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형수 욕설' 등 사생활 논란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경기 지역 경선이 열리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후보의 욕설 음성 파일이 공개돼 분위기가 격앙됐다. /뉴시스 |
선관위 "위법 아냐"…洪 캠프 "진지하게 검토한 바 없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본선에 들어가서 선거 시작 사흘 동안 전국 유세차에 이재명 지사가 한 쌍욕, 그것만 틀어버리면 대통령 선거는 끝난다."(2021년 9월 10일,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출되면서 본선에서 '욕설'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유세 차량에서 해당 욕설 음성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다만 '네거티브 프레임' 역풍이 불 수 있어 야권이 실제로 욕설 논란을 공세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가 당장 직면한 '대장동 의혹' 외에 '형수 욕설' 등 사생활 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보가 본선 링 위에 올라가면 야권 난타가 심해지면서 부정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보좌진, 당직자 익명 게시판 '여의도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지난 13일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한 우려 섞인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10년차 국회 보좌진이라고 밝힌 인물은 "당의 미래가, 내년 대선과 지선이, 이 나라가 너무 암담하다"며 "정책, 비전, 추진력, 행정력 모든 면에서 그가 월등한 인물이라고 쳐도 음주운전과 형수쌍욕. 그 두 가지만으로 인정 못 한다"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지난 9일 경기도 합동연설회장에는 극우 지지자가 차량을 통해 '형수 욕설' 음성을 틀면서 소란이 벌어진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서도 글쓴이는 "참담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야권 '2강' 중 한 명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0일 이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승리를 장담하며 "본선에 들어가서 선거 시작 사흘 동안 전국 유세차에 이 지사가 한 쌍욕만 틀어버리면 대통령 선거는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마 안 들은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말로만 들었겠지만 실제로 원본 파일을 틀어버리면 그 선거는 하나마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홍 의원의 '욕설 공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역임했던 홍 의원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형과 형수에게 욕하는 사람을 도지사 시킬 수 있나. 유세차에 욕설 음성 파일을 틀면 된다"며 이 후보를 거듭 공격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관련 음성 파일을 '후보자 검증 시리즈 1탄'이라며 당 공식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해당 음성 파일은 이 후보가 지난 2012년 7월 친형, 형수와 통화한 녹음 편집본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당 홍보본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후보자 검증 차원"이라며 "부도덕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해당 음성파일을 당 누리집에 공개한 것에 대해 "'공공의 이익과 관련,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5월 24일 24일 오후 3시 당 공식 홈페이지에 이재명 후보의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을 게재했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
이 후보가 민주당 제20대 대선 주자로 본선에 올라오면서 2년 전과 같은 공방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2018년 때처럼 정당이 음성파일을 누리집 등에 올리는 것 외에 선거 기간 유세 차량을 활용해 공개하는 것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선관위는 유권해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018년 당시 논란이 됐던 파일을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량을 활용해 (공개하는 것도) 공직선거법상 제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다른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따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선에서 야권이 당 차원에서 이를 실현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통화에서 유세 차량을 활용한 '욕설 음성' 공개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보지 않았다"며 "(홍 후보의 발언은) 그만큼 이 후보가 흠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게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 대다수 국민에 '욕설 파일'의 존재가 알려진 상황에서 파급 효과가 낮을 뿐 아니라, 공당으로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욕설 음성을 틀 경우 자칫 '네거티브'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합법성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2018년 지선 당시 한 지역 언론은 해당 파일을 이 후보의 친형으로부터 받아 기사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녹음파일 공개 동기는 원고 비방을 위한 것으로 공공이익 동기는 명목상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해당 언론사에 15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이 후보도 "후보 비방에 해당하는 글은 당연히 명예훼손 대상"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욕설 논란이 공직자의 자질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이익에 부합한다면 명예훼손이 안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야권 지지자들을 통해 욕설 논란이 확산하더라도 당 차원에서 이를 확실히 차단할 방안은 없어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이 직접 틀지 않더라도 저쪽 지지자들이 틀고, SNS를 통해 퍼져나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욕설 음성의 파급력에 대해선 "욕설을 접하더라도 가정사 배경을 알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쪽과 "들으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