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靑 "교황 응대, 의례적 수사 차원이 아니라 특별히 달랐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9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한 가운데 면담은 시종 밝은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누면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교황의 유머스러운 멘트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 수행원들은 '파안대소(破顔大笑)' 했다는 후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친근한 화법으로 '언제든지 다시 오십시오(ritorna)'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ritorna'는 아마도 영어의 'return(돌아오다)'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인 것 같은데 매우 친근한 사이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라며 "통역을 한 한국인 신부는 교황께서 ritorna라는 표현을 쓰신 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의미로 이례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역을 한 신부에 따르면 오늘 교황의 표정이 굉장히 밝고, 또 만족스러워했다"라며 "의례적인 수사 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오늘 특별히 다르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9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아울러 "굉장히 유머도 있으셨다"라며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세례명이 '프란치스코'다. 이를 문 대통령이 소개할 때 말했는데, 그랬더니 교황이 막 웃으면서 '그러면 프란치스코 주니어' 이런 말씀도 하시고 해서 매 순간에 저희를 '파안대소'할 수 있는 멘트도 교황이 하셨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이 선물한 '평화의 십자가'에도 상당한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DMZ(비무장지대)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평화의 십자가와 제작 과정을 담은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선물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USB를) 꼭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행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9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동기념메달을 선물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한 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면담을 갖고 한-교황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