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후보 30%대 박스권 지지율 정체에 빠지면서 고심에 빠졌다. 이전과 다른 호남권 민심과 20·30 세대에 대한 마음 달래기가 최대 과제로 꼽히면서, 이 후보는 오는 12일 부터 전국 순회를 통한 본격적인 민심행보에 나선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
대장동 의혹 특검 수용 의사 등 승부수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대 박스권 지지율 정체에 놓이면서 고심에 빠졌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난 뒤에도 '완벽한 결합'을 보이지 못하는 등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 타파와 2030·중도 확장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받았다. 이에 이 후보는 '방역지원금' 촉구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등 본격적인 표심 구애에 나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다소 뒤지는 성적표를 받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18세 이상 1030명에게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인물 중 누구에게 투표하실 생각이십니까?' 물은 결과, 이 후보는 34.6%로 윤 후보에게 44.4% 오차범위 밖에 머물렀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
이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 답보 상태에 놓이자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큰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중 무엇이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대장동 의혹을 꼽았다. 고발 사주 의혹은 33.1%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민심 역시 집권여당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이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다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장동 의혹, 음주운전,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에게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에서 공정과 청렴을 표방한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에 '집토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선대위가 너무 커지다 보니 여러 인원들이 급하게 합류하면서 발이 맞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3차 인선을 발표하며 소속 의원 163명 전원을 명단에 올렸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 측근인 '설훈·박광온·윤영찬' 의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선관위 구성 이후 3차 인선까지 발표하면서 앞서 예고했던 '용광로 선대위'를 넘어 '매머드급 선대위'라 불리고 있다. 163명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등 '원팀'을 강조했다. 지난 2일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함께 경선을 치른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박용진 후보자들과 원팀 점퍼를 입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하지만 최근 이 전 대표 측근인 이상이 제주대학교 교수가 이 후보의 '기본소득론'을 끊임없이 저격하는 등 내부 잡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원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기계적인 결합만 됐다. 이 전 대표 측이 적극적으로 선대위에 참여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보통 현역 의원이 선대위에 참여하면 인원을 파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 명씩만 와도 160명이 넘는다. 지나치게 인원이 많아서 캠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꾸준히 지적된 20·30세대 이탈 현상도 이 후보에겐 부담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다자대결)를 조사한 결과, 18~29세 연령층에서는 34.3%가 윤석열 후보를, 14.7%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 후보는 더블스코어가 넘는 격차로 뒤처졌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
일각에선 "20·30 세대 확장성에서 이 후보 보다 윤 후보가 더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 윤 후보가 '20대 3%, 30 9%, 40대 8%의 지지를 받아 '398 윤석열'이라는 오명을 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윤 후보가 잘했다기 보다는 이 후보에 대한 외면이 크다"고 했다. 20·30 세대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율이 민주당 이 후보 쪽으로 이전되기보다는 윤 후보 지지율로 흡수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호남에서 윤 후보의 지지가 선방하고 있어 호남권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포착된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역대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 '90%' 이상의 득표율을 몰아줘 온 호남이 이번만큼은 '묻지마 투표'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이 호남에서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정체 국면을 타개하고자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조건부 특검 수용 등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은 그간 야권의 특검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강력히 고수해온 바 있다. 아울러 강점인 '행정 정책'으로 2030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을 짜고 준비 중이다.
아울러 강점인 '행정 정책'으로 2030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을 짜고 준비 중이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가상자산을 고리로 '2030' 구애에 나서며 젊은 세대의 불만을 달래고 청년·미래 어젠다 선점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 후보 본인은 일단 "과거보다 미래, 보복보다 민생"이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하게 추진하는 등 성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오는 12일 부산·울산·경남권을 시작으로 8주에 걸쳐 전국 8개 권역을 훑는 민생 행보에 나선다. 지역 현안을 주제로 한 타운홀 미팅과 함께 청년층과의 교감에 방점에 찍힐 예정이다.
이에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만난다고 해서 그 마음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들의 문제점을 듣고 꾸준히 소통하는 방법을 찾자는 측면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했다.
여기에 이 후보는 20대 남성을 겨냥해 연일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글을 당 안팎으로 공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며 '이대남' 표심 사냥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도 이 후보의 공약에 한국형 모병제(징·모병 혼합제)의 단계적 시행을 넣을 것인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