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재명 0189'…선거인단 정보 '깜깜이 활용'?
입력: 2021.11.15 05:00 / 수정: 2021.11.15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번호로 발송한 인사 문자가 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독자 제공·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번호로 발송한 인사 문자가 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독자 제공·남윤호 기자

민주당 "모집 시 동의 절차 거쳐…시행세칙은 따로 없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재명을 통해 선택해주신 가장 확실한 변화, 더 빠른 개혁의 명령! 본선 필승으로 받들겠습니다."

지난 11일 0189로 끝나는 휴대폰 번호로 온 문자에 일부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발신자는 자신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라고 소개했다.

해당 문자에는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한 이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로 4기 민주 정부를 세울 대표 선수로 확정되었고 대전환을 이뤄낼 '드림 원팀' 선대위까지 힘차게 닻을 올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이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레이스를 함께 뛰었던 주자들을 언급하며 "모든 후보님도 한마음으로 뭉쳤다.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가 4기 민주 정부 수립을 위한 아름다운 화음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또 "승리한다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민주개혁 국회와 함께 미처 못 이룬 개혁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뤄낼 수 있다"며 개혁 기조에도 힘을 실었다. 여권 지지 성향 유권자를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끝까지 함께해주셔야 이길 수 있다"며 이 후보 관련 'SNS 채널 추가하기' 등을 홍보했다.

하지만 문자를 받은 일부 시민들은 "어디에서 내 개인정보를 알았느냐", "저런 메시지 수신에 동의한 적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해당 문자의 발신처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선거인단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유출됐는가 △문자 발신의 주체는 누구인가 등 두 가지 의혹을 살펴봤다.

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 당시 약관에 정보 이용목적과 보유기간을 명시해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인단 모집시 민주당 이용약관. /더불어민주당 제공
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 당시 약관에 정보 이용목적과 보유기간을 명시해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인단 모집시 민주당 이용약관. /더불어민주당 제공

√팩트체크 1. 선거인단 개인정보 유출? 與 "모집 시 공약·정책 개발 참여 안내 목적 공지해"

당원 게시판 등에서 우선 제기되는 의혹은 민주당이 대선 경선에 참여한 선거인단의 명부를 경선이 끝난 후 파기한다는 규정을 마련해놓고서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유출, 무단으로 문자 발송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18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5월 21일 '선거인정보 보관 및 관리에 관한 시행세칙'을 공지했다. 여기에는 '선거인명부는 당내 경선이 종료된 후 지체 없이 선거관리위원장이 파기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10일 경선 이후 선거인명부를 파기해야 했고, 그에 따라 이번과 같은 문자는 보낼 수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선 때마다 특별당규를 따로 마련하기 때문에 2012년 시행세칙은 이번 경선에선 적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한 이들에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경선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전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거인단 모집 당시 약관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이용 목적에 대해 "경선 투표 안내, 후보자 선출 후 공약·정책 개발 참여 안내 및 기타 선거인단에게 필요한 정보성 안내"라고 나와 있다.

보유 기간에 대해서도 "개인 정보 수집·이용 목적 달성시까지 또는 신청자 자신의 개인 정보제공의 동의를 철회한 때. 단, 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개인 정보를 보유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법령에서 정한 기간까지"라고 돼 있다. 즉, 민주당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이 후보가 선거인단에 참여한 이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정책을 안내하는 홍보성 메시지 발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특별 당규만 만들었고, (선거인 명부 폐기 관련) 별도의 시행 세칙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며 "대신 약관을 만들어서 참여한 분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선거인단 온라인 신청의 경우 '이용 목적'이 담긴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선거인단에 아예 참여할 수 없게 돼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때와 달리 선거인단 개인정보 폐기와 관련해 당규나 시행세칙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꼼꼼히 읽지 못하는 작은 글씨로 된 약관에 강제 동의를 얻는 방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깜깜이 활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문자를 받은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개인정보침해를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민주당을 개인정보침해 혐의로 신고했다는 인증도 이어지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인정보 침해 신고센터에서 접수가 들어오면 현장 조사 등 사실관계를 파악한다. 이후에는 상급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법령 해석이나 유권 해석 등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고 했다.

당이 모집한 경선 선거인단 정보로 이 후보 측이 문자를 발송한 데 대해서도 일각에선 선거인단 명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 트위터 갈무리
당이 모집한 경선 선거인단 정보로 이 후보 측이 문자를 발송한 데 대해서도 일각에선 '선거인단 명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 트위터 갈무리

√팩트체크 2. 이 후보 측에 선거인단 명부 유출? "이 후보 번호로 당 사무처가 발송"

해당 문자 발신처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0189'로 끝나는 휴대폰 번호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사용하던 연락처다. 따라서 이 후보 측에 당이 선거인단 명부를 넘겨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던 2016년 7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번호를 알린 바 있다. 그는 20대 총선 후 성남시에 수사당국의 통신조회가 집중됐다고 비판하며 성남시 측이 보유하고 있는 연락처 14개에 대한 통신조회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14개 연락처 중 이번에 문자를 발송한 번호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본인의 휴대폰 번호로 문자도 보내고 국민과 소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보내기는 당에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의 번호를 가져와 당 차원에서 발송한 문자라는 주장이다.

경선 이후 잠잠하던 친문재인 지지자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은 이번 문자 발송을 계기로 총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낙선 운동하라고 등을 떠민다" "선거인단 때 영업했던 분들이 문자를 받았다고 분노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경선에 참여하려고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지 이재명을 위해 준 게 아니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자 친문과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낙연 캠프 출신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선거대책위원회도 출범했지만, 여전히 화학적 결합은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단 명부 유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 후보의 당내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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