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을 위한 '이재명 선대위'가 2일 공식 출범한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2, 3차 인선 예고…'양정철-이호철' 친문 핵심 참여 관심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이 막을 내린 지 3주 만에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닻을 올린다. 이재명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경쟁자 측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며 '원팀' 기조를 극대화했다. 이 후보가 밀어붙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당도 "뒷받침하겠다"며 보조를 맞췄다.
민주당은 1일 공동선대위원장, 상임고문단 등 본부장급 이상 선대위 첫 인선을 발표했다. '드림 원팀' 콘셉트에 맞게 대선 경선 경쟁자들도 모두 선대위에 합류했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상임고문단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명예선대위원장, 김두관·박용진·이광재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각 경선 캠프 주요 인사들도 핵심 직책을 맡는다. 이낙연 캠프 설훈·홍영표 의원과 정세균계 김영주 의원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특히 설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구속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등의 강경 발언으로 이 후보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경쟁자 측 인사들을 골고루 기용하면서 현재진행형인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재명 선대위에는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들이 모두 합류했다. 경선 후 이 후보와 회동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이들 외에도 이재명계 우원식·변재일 의원, 김상희, 김진표, 이상민 의원 등 5선 중진 의원으로 구성된 12명의 매머드급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후보자 직속기구인 특보단에는 이 후보 측근도 배치됐다. 총괄특보단장에 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과, 안민석 의원,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비서실장은 이재명 캠프의 박홍근 의원과 이낙연 캠프 최인호 의원이 공동으로 맡는다. 비서실 부실장에는 천준호·허종식 의원,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 이름을 올렸다.
선대위는 1차 인선에서 민주개혁 진보 진영을 결집하는 '통합 선대위' 구축을 마무리한 뒤 2, 3차 인선에서 청년과 여성 등 외부 인사 참여를 유도하고, 중도 확장과 외연확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선대위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꾸준하게 친문 핵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양 전 원장의 선대위 참여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당내 많은 요구와 요청이 있지만, 본인은 이번 대선에까지 굳이 나서야 하나 하는 자세가 강하더라"라고 전했다.
윤관석 민주당 사무총장은 "원외 인사나 캠프에 참여한 다른 분들에 대한 인사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캠프와 선대위 출범 전까지 이 후보 수행실장을 맡아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남국 의원이 1차 인선에 포함되지 못해 눈길을 끈다. 이 후보의 선대위 수행실장은 한준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외연 확장을 위해 김 의원과 거리 두기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은 이른바 '조국 백서'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친 조국 인사로 분류돼왔다. 지난 9월 여야 청년 정치인이 참여한 한 좌담회 생방송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규모인 만큼 선대위 구성이 매끄럽게 추진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선대위 인선 발표가 30분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최종 합의 과정에서 몇 명 연락이 안 되는 분들이 있어 연락을 받고 발표하는 바람에 늦었다"며 "오늘 논의가 덜 돼서 최종 발표가 안 된 것도 있는데, 그런 것도 마무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 분야 인선도 눈길을 끈다. 선대위 후보 직속으로 설치돼, 향후 부동산 대선 공약을 조율할 '부동산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이상경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이 후보가 언급한 부동산감독원, 불로소득 방지, 초과이익환수 등의 정책 과제를 공약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개발이익 환원제'를 주장해왔다. 그는 2019년 8월 국회에서 열린 '개발이익 도민환원제 정책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전담조직 신설이 중요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보면 법령과 같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경기도와 국회,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도민환원제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2022'에서 경제1분과를 담당했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하 교수는 규제 합리화와 정부의 확장재정을 강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밀어붙이는 정책에 대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습. /이선화 기자 |
아울러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이 후보가 밀어붙이는 정책들도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민생현장이 너무 어렵고,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 후보는 국민 1인당 30~50만 원 상당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재정 당국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선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 2일까지 예산이 확정돼야 되는데 한 달 좀 넘는 기간 동안 이 부분에 대해서 정기국회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정도 더 걷힐 예정이다. 이 재원을 기초로 국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히며 이 후보에 힘을 실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후보가 주장하는 개발이익환수와 부동산감독원 신설은 물론 최근 화두를 던진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손실보상 대상 확대, 주4일제 도입 등에 대해 "정책 의총을 활성화해 당론을 신속히 모으고 제도화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대위 출범 후 본격적으로 현실성·타당성을 고려해 정책들을 조율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2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KSPO) 돔에서 열리는 선대위 출범식에는 이낙연 전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 경선 후보들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 등 400여명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