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역대급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지적과 정부의 해명이 나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 내외가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국회의 초점은 '대장동 개발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여야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한 정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여야의 평가는 달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2021년 국감의 주목할 만한 평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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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아픈 곳" vs 政 "오름세 주춤" vs 野 "대실패"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한국갤럽의 10월 4주 차 여론조사(26~28일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55%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부동산 정책'(36%) 실패를 압도적 1위로 꼽았고, 이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3%), '북한 관계'(5%) 등을 지적했다. 이중 여야는 이번 부동산 정책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출범 이후 지금까지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고, 여파는 수도권 및 지방으로도 번졌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윤호 대통령경호처 차장,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유 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제1차장. /남윤호 기자 |
◆유영민 "부동산, 가장 아픈 곳"…홍남기 "가파른 오름세 꺾였다"
지난 13일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이 2017년 분양한 서울 아파트 중 지난달 실거래된 아파트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평균 10억2000만 원 오르고, 128.5%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감 기간 청와대와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미묘하게 달랐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부동산은 우리 정부에서 가장 아픈 곳이기도 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부분이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부동산 시장이 아직 안정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도 "최근 부동산의 가파른 오름세는 일단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근거로 매매수급지수가 9월 셋째 주에 하락한 것과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상 주택가격전망이 9월에 하락한 것을 언급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 폭이 9월 둘째 주까지 오르다가 셋째 주에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새 아파트들의 희소성이 커져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분위기라며 즉각적이고, 획기적인 공급 확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민주당, 文정부 주택공급물량 역대 최고 수준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물량이 역대 정부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번 국감 기간 여당에서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주택공급 물량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17~'20년)의 수도권 연평균 주택 공급물량은 인·허가 28.2만 건, 착공 27.3만 건, 준공 28.1만 건이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인·허가 23.5만 건, 착공 18.1만 건, 준공 16.6만 건)과 이명박 정부(인·허가 24.9만 건, 착공 15.5만 건, 준공 19.1만 건)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주택공급이 많았다던 박근혜 정부(인·허가 29.6만 건, 착공 28.0만 건, 준공 20.6만 건)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치라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공공택지 물량에서도 앞선 정부들을 넘어섰다. 2020년까지 문재인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지정 면적은 5373만㎡로 노무현 정부 4,075만㎡, 이명박 정부 3,093만㎡, 박근혜 정부 297만㎡에 비해 훨씬 넓었다"라며 "여기에 추가로 아직 공공택지 지정 전 단계이지만 2·4대책의 후속으로 추진 중인 신규택지만 전국에 3811만㎡, 수도권 2957㎡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물량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공급 확대가 가장 효과적이며,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또 2030세대의 영끌 빚투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1일 국토부 국감에서 "2017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자금조달계획서 124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50% 이상 대출은 2.4배, 60% 이상 대출은 3.6배 증가해 증가율이 높았고, 2030세대의 33%는 대출을 끼지 않고 부동산을 구매했는데 이것의 상당수는 갭투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라며 "결국 2030세대가 자기 돈으로 집을 산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출받은 분들은 지금은 저금리이니 상관이 없는데, 금리 인상이 되면 젊은 청년들의 부담이 커질 것 같다. 늘상 말하지만 근본 대책은 공급 확대"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근본적으로 공급이 원활하게 돼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고, 그다음에 내 집을 갖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 우리가 사회적인 지원,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 수준으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준(오른쪽 세 번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야당, 부동산 정책 실패 맹폭
반면 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토부 국감에서 "집값 폭등은 잘못된 판단과 실기 때문"이라며 "김현미 전 장관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고 했다가 2020년 8월에 8·4대책을 내놨고, 변창흠 전 장관은 올해 2·4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급을 확대했다"고 꼬집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을 갈라치기 해 집을 가진 자를 '악'으로 규정해 규제를 강화하고, 임대임과 임차인을 싸우게 했다"라며 "26번의 부동산 대책은 모두 헛발질이었고, 그 결과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 장관은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라 송구스럽다"라면서도 "변명 삼아 말하면 최근 집값 상승을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고, 공급의 지역별 미스매치가 있었다. 지난해 8·4대책, 올해 2·4대책을 통해서 도시 내 주택공급 확대 쪽으로 잡아가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 금융 정책과 결합해서 최근 상승세가 반전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확고한 안정세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주거 안정의 실현을 지원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실적 부풀리기에 바빠 계층별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입임대주택 공가와 공가율은 2018년 1920호, 2.1%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5785호, 4.0%로 공가는 3배 증가했고, 공가율도 2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LH가 공급실적에만 급급해 계층별 수요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임대주택을 공급해 텅텅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계층별 수요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는 임대주택 공급과 지원으로 정책 효과를 높이고 놀리는 임대주택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국정감사가 대장동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여야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쟁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도 나왔다. /더팩트 DB |
◆정부 주택공급량 목표치와 다른 현실
정부가 올 7월 대국민 부동산 담화와 지난해 11·19전세대책 등에서 발표한 주택공급량이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것도 확인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주택공급실적과 아파트 입주예정 단지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올해 주택공급량은 약 39만 호로, 이는 정부가 밝힌 주택공급계획량 46만 호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공임대 주택의 경우 정부는 내년까지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분석 결과 36%에 불과한 4만1000호에 그쳤다. 공급 시점을 발표한 직후인 11월부터 설정해도 공급량은 총 5만9303호로 계획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유형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건들이 있었다. 민간공급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공급량은 더 낮을 것"이라며 "매번 반복되는 거짓 부동산 통계와 엉터리 부동산 전망에 근거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가능한 빨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과 관련한 유의미한 국회의 평가 시도는 거의 없었다. 대신 의원들은 상대 정당의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 공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 3월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열린 국감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 정부의 마지막 국회 차원의 국정 운영 평가가 미비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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