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간 신경전이 갈수록 가열 양상을 보인다.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사진취재단 |
막말 리스트에 가족까지 소환…정책 경쟁 뒷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이 열흘 앞둔 가운데 대선 주자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양강'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정치 혐오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기 싸움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홍 의원 측은 24일 '윤석열 실언·망언 리스트'를 발표했다.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며 '1일 1실언' 별명까지 생긴 윤 전 총장의 실책을 재차 드러내면서 대선 주자의 자질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6월 27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이후 "내 장모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라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재조명하는 식이다. 윤 전 총장 장모 최모 씨는 7월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이명박·박근혜 생각하면 마음 아파"(두 전 대통령 구속의 일등공신)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경제 개념 부족)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노동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있다.
홍 의원 측은 "장모 비리, 부인·장모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 성남 대장동 SPC 대출 비리 수사 은폐 의혹 등 온갖 규명되지 못한 의혹에 더해 윤 후보의 입 또한 본선에서 우리 당 지지율을 하락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한가득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대선이 비호감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두 후보 캠프는 최근 상대 후보의 '막말'과 '실언' 모음집을 배포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벌였다.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캠프도 "홍 후보의 막말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 '홍준표 막말 리스트'를 공개하며 반격했다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탄핵을 당해도 싸다" 등을 소개했다.
이도 모자라 두 후보는 상대 후보 부인을 끌어들여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24일 "선거는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며 홍 의원의 배우자 이순삼 씨가 후원회장을 맡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소환 대기 중이라 공식 석상에 못 나온다고 받아쳤다.
이처럼 이전투구식 사생결단의 감정싸움이 격화하면서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투표하고픈 후보가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적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책 경쟁과 상호 검증의 건전한 공방이 뒷전으로 밀린 영향이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의 비호감도는 각각 59%, 62%였다. 호감도(31%, 28%)보다 훨씬 높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는 60%로, 호감도(32%)보다 두 배에 육박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 간 지나친 비방전은) '서로 한 방씩 주고 받는 일'로, 자충수에 가깝다. 서로 때리고 맞으면서 경쟁력을 갉아먹는 싸움"이라며 "두 후보의 공방은 지나치지만, 두 사람 외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서로 자살골을 넣더라도 효과는 비슷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