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국정감사 주 질의를 마친 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찾아간 이 지사(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
배임·후보직 사퇴 공세에도 "허허" 웃으며 여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지만, 예상과 달리 1차전은 '맹탕'으로 막을 내렸다.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배임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측근 연루설 등 맹공을 퍼부었지만,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한 방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대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해 측근 비리 연루설 등에는 사과하고 배임 및 조폭 연루설, 변호사 대납 의혹 등에는 강하게 반박하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감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관련 공직자 일부가 오염되고 민간 사업자가 유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특히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낀다"고 선방을 날렸다. 국민 공분을 산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정치적·법적 책임은 없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이 후보의 이같은 국감 전략은 국감장에 들어가서도 눈에 띄었다.
손팻말을 들고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이 지사. /국회사진취재단 |
◆"대장동 '그분'은 돈 나눠 가진 사람" vs "아수라의 제왕"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의 배임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을 소유한 '그분'은 돈을 자기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그분이 쓰고 싶은 곳에 쓰고자 할 때 그분의 의사대로 지배력을 행사하면 그게 곧 그분의 돈"이라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그분'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야권에선 '그분'이 이 후보라고 주장하며 배임 혐의의 근거로 들고 있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 출신으로 '대장동 저격수'로 떠오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 "명백한 배임 아니면 최소한 직무유기"라며 "(이 지사가 당시 시장으로서 대장동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나, 안 받았나"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2016년 개봉한 '아수라'는 가상 도시 '안남시'의 도시개발 둘러싼 정치인과 경찰의 부정부패 등을 다룬 영화다. 서 의원은 대장동 의혹을 '아수라'에 빗대며 "대장동 게이트를 설계하신 분이 이재명이고 실무자는 유동규"라고 공세를 펼쳤다.
배임 주장에 대해 이 후보는 "제가 거의 처음으로 공공개발을 시도했고, 절반의 민관합작으로 개발 이익을 환수했는데 그렇다면 100% 민간 개발 이익을 갖게 한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장과 중앙정부기관 인허가권자는 다 배임죄일 것"이라며 "이 사건은 배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야권 의원들의 고성과 추궁에도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돈을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누는 자=도둑' 등 준비한 여러 손팻말을 제시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국민의힘 의원이 '그분'을 언급하자 "우리나라에 개발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너무 많은데 그 뒤에는 이권, 정치 세력, 관료 세력이 있다"며 "바로 '그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분은 돈을 나눠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척 회사가 10년 전 경기도 양평에서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인허가 상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이나 부산 엘시티 분양 특혜 의혹 등을 언급하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면 특별검사를 실시하면 된다는 여당 의원 말에는 "당연하다"라며 동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며 관련 돈다발 사진을 공개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
◆변호사비 대납·조폭 의혹 반박
이 후보는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나, 조폭 연루설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야권은 대장동 개발 이익이 이 후보의 측근을 통해 대선자금 또는 변호사비용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5번 재판에서 선임된 사람은 개인 4명, 법무법인 6명"이라며 "변호사비를 농협과 삼성증권 계좌로 다 송금했고 금액은 2억50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담당 변호인은) 대부분은 다 사법연수원 동기나 법대 친구들"이라고 했다.
이어 "송금된 금액은 경찰이 다 조사할 것이다. 경찰, 검찰 압수영장 필요 없이 계좌 추적, 조회에 다 동의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조직폭력배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꺼내 들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던 박모 씨가 공익제보를 했다며 사실확인서와 진술서를 국감장에서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이 후보가 2007년부터 국제마피아파와 유착 관계에 있었으며, 국제마피아파가 사업 특혜를 받고 이 후보에게 약 20억 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후보를 둘러싼 '조폭 연루설'은 지난 2018년 7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불거진 바 있다. 이후 장기표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조폭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이 후보의 시장 집무실에서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사진을 공개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이번에는 '뇌물수수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주장에 이 후보는 헛웃음을 연발하며 "이렇게 했으면 (돈을 받았으면) 처벌을 받았을 것이고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명백한 허위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또 해당 사건은 2017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를 받았던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를 수사하면서 자신의 비위를 진술하라고 압박한 '표적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준석과의 인연은 사진 한 번 찍은 게 다이고, 그 사진도 페이스북에 제가 올렸다"며 "이준석이 (본인에) 20억 원을 줬다면 (검찰이 그것으로) 처벌했을 텐데 못 했다. 면책특권을 가지고 터무니없는 허위주장을 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검찰에서 얼마나 이준석 대표를 과잉 수사했는지를 찾아보니까 당시에 31번이나 검찰에서 불러서 조사했다"며 힘을 보탰다.
이 후보는 측근의 논란에는 거듭 사과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측근 논란에는 사과..."부하 오염돼 수치스럽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연루된 측근 인사들의 논란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어떻게 부패 사범을 사면하느냐"며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장동 의혹' 관련, 측근의 비리 연루가 밝혀질 경우 대선 후보 사퇴 입장에 대해서는 "가정적 질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이 100% 확실한 그분의 문제에, 국민의힘이 사퇴시킬 것인지 먼저 답하면 저도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대장동 사업 이익 분배와 관련해선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는 "민간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이익을 나눌 것인지는 제가 알 수도, 알려주지도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남욱 변호사 등 개발 이익을 가져간 인사들에 대해서도 "토건 세력 배제가 방침이었기에 자기들은 뒤에 철저히 숨었다. 3중 장막 뒤에 숨었는데 첫 번째는 (공모에 참여한) 은행 뒤에 숨었고, 그다음 (주주로 참여한) SK(증권) 뒤에 그 안에서도 특정금전신탁 안에 숨었다"며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유 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이 후보의 개입은 없었냐는 질문에도 "임명 과정은 잘 모르겠는데 임명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유 씨에 대해 "측근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어쨌든 그 사람이 저희 선거를 도와줬던 것도 사실이고 성남시와 경기도 업무를 맡긴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 그러나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며 "제가 청렴을 강조해서 제 가족이나 측근들은 없지만 제가 일을 맡겼던 부하 직원 중 하나가 오염돼서 정말 수치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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