 게다가 다음 달 1일까지 충청 일정이 잡힌 만큼 당장 김 전 위원장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라며 "이제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솟값을 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더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다. 예의를 갖춰서 모셔야 한다. 프리미엄 다 얹어드려야 한다. 전권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뭔가 찍어 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가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익명 인터뷰하고 다니는 그분, 이제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며 발끈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늦은 오후 페이스북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 때는 후보 중심으로 당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싱'은 맞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씨가 완전히 꺼진 상황은 아니지만 합류 시기가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권을 가진 윤 후보가 이번 주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하는데, 분명히 캠프 내에서 (김 전 위원장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면서 "윤 후보 쪽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인정하고 어떻게 빨리 (수습)해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당대표' 패싱 논란에 이어 윤 후보의 최측근 인사를 둘러싼 '문고리 3인방'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당 외곽의 일부 논객은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무산의 배경으로 장제원·권성동·윤한홍 의원을 지목했다. 윤 후보가 대선 행보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의힘 선대위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