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토'에 흔들리는 윤석열…'리더십' 리스크 재부상
입력: 2021.11.24 05:00 / 수정: 2021.11.24 05:00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윤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와 갈등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윤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와 갈등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사진취재단

尹 후보 측 "'김종인 합류' 아직 가능성 있어"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애초 윤 후보가 구상했던 선대위 윤곽은 시작부터 꼬인 모양새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김 전 위원장은 "더는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선대위 합류에 선을 그었다. 전날 윤 후보가 이른바 '3金(김종인‧김병준‧김한길)' 선대위 윤곽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구상이 어그러지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갈등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의 행보는 윤 후보 측에서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김 전 위원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기 전까지 각자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그간 선대위 '전권'을 요구해 왔지만, 윤 후보가 '3金' 체제를 구축해 구조적으로 견제한 것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비토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양측 갈등설도 불거졌다.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장제원 의원 비서실장 인선안에 불만을 표하며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당 지도부에 밝혔지만, 윤 후보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제안하며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놓고 더 고민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라며 윤 후보의 발언을 반박해 갈등이 가시화됐다.

김 전 위원장의 합류 불발은 상당한 윤 후보에게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을 놓칠 경우 심판대에선 윤 후보의 '정치력'은 저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윤 후보가 처음으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인 것인데,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안팎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또 현재 선대위 체제가 불안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투톱', '스리톱' 등은 결국 소모적인 갈등만 유발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조직 체계를 정비해 '정책'과 '조직'에 대한 메시지를 명확히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필승 카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은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필요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윤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을 언급하며 "현재 윤 후보 선대위는 메시지에 혼란이 많은데,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의 갈등도 윤 후보가 극복해야 할 리스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캠프가 당보다는 후보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당대표 패싱'에 대해 "외부에서 그렇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대위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 아들이 무면허 운전과 음주측정 거부·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된 것을 이유로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것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대위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 아들이 무면허 운전과 음주측정 거부·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된 것을 이유로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것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윤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자,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 원인으로 꼽힌 '비서실장' 하마평의 당사자 장 의원은 상황을 수습하는 모양새다. 그는 "자신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탑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라"며 선대위직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시사한 것을 두고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 김 전 위원장이 어깃장을 놓을 때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달래고, 주도권을 재확인하며 복귀했던 전력을 두고 볼 때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달래면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후보가 빠르면 오는 2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명단을 확정할 전망인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의 막판 극적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 아직까진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만남과 선대위 합류에 대해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다만, 자세한 사항들은 내부에서도 조심스럽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 현안의 전부"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거냐'는 질문에 "나는 어제 이후로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도 "만나는 거야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후보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선대위 합류가 물 건너 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시겠다고 하시니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해 출구를 열어뒀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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