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황무성·박철민=사기꾼·조폭'이 본질인가
입력: 2021.11.01 05:00 / 수정: 2021.11.01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배임과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들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전력을 부각하며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TF 3차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가운데).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배임과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들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전력을 부각하며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TF 3차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가운데). /남윤호 기자

메신저 공격 대신 사실 여부 중심으로 대응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요즘 정치권 행태를 보면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안상구(이병헌)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유력 대선후보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다. 그러자 언론은 일제히 조직폭력배 출신인 그의 범죄 이력을 들춘다. 결국 안상구가 제시한 증거는 신뢰를 잃으면서 비자금 사건도 흐지부지된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을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이라고 밝힌 박철민 씨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사업 특혜 대가로 20억 원 상당의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2018년 11월 자신의 사업 성과를 자랑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빙성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고, 사진을 전달한 법률대리인 장영하 변호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씨는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3일, 27일 장 변호사를 통해 이 후보가 이준석 코마 트레이드 대표에게 받은 차명 계좌 번호 등 뇌물을 받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감장에서 공개된 다른 '돈다발 사진'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목숨을 걸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허위폭로를 지시한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씨가 꽃뱀사기, 상해, 폭행, 마약 등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을 부각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알려진 박철민 씨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연일 사실확인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장영하 변호사 제공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알려진 박철민 씨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연일 사실확인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장영하 변호사 제공

이 후보를 둘러싼 폭로는 또 있다. 대장동 의혹이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2015년 1월 자신이 재직할 당시 의결했던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와 이후의 것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간다는 내용이 이후 '1822억 원'으로 고정됐다는 것이다. 또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정황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황 전 사장이 2014년 6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퇴종용 자작극설'을 제기했다. 또 공모지침서 내용이 바뀌었다는 그의 주장도 허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사기죄 수사와 재판 사실까지 숨기고 있었다"며 "그의 진술 전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부각했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다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정치권의 오랜 전략이다. 멀리 살펴보면 1992년 12월 당시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위해 부산 '초원복국'에서 정부 기관장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길 것을 모의했다는 폭로가 나왔지만, 오히려 '불법 도청'에 초점이 실리면서 김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 전 공모지침서를 변경해 이익 배분 방식을 고정 이익 환수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4월 업무대행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성남시 제공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 전 공모지침서를 변경해 이익 배분 방식을 '고정 이익 환수'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4월 업무대행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성남시 제공

이 같은 전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의 만남을 부각하며 '정치공작'이라고 반격했다. 언론은 조 씨가 채무불이행, 세금체납 상태에서도 고급 차을 타고 다닌다며 조명했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니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했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고발사주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진영 대결이 심해지면서 정치권에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바쁘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지지층에게 유효하다는 점이다.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탈 진실의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 진실로 받아들인다. 더 큰 문제는 재현된 현실만 맹신하게 되면서 지지자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고, 정치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은 사실 여부에 초점을 맞춰 유권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진정성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진실의 나침반은 비판적 사유뿐이다"라고 한 미국의 철학자 놈 촘스키의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명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첫째, 비판적 사유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모색하자는 것이고, 둘째 촘스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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