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죽음조차도 유죄"
입력: 2021.11.27 00:00 / 수정: 2021.11.27 00:00
대한민국 제11대, 12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전두환 씨의 빈소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썰렁했다. 지난 24일 고인의 빈소에서 장남 전재국, 차남 전재용, 재국 씨의 아들(왼쪽부터)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대한민국 제11대, 12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전두환 씨의 빈소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썰렁했다. 지난 24일 고인의 빈소에서 장남 전재국, 차남 전재용, 재국 씨의 아들(왼쪽부터)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여야 대선 후보, 구인란에 '지라시' 난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5·18 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의 쓸쓸한 장례식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지난 23일 90세로 세상을 떠났지?

-전 씨는 23일 오전 8시 4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해. 가족들이 발견할 당시 심정지 상태였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어. 그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다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돼 세브란스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어.

-전 전 대통령의 장례도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과 달리 가족장으로 치러졌지?

-맞아. 현재 국가장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국가장 예우를 받을 수 있지만,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당시 정치권은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명백한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국가장으로 치르지 않는 데 공감대가 모였지. 결국 전 씨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어.

-전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에도 안장되지 않아. 국가보훈처는 지난 23일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았다"라며 "전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어. 현행 국립묘지법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전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11기로, 12·12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어. 이에 반발하는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해 집권, 1980년부터 88년 초까지 11, 12대 대통령을 역임했어. 퇴임 후에는 내란 등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지만,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면서, 기본 경호 외에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지.

-통상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면 정치권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기 마련인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른 분위기였지?

-국민의힘에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어.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윤 후보는 애초 조문할 방침을 뒤집었고, 이준석 대표도 조화만 보냈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청년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조문을 가지 않았어.

지난 24일 고 전두환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동률 기자
지난 24일 고 전두환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동률 기자

-그래도 몇몇 인사는 조문하러 갔지?

-맞아. 과거 전 씨의 사위였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았고,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호영 의원 역시 빈소에 들러 조문을 마쳤어. 김 원내대표와 주 의원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밝혔어.

-국민의힘은 전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인 듯해. 당 차원에서의 논평도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전 전 대통령은 끝내 5·18 광주민주항쟁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숨을 거뒀어. 많은 사상자를 낸 5·18 사태와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크잖아. 때문에 국민의힘은 중도층 민심을 고려해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으로 풀이돼. 그래서일까? 전 전 대통령 빈소 내부에서 한 노인이 이 대표의 조화를 때려 명표가 떨어졌다고 해.

-전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사망 소식이 떠서 놀라긴 했어.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죽음 이후 역사의 판단이나 심판을 받기 마련인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광주 시민들에게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으니 '학살자'로 두고두고 기억되겠지. 국가의 전권을 휘두르던 사람이 자신을 정치의 '희생자'라고 둘러댈 수 있는 지가 의문이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고 밝힌 것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야.

-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어. 그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가 강하게 녹아있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위는 명백하다고 생각해. 마지막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점, 전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그의 측근과 유가족들이 '사과할 것이 없다'라는 식의 발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

-또,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해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남겼던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 현대사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꼭 기억됐으면 해. 결국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그에게 남은 것은 '전 재산 29만 원' 등의 실언과 사과 없는 모습뿐인 것 같아.

-몇 년 전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씨를 취재한 바 있어. 마침 그날은 이 씨의 생일이었는데 두 손을 꼭 잡고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두 사람은 외부의 시선이나 비판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 같아. 최소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비판을 의식했다면, 말로가 이렇게 초라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해. 전 전 대통령이 이승에서 못한 광주 시민들에 대한 사과를 저승에 가서라도 했으면 해.

지난 25일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창달 전 의원이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차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민주당 제공
지난 25일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창달 전 의원이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차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민주당 제공

◆대선판 구인난...'이재명 선대위', 김한길 '맞수'에 박창달?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데 거대 양당 선대위에서 외부 인사 '구인난'에 빠졌다고?

-민주당 지도부는 오죽하면 자당 모든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서 "3명 정도 추천해달라"고 지침을 내렸대.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문은 내려왔는데 의무사항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여서 크게 부담 없이 물색만 하는 중"이라고 했어. 강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강경' 이미지를 보완하면서도, 참신한 외부 인사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져.

-그러고 보니 민주당은 선대위 지도부 등 1차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외부 인사도 곧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선대위 출범 한 달이 다 된 지금까지도 깜깜무소식이야.

-국민의힘 선대위가 다음 달 6일 출범하는데, 본선 레이스를 일찍 시작했던 민주당으로선 조급할 수밖에 없어. 더구나 윤 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선대위에 영입하기도 했잖아.

-반대로 야권 인사 중에서도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인물이 있어. 바로 지난 25일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박창달 전 국민의힘 의원이야. 박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국회의원 3선까지 지낸, 보수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야. 최근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홍준표 의원을 돕기도 했지. 그래서 박 전 의원이 "정권 교체를 핑계로 당이 정체성마저 잃었다"고 꼬집었던 것처럼 그의 이 후보 지지 선언은 상대 진영을 힘 빠지게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선 입당 4개월째인 윤 후보를 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으쌰으쌰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후보' 느낌이 안 난다"는 말이 나와.

-하지만 일각에선 박 전 의원이 원래 야권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데 민주당이 과하게 홍보했다는 해석도 나와. 민주당은 이 후보와 박 전 의원이 차담회를 갖는 사진을 첨부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박 전 의원의 합류에 의미를 부여했어. 어쨌든 보수 진영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에게는 득이 될 것 같아.

-외연 확장 시도의 연장선인 걸까. 지난 25일 취재진 사이에선 이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민주당을 탈당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23일 수원에서 극비 회동했다는 지라시가 공유됐어. 여기에 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연대를 제안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어.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했어. 이 후보 입장에선 지라시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문 자체가 상대 진영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완강하게 부인하지 않은 것 같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중원 다툼이 갈수록 재미가 있네. 나중에 발표할 외부 인사의 규모와 면면을 보면 '구인 대결'의 승패가 보일 듯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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