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SNS에 연일 웹 형식의 자서전을 공개해 자신의 인생사를 밝히며 국민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 후보와 웹 자서전 일러스트 그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
李 "인간적 면모, 진솔함 보여주겠다"…가난·사랑·공부 '스토리텔링' 눈길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면모를 선보이겠다며 SNS에 연재 중인 '웹 자서전'이 총 연재 분량의 1쿼터를 넘어섰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어린 시절 이 후보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또 불합리와 폭력이 난무했던 학교와 공장에서 '아들'과 '소년공'으로서 분투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 후보의 '감성 소구'가 비지지층 및 청년층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이후인 10월 25일 자신의 인생사를 담은 자서전 '인간 이재명'을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도록 토막 형식으로 재구성한 '웹 자서전'을 앞으로 서너 달 간 약 50편 정도 연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저에 관한 책('인간 이재명')을 읽으신 분들로부터 '정책경쟁, 정치 발언을 넘어 인간적인 면모, 진솔한 모습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어 시작하기로 했다"고 웹 자서전을 공유하는 이유를 밝혔다. 책의 웹 재구성은 자원봉사자들이 도왔고, 그림 삽화는 하재욱 작가가 맡았다.
이 후보는 이어 "(제가)'일은 잘하는데 싸움닭에다 독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줄 안다. (이는) 내면과 감성을 드러내는 일에 서툴러 벌어진 일"이라며 "(웹 자서전을 통해)'이재명이란 사람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고 친근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가난의 기억·엄마의 사랑·소년공의 형설지공…치열했던 소년 성장기 담아
22일 기준 13편까지 연재된 웹 자서전은 이 후보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뼈 시린 가난의 기억과 추억, 지대했던 모친의 사랑,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검정고시 등이 이야기 주제다.
이 후보는 1편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막 끝낸 1976년, 3년 전 먼저 살고 있던 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성남시로 거주지를 옮기며 온 가족이 상경했다. 상경 이후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는 묘사도 줄을 잇는다.
3화에서 어린 시절 이 후보는 학교에서 준비물을 챙겨간 적이 없어 매를 맞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화장실 청소로 학교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벌값을 치렀다고 쓰여 있다. 성남으로 이사할 13살 당시 이 후보는 책가방이 아닌 자전거 수리를 할 때 쓰던 '탄통(공구 상자)'을 들고 상경했다고(6화). '시쳇말로 흙수저도 못 되는 무수저'였으며, 형편상 초등학교 이후 '학교 다닐 일은 없었다'고 자신의 가난한 가정 형편을 설명하기도 한다. 7화에선 같은 해 성남 창곡동의 목걸이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3달을 일했으나 사장이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월급을 받지 못한 억울한 이야기도 서술됐다.
또 웹 자서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후보의 모친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 모친에게 먼저 안기고 '애교 부리는' 아들이었다며 자신을 '살갑고 애교 많고 장난기도 많은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러하다'고 표현했다(2화).
모친은 이 후보의 어린 시절 점쟁이에게 "얘(이 후보) 잘 키우면 나중에 호강한다"는 말을 들은 이후, 이 후보에게 '넌 항상 잘 될 거야'라는 말로 자기 확신과 희망의 원천을 마련해 준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이 후보는 웹 자서전에서 '엄마는 혹여 내 일상에 불운이 깃들 조짐이 보이면 점바치(점쟁이)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불운 따위 원천봉쇄하려 했다. (중략)이 아이에겐 잘 될 일만 남았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강했다'며 '이제 보니 그건 그냥 엄마의 힘이었다'며 모친에게 받은 사랑을 회상하기도 한다(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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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장 열심히 하고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경험이고 노력이며, 또 배우는 것 ‘학습’이다. 사랑은 표현한 만큼 자란다.
나는 환갑 가까운 나이지만 남들이 믿기 어려워할 만큼 아내와 장난치고 수다 떨며 논다.
내가 이렇게 살아오고 살 수 있는 것도 결국 엄마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은 덕분일 거다. 」
(이재명 웹 자서전 2화 '별난 족속' 中)
이에 반해 이 후보 부친은 '안동 양반' 출신에 젊은 시절 교사나 순경도 했었지만(8화) 이 후보의 어린 시절 화투 노름으로 고향 밭을 날려 온 가족이 상경하는 명분을 제공한 인물(1화)이다. 웹 자서전 8화는 '아버지와의 전쟁, 그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14살이던 이 후보가 야간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갈등을 겪은 일화가 서술돼 있다.
이후 11화에서 이 후보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며 주경야독했는데, 시험 한 달 전 공장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가 '공장이나 똑바로 다니라'는 아버지의 답변을 듣기도 한다. 그때 "공부해라"라며 이 후보에게 무한 지지를 보내준 것도 모친이다. 당시 상황을 이 후보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버지를 압도하는 '위대한 엄마'였다고 표현한다.
웹 자서전에는 이 후보가 소년공으로 일하며 겪었던 수모와 고난도 표현했다. 하루는 땔감과 밭일을 하느라 새마을운동 환경 미화 작업을 빼먹었다가 학교 선생님께 뺨을 27대 맞은 이 후보의 모습도 묘사됐다(3화). 그 시절을 상기하며 이 후보는 '가난이 죄가 아닐진대 가난하다고 겪어야 했던 부당함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재까지 웹 자서전 1~13화에는 이 후보가 어린 시절 겪었던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에게 뺨 27대를 맞은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
소년 이재명은 목걸이 공장, 고무 부품 공장, 냉장고 공장, 글러브 공장 등을 전전하며 일했다. 어린 시절 이 후보는 유해물질을 마시고, 지문이 닳고 프레스기에 왼 손목이 끼고 관리자에게 '줄빳따' 폭행을 당하는 등 불합리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경험을 서술하며 '세상은 소년공의 안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9화)'고 그 시절을 상기했다.
공개된 웹 자서전 중 마지막인 13화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대입을 꿈꾸던 이 후보의 날들이 서술돼 있는데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이 가능한 시절'이었다며 일화를 마친다. 이후 공개될 웹 자서전에는 20대가 된 이 후보의 대입, 사법고시 등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인간 이재명'의 진정성을 담은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청년 및 비지지층 등 '회색지대' 유권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의 웹 자서전을 두고 "대선 후보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등 MZ세대를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넘어 청년, 비지지층 등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정치평론가는 이어 "SNS의 핵심은 '직접 소통'인데 (웹 자서전 공유)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불과하지 않나. 직접 댓글을 단다던가 하는 소통하는 모습이 아닌 일방적 홍보 내용은 감흥도가 떨어질 수 있어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일명 '라떼는 말이야' 소년공의 자수성가 스토리로 (청년들에게)'희망을 가져라'고 말하는 건 청년들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소통을 원한다면)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통해 청년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게 젊은 층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이 후보의 웹 자서전이 홍보 수단으로 잘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후보의 웹 자서전은) 잘 하고 있는 거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통상 인생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쓰는 게 일반적인데, 정치인들은 선거에 나가기 전에 자서전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자서전은 감성적 접근을 통해 대중들과 공감의 폭을 넓혀가고자 하는 수단이다. 자신이 냈던 책을 토막글로 연재해 파급력이 있는 SNS에 연재하는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황 정치평론가는 이어 "검정고시를 거쳐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유력 대통령 대선 후보까지 된 스토리를 통해 청년들에게 '절대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 젊은층과 공감대를 만들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진정성 있는 자서전이 되려면 자신과 관련한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쓰여있어야 할 텐데, 그게 없다면 '앙꼬 빠진 찐빵'처럼 자기 자랑에 불과할 수 있다. 감성적 접근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자서전의 진정성에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인사들도 연일 이 후보의 인생 스토리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차로 이동하며 이 후보의 저서를 보는 '인증샷'을 올린 송 대표의 모습.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한편 민주당 의원들도 현재 '이재명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어 당내에서도 '인간 이재명' 알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연일 '인간 이재명' '이재명은 합니다' 등 이 후보의 저서를 읽는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재명을 공부해주세요. 아는 만큼 다시 보이게 될 것입니다"라며 이 후보의 자서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웹 자서전이 올라올 때마다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지지층들의 결집을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