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세웠다" 靑, '청년 정책' 자평…청년들 실제 평가는?
입력: 2021.11.17 05:00 / 수정: 2021.11.17 05:00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전 정부와는 다른 다양한 청년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청년들의 삶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한-모잠비크 부유식 해양 LNG 액화 플랜트(FLNG)선 출항 명명식에서 축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전 정부와는 다른 다양한 '청년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청년들의 삶은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한-모잠비크 부유식 해양 LNG 액화 플랜트(FLNG)선 출항 명명식에서 축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다양한 청년 정책 시행…청년들 "일정 부분 성과"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청년들을 위한 청년 정책 마련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고교·대학 진학에서부터 사회일원으로 자리 잡는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었다. 교육·학자금 지원으로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쌓을 수 있게 하고, 적성에 맞고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일자리 지원), 목돈을 마련(소득 지원), 살 집을 마련하는(주거 지원) 단계별 지원책을 만들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청년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대책'(2018년 3월), '청년 주거 지원 방안'(2018년 7월),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2019년 7월) 등 각 분야의 정책 개선 방안이 발표됐다. 특히 청년 관련 최초의 종합 법률인 '청년기본법'을 제정(2020년 8월 시행)해 청년 정책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청년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등 청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文정부, 전 단계에 걸친 '청년 지원책' 마련

하지만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아직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재구성해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5년(22.2)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에서 올해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계산하며,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연령대별 체감실업률에 연령대별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이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추이 변화. /한경연 제공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추이 변화. /한경연 제공

물론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다른 연령층도 올해 상반기 들어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청년층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60대(18.8), 50대(14.0), 30대(13.6), 40대(11.5)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더 심해진 고용한파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이끌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취업을 희망하는 자,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취업 의지가 있는 자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4%로, 30대(11.7%)의 2.2배, 40대(9.8%)의 2.6배에 달했다.

청년 체감실업률 추이를 보면 2015년 21.9%에서 2019년 22.9%로 4년간 1.0%포인트(P) 올랐다가 2019년 22.9%에서 2021년 상반기 25.4%로 2년 6개월 만에 2.5%P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세도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청년 물가상승률은 2018년 1.6% 이후 0%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 상반기 1.8%로 급등했다.

◆한경연,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 역대 최고치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지만, 청년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9세 이하 청년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지난해 기준 20.1%로 전체 평균(12.3%)의 1.6배에 달했고, 5년 전(2015년 19.8%)보다도 0.3%P 올라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악화됐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청년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소매업, 음식업 등의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경기불황, 최저임금 부담, 동종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생애 초기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지 못하고 영세자영업을 시작했다가 좌절하게 될 경우, 적절한 노동경험이 축적되지 못해 향후 노동 시장에 정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채용 박람회 현장을 방문한 청년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 /더팩트 DB
한 채용 박람회 현장을 방문한 청년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 /더팩트 DB

청년들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일로다. 청년층(29세 이하 가구주)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5년 16.8%로, '60세 이상'(13.4%) 다음으로 가장 낮았으나 2017년(24.2%)을 기점으로 전 연령대를 제치고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0년에는 32.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청년층의 부채 증가속도가 자산 증가속도보다 월등하게 빠르기 때문이다. 청년층 부채는 2015년 1491만 원에서 2020년 3479만 원으로 연평균 18.5% 오른 반면, 자산은 8864만 원에서 1억720만 원으로 연평균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라며 "우선적으로 기업규제 혁파, 고용 유연성 확보 등 민간의 고용창출 여력을 제고해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文정부 청년 정책 징검다리로 다음 정부 더 나아가기를"

이 가운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 "청년 정책 본격 추진을 위한 뼈대를 세우고 청년 정책을 제도화한 첫 정부"라고 자평했다. 박 수석의 청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 정부와 달리 다각도로 노력해왔고, 더 나은 청년들의 삶을 위한 다리를 놓았다는 평가로 요약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에선 청년 정책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전했다.

구체적으로 박 수석은 "지금의 청년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면 힘을 내라는 격려가 아니라 청년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꼰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라며 "우리의 청년기는 힘들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기회와 희망이 많은 시기'였다면, 지금은 그것이 '적은 시기'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환경이 더욱 심화되어 공정한 기회를 갖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을 사는 청년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며 우리 세대처럼 미래로의 새길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라며 "문 대통령은 우리의 청년들이 뛰어나다는 확신과 청년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갖고 있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에 아쉬움과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청년들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라는 책임감과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정부가 할 일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일념 하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갈무리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갈무리

아울러 그는 △역대 정부와 대비했을 때 일자리 정책을 포괄하며 '청년의 삶' 전반을 보듬는 보편적·포괄적 정책으로 전환 △체감도·효과성 높은 청년 정책 발굴·확대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청년특별대책 수립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청년 정책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지금 청년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자칫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이랬고 현실은 이렇다는 것을 정확히 정리해야 다음 정부의 출발점이 정해질 수 있다는 진심에서 이 글을 기록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징검다리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의 청년 정책은 두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후세 청년의 심장이 우리가 그랬듯이 '거선의 기관처럼 힘차게 고동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정을 요구했던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청년 정책의 제도화가 이뤄졌다는 부분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청년특별대책 수립 등 여러 정책이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몇 가지 잡음이나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현 정부 출범 초기 '내일채움공제', '청년내일저축계좌' 사업 등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일정 부분 성과는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코로나19,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청년 정책의 범주를 넘어서는 삶의 변화와 노동 문제가 벌어졌지만, 그 부분까지 청년 정책이 감당하기에는 좀 역부족이었던 면은 있는 것 같다"라며 "근본적인 노동, 자산의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 문제 등에 대한 것까지 청년 정책으로 묶어서 '못했다'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지적일 수 있다. 다만 사회 변화의 메가 트렌드에 대응하는 데는 조금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기환 청년하다 대표(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5월, 청년 취업 준비생의 규모는 95만9000명을 돌파했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청년의 확장실업률은 25%를 넘었고, 그나마 취업을 한 사람 중 비정규직 비중은 40%에 육박한다"라며 "청년 1인 가구의 40%가 '주거 빈곤'을 겪고 있고, 매년 심해지는 경제적 고통 속에서 우울증 진료는 5년 만에 2배가 증가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어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청년 문제를 정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실제로 청년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청년들의 처지는 계속해서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에서 멈췄을 뿐, 청년들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라며 "정부가 '청년 정책을 제도화한 첫 정부', '효과성 높은 정책을 발굴·확대했다'고 자평하기 이전에, 그런데도 청년의 현실은 왜 바뀌지 못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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