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디어특위' 잠잠…이재명, '언론중재법' 처리 시동 거나
입력: 2021.11.08 05:01 / 수정: 2021.11.08 05: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지난 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지난 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 후보. /이선화 기자

李, '검언개혁 집회' 고심 끝 참석…"언론개혁과는 분리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가짜뉴스 피해 방지법'이라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 직전까지 밀어붙였던 여당이 최근 잠잠하다. 국내외 여론과 시민단체 비판에 한발 물러서면서 야당과 합의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미디어특위)는 한 달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가짜뉴스 엄벌'을 천명하고 있지만, 대선 정국에서 급진적 행보는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당 내부에선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디어특위는 지난달 29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국회에 설치하기로 한 임시 논의 기구다. 이곳에서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과 신문진흥법, 방송법 등을 '패키지'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특위에 여야 9명씩 총 18명 위원을 구성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특위는 합의 이후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출범도 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는 국정감사 일정을 이유로 논의를 미뤘다. 다만 여야 9명씩 특위 위원 구성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구성을 완료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는데 아직 발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제도개선특위는 한 달이 넘도록 출범도 못 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치고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제도개선특위는 한 달이 넘도록 출범도 못 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치고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특위가 열리더라도 언론중재법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확정되면서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특위 논의는 더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론중재법 개혁안을 강하게 주장하는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언론개혁법 논의에 관심이 없었다. 특위 구성을 미루고 있는데, 그럼 언론중재법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합의를 또 안 지키고 있으니 박병석 국회의장이 결단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 활동 시한이 두 달도 안 돼 합의 도출에 실패한 '8인 협의체'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당시 여야는 4명의 국회의원과 언론계 인사 4명으로 구성된 8인 협의체를 꾸려 언론중재법을 논의했으나 마지막 회의까지 핵심 쟁점인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이와 관련, 언론 5개 단체는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즉각적인 언론 특위 구성과 상설 자문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가짜뉴스 엄벌'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이재명 후보가 야당의 반발을 뚫고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언론의 명백한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며 "언론의 특권이 범죄를 할 수 있는 특권,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는 특권으로 변질되지 않게 하는 장치가 꼭 필요하겠다"고 당 지도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가짜뉴스 엄벌 관련 제도 개선을 주장하지만, 당 내부에선 급진적 행보에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출처=검언개혁촛불행동연대
이 후보는 '가짜뉴스 엄벌' 관련 제도 개선을 주장하지만, 당 내부에선 급진적 행보에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출처=검언개혁촛불행동연대

이 후보는 지난 6일 시민단체 59곳이 연합한 검·언 개혁 촛불행동연대(촛불연대)의 4차 집회에 특별대담자로도 나섰다. 촛불연대 측이 후보에게 출연을 요청했고 후보가 승낙하면서 이뤄졌다. 촛불연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10만 국민입법청원 운동과 조선일보 대선 개입 차단, 언론 개혁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후보가 선대위 출범 후 첫 주말 일정으로 검·언 개혁 촉구 자리에 참석하면서 여당이 '언론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여전히 신중론에 무게를 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 외연 확장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민생과 거리가 먼 개혁 이슈를 강조하면 중도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언론중재법을 강행한다고 해도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던 만큼 여당이 추진했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대위 비서진은 이 후보의 집회 참석을 두고도 행사 전날까지 전략적 부담감에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시기가 적절한가에 대해 검토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약속했으면 참석하는 게 맞다. 이 후보가 정면돌파형이라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집회 참석과) 언론 개혁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중재법에 대해) 후보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당에서도 하자는 분위기는 분명한데, 이걸 밀어붙일 것인지는 잘 판단해보자는 것이다. 후보 혼자 정치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갖고 있으니 언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 여론이 유리해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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