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일정 없다"더니…이재명·이해찬 비공개 선거 대책 논의
입력: 2021.11.20 00:01 / 수정: 2021.11.20 00: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서 비공개 만찬을 갖고 선거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서 비공개 만찬을 갖고 선거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김종인 출판기념회 '문전성시'…尹, 졸음과 사투?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대적 답보 상태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해찬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이번 주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했다. 두 거물의 본격적인 등판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에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현 씨도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 수행실장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SNS를 통해 무리하게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를 비판하고,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를 띄우려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에선 군인권센터가 공군 성추행 부실 수사의 책임자로 지목한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육·해·공군의 준장 진급자에게 지급하는 '삼정검'을 수여한 게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후보(왼쪽)가 확정된 이후 지지율이 상대적 답보 상태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 주 이해찬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국회를 찾아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선대위 쇄신론과 맞물려 두 거물의 등판론이 흘러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후보(왼쪽)가 확정된 이후 지지율이 상대적 답보 상태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 주 이해찬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국회를 찾아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선대위 쇄신론'과 맞물려 두 거물의 등판론이 흘러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지지율 답보' 이재명, 이해찬과 비공개 회동…양정철도 국회 등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가 몸집이 무거워서 여기저기서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어.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해찬 전 대표를 만났다고?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가졌어. 앞서 한 언론은 이날 오전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포함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 선대위 상임고문과 차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권혁기 선대위 공보단 부단장은 기자들에게 "오늘 이 전 대표를 만나는 일정이 없다"고 부인했어. 민주당 한 의원도 "후보가 원로들과 차 한 잔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일정 조율이 안 돼 연기됐다고 말했어.

-그런데 이 후보가 그날 저녁에 이 전 대표하고만 만났던 거네?

-맞아.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선대위 운영 방향, 부동산 정책 등 공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

-만남을 왜 비공개로 했을까.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고, 상대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령탑으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이해찬 등판론'이 나오고 있어. 이 전 대표는 21대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민주당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인물이야. 하지만 그가 전면에 나설 경우 송영길 대표와의 관계도 어정쩡해지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만남에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

-반면 21대 총선에서 인재영입 등 핵심 전략을 맡았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대놓고 공개 행보를 했어. 21대 총선 영입인재·비례 의원들이 주도한 국회 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거야. '이재명 위기론'이 흘러나오면서 이른바 '양정철 키즈'로 불리는 초선 의원들이 양 전 원장에게 직접 요청해 마련된 자리라고 해. 양 전 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최근 여러 상황에 대해 제 의견도 듣고 고민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어.

-비공개 간담회 발언이 언론에 자세하게 공개된 점은 이례적이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열변을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열변을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양 전 원장은 간담회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내용을 정리해 알려주겠다"고 기자들에게 미리 밝혔고, 간담회에 참석했던 신현영 의원실에서 녹취록을 직접 풀어서 기자단에 배포한 거야. 통상 기자 출입이 제한된 비공개 간담회 내용은 참석자들에게 물어보는 식으로 취재가 이뤄지는데, 이런 경우가 드물기는 해.

-양 전 원장은 간담회에서 1시간 넘게 열변을 토했다고 해. 선대위에 대해 "절박함이 안 보인다"면서 태도 지적은 물론,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구조도 꼬집었어. 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낙상사고 이후 선대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어. 초기 대응을 못 해 논란을 키웠다는 내부 자성이 있었다고 해. 또 "선대위가 배지(국회의원) 중심으로 꾸려져서 일하는 실무진이 없고, 의원들은 대선보다 지역구 챙기기에 바쁘다"는 지적도 제기됐어.

-이번 공개 행보로 양 전 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 거라고 봐야 할까.

-양 전 원장은 "굳이 내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외곽에서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을 하면서 선거를 돕겠다고 했어.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기 때문에 자칫 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선대위에서 이 후보 최측근인 성남 경기라인, 송영길 당 지도부 등과의 관계 설정도 애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다만 이번을 계기로 두 사람의 존재감은 다시 드러나고 있어. 이들은 이 후보와도 자주 소통하고 가까운 사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선대위를 두고 잡음이 나오는 건 야당도 마찬가지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위에 머물며 본선행이 좌절된 홍준표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승복 선언을 해서 '깔끔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을 개설하면서 개별적인 행보를 하고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도 아직 만나지 않았지. 그는 "백의종군하겠다"며 선대위 합류에도 선을 긋고 있어. 취재원 사이에선 '뒤끝 있다'는 말도 나와(웃음).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후 절차에 대해 당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흘 만에야 승복 선언을 하긴 했지만, 이후 이 후보도 만나고 선대위에도 상임고문 자격으로 합류하면서 '원팀 기조'를 흔들지 않았어. 비록 이 후보 지원 활동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지는 않아. 여야가 선대위를 출범 또는 재정비해서 정책이든 후보 검증이든 한판 제대로 맞붙길 기대해.

◆김종인 출판기념회에 국민의힘 '유력 인사' 대거 참석…노재현도 참석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출판기념회를 열었잖아. '킹메이커'로 유명한 김 전 위원장의 공개 행사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지?

-맞아. 이날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이 출판기념회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어. 이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선에서 낙마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모습을 드러냈어. 김 위원장을 선대위에 모시기 위해 윤 후보와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모습이었어. 제3지대 대선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지.

-실제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잖아.

-윤 후보는 축사에서 "정치개혁뿐 아니라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김 박사께서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이제 다가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그동안 쌓아오셨던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고, 이끌어주길 부탁드리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어. 사실상 선대위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돼. 이 대표도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어. 참고로 김 전 위원장은 경제학 박사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현장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따로 있었어. 윤 후보가 많이 피곤해 보였거든. 축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윤 후보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는 듯 보였어. 눈을 끔뻑끔뻑하며 졸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거든. 그런데 결국 수 초 동안 눈을 감고 있더라고. 마침 축사가 끝나자 눈을 뜨고 박수를 보냈는데 그때도 졸린 눈이었어. '졸았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이 피곤한 기색은 역력해 보였어. 대선 행보도 해야 하고, 선대위 인선 문제로 피곤한 나날을 보낸 영향이 아닐까 싶어.

-다른 특별한 사람은 없었어?

-지난달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현 씨가 조용히 행사장을 찾았는데,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에서 노 씨는 <더팩트> 기자와 만나 "(김 전 위원장은) 아버님과 각별한 분이라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말했어. 다른 질문에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별말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어.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어. 국가장으로 치러진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 나흘 내내 빈소를 지켰고 발인식까지 참석했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현 씨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모습. /신진환 기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현 씨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모습. /신진환 기자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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