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현장풀 |
<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의 마지막 국민과의 대화, '각본없는 대화' vs '트루먼 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선대위 꾸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보다 앞서 선대위를 꾸렸지만, 메시지 혼선 등 여러 문제를 드러내 재정비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선대위가 출입기자 단체대화방을 만들었다가 20분 만에 없애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선대위 구성을 위해 막판까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공을 들였지만, 끝내 공석인 상태로 출발하게 됐다.
-또, 지난 23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촉발하고 무력 진압해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90세로 사망했다. 전 씨는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5·18과 관련해 사과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장례를 치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각본 없는 대화'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KBS 노조가 당시 대본을 공개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나 KBS 노조는 다시 한번 사전 각본에 따른 '트루먼 쇼'라며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 공보국에서 '후보메시지·공약자료·일정·선대위 보도자료' 등을 신속하게 공지하기 위해 단체대화방에 570여명을 초대했다. /단체대화방 갈무리 |
◆ 민주당 '단톡방' 폭파 사고
-민주당은 당 정책 기조와 후보의 공약과 메시지를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공보국이 직접 '단체대화방'을 만들었지?
-맞아. 지난 22일 민주당 공보국은 약 500여 명의 출입 기자들을 순차적으로 계속 초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출입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어.
-왜, 무슨 일 때문에?
-새로운 대화방을 만들기 이전에 특별한 공지나 알림이 없었기 때문이야. 갑작스럽게 초대받은 기자들이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거 대화방을 나가기 시작했어. 인원도 계속 추가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한마디씩 말을 하면서 알람이 울리자 기자들이 '욕'을 하는가 하면 '담배 사줄 분?' 등 장난스러운 발언도 하기 시작했지.
-대화방을 만든 민주당 공보국 반응이 궁금한데?
-'민주당 선대위 공식 공보 방이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과 불만이 속출하자, 민주당 공보국 측은 뒤늦게 "후보 메시지 공약자료, 일정, 선대위 보도자료 등을 신속하게 공지하기 위한 방"이라며 단체대화방을 만든 취지를 밝히면서도 "준비 부족으로 지금 방은 폭파하고 내일 다시 개통하겠다"라고 안내했어.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도 "공보국이 만든 것이 맞다"면서 "준비 부족으로 대화방을 폭파했다. 조만간 기자분들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대화방을 만들겠다"고 했어.
-민주당 공보국이 해명도 했는데 출입기자들 반응은 어때?
-약 20분간의 소동으로, 빛처럼 사라진 민주당 '출입 기자 대화방'을 두고 기자들은 "황당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 출입 기자 A 씨는 "민주당 공보국의 참상이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면서 "대선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안일한 건지, 일하기 싫은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지.
-민주당 출입 기자 B 씨는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자단 대화방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질문도 받는 것과 너무 비교된다"며 이번 민주당의 '단체대화방' 사건을 꼬집었어. 민주당은 이번에 기자단 단체대화방을 일반대화방으로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기존에 있던 일반대화방을 오픈대화방으로 변경하면서 참여 인원과 메시지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거든.
민주당은 단체대화방을 만드는 것에 대한 사전공지도 없었으며, 이후 대화방을 만든 후에도 별도 안내사항이 없어 출입 기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단체대화방 갈무리 |
-맞아. 오픈대화방은 효율적인 메시지 관리와 인원 통제가 가능해. 다수의 사람이 모인 만큼 방의 취지와 관련 없는 대화를 가린다든지, 닉네임을 설정해서 소속을 밝힐 수 있어서 기자들도 오픈 대화방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소 민주당이 기자들과 잘 소통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어. 국민의힘은 기존에 운영해오던 단체대화방에서 원내대책회의, 최고위원회의 등 기자들의 질문을 모아 답변하는 등 활발한 소통을 했지만,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지. 이에 갑작스럽게 공보국에서 단체대화방을 만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기자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웃음)
-민주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그동안에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어. 현재도 '우리가 언론이다' '우리가 언론이 되자' 등 해시태그 운동을 하고 있어. 그만큼 언론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민주당이 늦게나마 기자들과 소통하고 나선 만큼, 앞으로 만들어질 단체대화방이 잘 운영됐으면 좋겠고, 대선이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KBS 노조 vs 청와대,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각본 진실 공방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KBS를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나와 2년 만에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섰어. 당초 청와대는 '각본 없는 대화'라고 강조했는데, '각본이 있었다'라는 주장이 나왔네?
-이번 행사를 주관한 KBS노동조합에서 그런 주장이 나왔어. 22일 KBS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확보한 당시 프로그램 대본을 공개하면서 △대본에 실제 대신 답변한 장관들 명단과 대사 명시 △인터넷에 올라온 민감한 사전질문 고의 제외 △일부 패널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논란 △참여한 국민패널 여권 지지자로 구성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 하듯이 일방적으로 국정을 홍보하는 '트루먼 쇼'와 같은 여론조작 방송을 보고 정말 신물이 난다"고 비판했어.
-청와대 쪽은 아니라고 했지?
-맞아. KBS노조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기사가 나온 뒤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어. 이 관계자는 "대화 대본이 있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질문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 또 답변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것은 아마 시청하고 계셨던 국민들도 다 수긍을 하셨을 것"이라고 반박했어.
KBS 노조가 공개한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 대본 일부. /KBS노조 누리집 갈무리 |
-이에 KBS노조는 지난 24일 재차 '청와대가 사전 각본 부인한 국민과의 대화, 예상대로 시청률 3.6% 저조한 성적표 기록'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어. 이 성명에선 1차 '국민과의 대화'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시청률을 지적하면서, 그 이유가 사전 각본대로 조율된 국정홍보를 위한 '트루먼 쇼'였고, 질문의 수준이 낮았다고 지적했어. 또 제한된 주제로 문 대통령이 답변하기 거북한 질문을 피해갔고,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아예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애초 기획 의도부터가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어.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가 제한된 주제 하에 다소 밋밋하게 진행된 것은 사실인 것 같아. 다른 출입기자들 몇 명에게 물어보니 "질문자로 선정된 이들이 준비를 안 하고 참여해 질문의 수준이 좀 낮았던 거 같다", "민감한 내용에 대한 질문과 답이 없었고, 답변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친 거 같다"고 평가하더라고.
-지켜본 국민 각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문 대통령 임기 두 번째이자, 마지막 국민과의 직접 소통 자리가 다소 부실한 질문과 답에 이어 각본 여부를 두고도 논란에 휩싸여 안타까운 마음이야.
윤석열(왼쪽)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김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는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김종인, 좁혀지지 않는 간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영입하기가 참 쉽지 않은 모습이야. 삼고초려 해도 김 전 위원장은 선을 긋고 있는데, 윤 후보로서는 답답할 듯싶은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선대위 인선을 놓고 갈등을 벌여온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전격 만찬 회동을 하고 최종 담판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끝났지. 윤 후보는 그간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 이날 만찬도 윤 후보가 먼저 타진했다는 전언이야. 그런데도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불발됐으니, 윤 후보로서는 난감할 것으로 짐작돼.
-윤 후보는 결국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일단 선대위를 가동했잖아.
-맞아. 윤 후보는 정책총괄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조직총괄본부장에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에 김성태 전 의원,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에 이준석 당대표, 총괄특보단장에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총괄본부장에 권성동 사무총장을 선임했어. 선대위 대변인에는 전주혜·김은혜 의원, 김병민 전 비대위원, 원일희 전 SBS논설위원이 발탁됐어.
-문제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기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잖아.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윤 후보는 '김종인 모시기'에 집중하다 보니 최근 행보도 잰걸음이야. 이런 가운데 만약 김 전 위원장이 끝내 '원톱' 자리를 맡지 않는다면 윤 후보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그렇지. 게다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김 전 위원장은 김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 불편해한다는 말이 도는 상황에서 합류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이야.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합류 거부 의사를 밝혔어.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불발된 것으로 봐야 할까?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워. 정치권 일각에선 일종의 힘겨루기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어. 또, 윤 후보 측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모시기 위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어.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최근 합류 의사가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는 점에서 김 상임선대위원장의 원톱 체제도 거론되고 있어. 하지만 대부분은 김 전 위원장이 결국엔 윤 후보 선대위에 극적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윤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네. 윤 후보 말대로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선 곤란하고 1분 1초를 아껴가며 뛰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조만간 용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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