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윤석열(왼쪽부터)·원희룡·유승민·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尹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질문에 元 "모른다" 洪 "딱하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27일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또다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고, 홍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역공을 가하며 상대를 머쓱하게 했다. 캠프의 영입 인사를 두고도 기 싸움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 춘천 GI 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 TV 토론회에서 전날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찰 출신 경쟁 주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소속 검사 등에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재임할 때 벌어진 일이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송 대표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녹취록도 다 나왔는데, 이 정도 증거로 소환을 못 한다는 건 이해 못 한다"고 발언한 이후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는 식이다. 송 대표가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압박 수위가 덜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게 "이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느냐"라며 "체포영장이 기각된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처음 봤다. 27년 법조 생활하면서 정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원 전 지사는 "구체적으로 뭘 물어보는 건지, 저에게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태를 보면서 송 대표는 소위 81학번 연세대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 세력의 대표적 인물"이라면서 "민주화 세력들이 민주화 자처 세력들이 검찰 개혁이라 쓰고, 검찰 장악이라 읽는 위선과 권력 탐욕 현장을 보는 듯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분노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말한 부분의 각론은 잘 모르고, 총론 부분에 대해서 부당한 압박에 대해 맞서서 당당히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계속했다. 그는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해서 성명불상자라고 작성하고, 손 검사가 영장실질심문에 응하게 한 것 자체가 (공수처가) 직권남용을 한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싸늘했다.
원 전 지사는 "잘 모르겠다"고 힘주어 말한 뒤 "윤 전 총장도 '경제적 공동체'니, '직권남용 확장 적용'이니, 그렇게 우리나라 죄형법치주의에 있어서 매우 근본적 논쟁의 중심이니까 묻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27일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또다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사진은 지난 15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 당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에게도 "(민주당의) 선거 개입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는 대선 토론장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 전 총장은 "남의 당 대표가 우리 당 경선 일정을 감안해서 국민의힘 후보 결전 전에 빨리하란 게 (토론에서) 못 다룰 주제냐"고 발끈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정책 토론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라면서 "본인이 수사할 때는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수사 당할 때는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 좀"이라며 응수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을 향해 "지도자가 돼서 갈등을 풀고 끌어나가기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조차도 등지는 사람이 많은데, 왜 주변에 배신자가 많은가"라며 "저는 정치 초심자지만 많은 분이 (찾아) 온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30명이 넘는다. 2명에 그친 홍 의원을 의도적으로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계파를 만들지도 않았고 속해본 적도 없다. 나는 26년 동안 단 한 번도 계파의 졸개가 돼 본 적이 없다"면서 "26년 정치하면서 내가 키운 사람에게 배신은 두 번 당해봤지만 남을 배신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 진영에 가 있는 어떤 분은 내가 행정부지사로 3년 데리고 있었고 국회의원 되는 데 전적으로 밀어줬다"며 "(그가) 윤 후보 진영으로 붙어서 낮에는 윤 후보 진영에 가고 (밤에는) 나에게 오길래 이중 생활하지 말고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지난 3월에"라고 밝혔다. 한때 자신의 측근으로, 윤석열 캠프에서 총괄부실장을 맡는 윤한홍 의원을 거론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본인이 동료, 후배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독선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많이 있는데 그리 생각 안 하냐"고 묻자, 홍 의원은 "내가 이해한다. 윤 후보 진영에 가 계신 분들은 구태 기득권 정치인 전형"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단 분(윤 전 총장)이 사람들 끌어모으는 것은 10년 전 구태 정치인들이 하던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선대위원장 중 한 명도 대단한 분이 (홍준표 캠프로) 갔더라. 더는 인신공격 같으니 말하지 않겠다"고 하자 홍 의원은 "인신공격 이미 했다. 답답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