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이재명의 설익은 '주 4일제', 지지자들도 '갑론을박'
입력: 2021.10.30 00:00 / 수정: 2021.10.30 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익은 주 4일제 음식점 총량제를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익은 '주 4일제' '음식점 총량제'를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지라시…劉 "洪캠프 비겁한 짓 마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다음 달 2일 선대위 출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주 4일제' '음식점 총량제'를 꺼내면서 야권은 물론 같은 당으로부터도 지적을 받자,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12·12 군사 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등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 등으로 국가장 여부를 놓고 찬반이 갈렸다. 이 외에도 이 후보와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의 단일화 소문으로 양측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주 4일제·음식점 총량제'에 李 지지자 "똥볼 찼다" vs "응원하자"

-이 후보가 주 4일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하면서 정치권이 들썩였지?

-맞아. 사실 주 4일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먼저 제안했고,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어. 이 후보는 이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그쳤지만 집권당 대선 후보인 만큼 파장이 커.

-당 내부 반응은 어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라서 당은 공약화에는 선을 긋고 있어. 다만 주 4일제에 대해선 당 내부에서도 긍정 여론이 우세한 듯해. 이 후보 캠프 소속이 아니었던 의원 2명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모두 "주 4일제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어. 또 상대적으로 이 후보 지지율이 낮은 20·30세대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들을 겨냥한 정책으로 단계적 로드맵만 잘 마련하면 공약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주 5일제도 단계적으로 시행했는데 학창 시절 '놀토'를 기다렸던 때가 생각나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놀금'도 등장하겠지(웃음).

-그런데 오히려 이 후보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야. 팬클럽 대화방을 살펴보니, '표가 떨어질 수 있으니 발언을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 후보를 믿고 지지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어. 찬성하는 쪽은 "기본소득이 주어지고 쉬는 날이 많아지면 동네상권에 더 많이 쓸 테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 "주5일이 되면 국가경쟁력 떨어지고 기업 다 망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등 의견을 냈어. 특히 "임금은 줄겠지만 그 대신 기본소득이 있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연계한 주장이 인상적이었어.

-반면 "주 5일과 주 4일은 많이 다르다. 좀 더 신중히 준비해야 한다" "주 3일이든 주 7일이든 각자 알아서 하는 게 맞다. 정부 규제 없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8시간짜리 한 군데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버스 타고 이동해 두 군데 뛰어야 할 판"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어. 그러자 한 지지자는 "후보가 말하는 걸 외면하자는 말인가. 설사 잘못된 정책이라도 응원하고 지지해서 좋은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점검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남윤호 기자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점검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남윤호 기자

-음식점 허가총량제는 더 뒷말이 무성한 것 같던데.

-맞아, '음식점 허가총량제' 발언은 이보다 더 논란이 되고 있어. 야권이 비판하는 것처럼 자칫 국가가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통제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야. 의견을 물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자영업자 과잉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차원에서 이야기했을 뿐, 말이 와전된 것"이라거나 "허가총량제까지는 아니어도 자영업자 문제에 국가가 선을 그어줄 필요는 있다"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어. 이 후보 지지자들도 "똥볼 찬 발언이었다.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 "없던 일로 해야 한다. 가난해서 먹고살려는 사람도 많다. 잘못하면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어.

-이 후보 특유의 극단적 화법도 구설에 올랐어. 그가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하면서 "(자영업 실패로)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거나 자영업자들을 '불나방'으로 비유하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그런 일들을 막아야 한다"고 한 발언들이 막말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8월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부정식품의 경우 없는 사람은 더 싸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해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 극단적 화법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도긴개긴 아닌가 싶어.

-이 후보 측은 진화에 나섰어. 방송인으로도 알려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까지 소환하며 그가 2018년 국정감사 중 '자영업자 진입장벽'에 찬성했다는 취지로 방어에 나섰어. 다만 당시 백 의원은 허가총량제가 아닌 창업 희망자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제 등을 도입하자고 했던 것이라 의미가 달라 보여.

-이 후보 선대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

-맞아. 경선이 끝나고 2주 만에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을 가진 이후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 장관, 박용진·김두관 의원과 연쇄 회동을 하면서 모두 선대위로 영입했지. 취재진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이들의 협력 정도에 따라 회동 장소나 시간도 찻집, 여의도 식당가, 의원실, 차담과 오·만찬으로 나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 다음 달 2일 선대위 출범식을 여는데 표방한 대로 '용광로 선대위'가 잘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종반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단일화 지라시가 돌면서 이목이 쏠렸다. 지라시에서는 홍 의원이 유 전 의원에게 총리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유 전 의원은 홍 후보 캠프에서 비겁한 짓은 안 해줬으면 한다며 불쾌해 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종반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단일화 지라시가 돌면서 이목이 쏠렸다. 지라시에서는 홍 의원이 유 전 의원에게 총리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유 전 의원은 "홍 후보 캠프에서 비겁한 짓은 안 해줬으면 한다"며 불쾌해 했다. /남윤호 기자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경선 완주!

-벌써 국민의힘 본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네. 그런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단일화' 설이 돌아서 눈길을 끌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주 초반 홍 의원이 유 전 의원에게 첫 총리를 제안했다는 글이 확산했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퍼졌는데, 구체적으로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참모진에서 오가고 있다. 두 후보도 이번 주 만나 단일화 관련 협의를 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어. 그런데 누가 유포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도 그럴 것이 홍 의원은 윤 전 총장과 2강으로 거론되잖아. 3위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과 손을 잡는다면 윤 전 총장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럴싸한 '단일화' 설이었다고 봐. 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그동안 연합 전선을 형성하는 듯한 모습이었잖아. 윤 전 총장을 정조준하고 협공하는 식으로 말이야.

-유 전 의원 측 반응은 어땠어?

-유 전 의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으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어. 지난 27일 유승민 캠프는 "단일화는 없다"면서 "그 출처를 반드시 찾아내 엄벌할 것"이라고 했어. 촌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일부 매체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관련한 기사가 나온 영향 등으로 두 후보 간 단일화 '설'이 가라앉지 않았어.

-급기야 유 전 의원이 나섰지?

-맞아. 유 전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대국민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지라시'와 관련해 "홍 후보가 단일화를 하고 싶으면 본인이 사퇴하고 제 지지를 선언하라"며 완주 의지를 밝혔어. 특히 "홍 후보 캠프에서 비겁한 짓은 안 해줬으면 한다"고 했어. 해당 '지라시'의 출처가 홍 의원 쪽이라는 시각을 내비친 거로 읽혀.

-유 전 의원이 직접 홍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을 닫으면서 해당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여. 다음 달 5일 전당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할 후보가 선출되는데, 각 후보 모두 완주 의사가 강하기 때문에 단일화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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