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혼한 딸 다혜 씨가 청와대 관저에서 1년가량 거주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 유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에선 "대통령 아빠 찬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전경. /임영무 기자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野 "대통령 아빠 찬스", 靑 "부적절한 일 없다", 與 "아빠 찬스는 부적절"…일반 국민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지난해 말 태국에서 아들과 함께 입국해 청와대 관저에서 1년가량 거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장 야당에선 결혼을 해 독립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다혜 씨 재산공개도 거부했는데,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청와대 관저에 거주하는 것은 '아빠 찬스'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청와대는 경호상의 이유로 청와대 거주 유무 자체를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며 사실상 해당 사실을 시인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습니다.
관련한 보도가 지난 8일 나온 직후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집무와 주거, 외빈 접견 등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에 미성년자도 아닌 대통령의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게다가 문 대통령은 2020년 12월 말 기준 재산 내역을 신고하면서 다혜 씨와 그 아들의 재산내역에 대해 독립생계 유지를 명목으로 고지 거부했다. 수차례 주택을 매매하며 말 그대로 독립생계가 가능한 대통령 딸은 어떤 이유로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지 청와대는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26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이 정권이지만, 정작 대통령 가족조차 얻은 해답은 '부모 찬스'였던 모양이다"라며 "국민들의 고통 속에서도 '부모 찬스 DNA'는 이 정권의 전유물이란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대통령과 그 가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경호 안전상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가족의 경호 및 거주와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가 전부였습니다.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한 부정적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늘 비슷했는데, 이번에도 궁금증을 다 해소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설명과 문제가 없다는 일방적 주장만 내놨습니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를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1639만 원입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일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결혼한 주변 친구, 지인, 후배들은 대부분 내 집은커녕 전세도 구하지 못해 반전세를 가장한 '월세살이'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고소득자인 의사도 있는데, 그 친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서울, 경기도는 내 집뿐 아니라 전세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지난 2017년 5월 8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 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하지만 다혜 씨는 보유한 집이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혜 씨는 2018년 4월 남편 서모 씨 명의로 돼 있던 서울 구기동 빌라를 증여받았다가, 3개월 만에 매도한 뒤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후 해외에 머물던 2019년 5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다가구 주택을 7억6000만 원에 매입, 귀국한 뒤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올 2월 9억 원에 팔았습니다.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공개를 거부해 다혜 씨의 정확한 재산 내역을 알 수는 없지만, 올 초 9억 원에 보유 주택을 매각한 만큼 국내에 거주할 주택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력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집무와 주거, 외빈 접견 등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에 거주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아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자녀를 둔 역대 대통령 사례를 봐도 독립생계를 유지하면서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대통령의 자녀가 청와대 관저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결혼한 자녀가 청와대에서 아버지인 대통령과 동거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청와대에 미성년 자녀가 아닌 독립된 생계를 유지하는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것은 국민 정서적 차원에선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일반 국민이 감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혜 씨의 청와대 거주 논란은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다시 나왔습니다. 이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내역 신고를 거부한 다혜 씨의 청와대 거주에 법 위반은 없다는 (청와대의) 말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국민이 이 부분을 불편하게 보는지 생각해 봤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실장은 "국민 눈높이에 따라 여러 생각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자녀가 부모와 사는 게 '아빠 찬스'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제 주변에는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없지만, 유 실장 말대로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집이 있던 결혼한 자녀가 집을 팔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로 들어가서 사는 것은 아빠가 대통령이거나 관사가 있는 고위 공직자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사례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의 가족 아빠 찬스는 지나치다"라며 "가족이 관저에 사는 것으로 아빠 찬스라고 비판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대통령 딸의 자택 매각 후 청와대 관저 거주가 야당과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특별한 일'이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셈입니다. 물론 청와대가 말하지 않은 다혜 씨가 청와대 관저에 거주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세금이 들어가는 특별한 사례에 대한 야당의 질문에 별다른 설명 없이 "부적절한 일은 없다"는 짧은 해명은 너무 아쉽습니다.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잠시 잊힐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떳떳하다면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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