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웹툰 작가들과 간담회에서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웹툰을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21회 만화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정치권 "직설 화법, 논란 안 만들도록 연습해야"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토론의 달인으로 불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리스크에 직면했다. 큰 고비였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국정감사에서 정면돌파를 가능케 한 '말솜씨'로 연일 실언을 쏟아내며 구설에 오른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설익은 정책 행보도 대선 주자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인선을 구성하는 등 대선 레이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달아 쏟아 내는 정책 발표와 실언 논란으로 다시 한번 '리스크'에 부딪쳤다. 지난 3일 웹툰 작가들과 간담회에서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웹툰을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야권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기대가 없고 따로 논평할 가치도 없다"며 "그런 실언이나 국민을 실망시키게 하는 행동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윤영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이 후보의 사무공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길래 '오피스 누나'라는 제목을 보면서 왜 '확 끌리는 건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을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해당 웹툰 독자들은 "작품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며 '성명문'을 내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성명문에서 이들은 "부디 정치권에서는 단순히 작품의 제목을 가지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폄훼하는 발언을 해 작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후보의 지지율 취약층인 여성과 20·30 세대의 '표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이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 논란 등 경선 초반부터 젠더 감수성 문제를 꾸준히 지적받아온 탓이다. 이 후보와의 스캔들 주인공인 김부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을 직접 언급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
이 후보의 직설 화법이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한편, 비호감도를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주요 인물 개별 호감 여부' 항목에서 이 후보의 호감도는 30%에 불과하지만, 비호감도는 60%로 더블스코어 차이가 났다. 특히 18~29세에서 비호감도가 69%에 달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19~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후보 측은 해당 발언에 대한 과잉 해석은 자제해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작품의 좋은 점들을 얘기하는 중이었다는 상황을 설명하며 "청취자와 화자 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책 제목이 주는) 표현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측면을 고려해 대변인들이 각자 방송 등을 통해 사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신원시장을 둘러본 뒤 시장 내 고객편의센터에서 지역 화폐 관련 전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이 후보가 연일 당과 협의하지 않은 정책을 쏟아내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 내부에선 '당혹스럽다'라는 목소리가 있다. 그간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4일제' 정책을 잇달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이나 입장문을 통해 공식 발표하는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이 후보는 방문 현장이나 간담회 자리에서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을 사전 조율 없이 언급했다.
'실언' 논란에 이 후보도 직접 입을 열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식점 총량제' 등은 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기 위한 말들이었다"라며 "정치인이 공약, 정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현장과 의견을 나누고 경청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집권 여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은 주요 정책 공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이 후보가 평소 정리된 단어보다 설득력 있는 말을 쓰려는 습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색적인 말을 많이 사용해 비교적 솔직하다는 평을 들을 수는 있으나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기에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고 이 후보의 발언을 보완하고, 지지율 취약층을 겨냥할 수 있는 추가 인선이나 공약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에게 취약한 계층이 선호할 만한 공약과 인선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 공약과 차별점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해당) 문제로 여성 인선을 추가한다는 등의 계획은 아직 없다"라며 "여성을 따로 나누기보다는 현재 있는 청년위원회에서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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