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아들의 계속되는 범죄행위와 관련해 아버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책임을 묻는 '장용준 아버지 장제원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원 시작 7일 만에 19만7004명의 동의를 얻었다. 장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두 동생 사망하게 한 상근 선후임 사연도 관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부터 도입·운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민심이 담겨있다. 중복, 비방 등 부적절 청원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 3월 말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관리자 승인 후 청원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이전보다 공개되는 청원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십 건의 청원이 올라온다.
9월 1~29일 일평균 (주말, 공휴일 제외) 청원은 약 30건이다. 이중 청와대 답변 기준인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 동의'를 충족한 청원과 답변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국민 다수의 관심을 끈 청원을 모아봤다.
30일 기준 가장 많은 국민 동의를 얻은 청원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및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피의자의 친언니가 '가스라이팅 및 가정폭력으로 제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부사관의 처벌을 요구합니다'(23만6403명 동의)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청원에 따르면 피해자 A 씨 부부는 오랜 기간 연애 후 지난해 결혼했다. 지난 6월 직업군인인 남편 B 씨는 A 씨의 친정어머니가 신혼집 청소를 도와주고 저녁 술자리를 함께 가지던 중 술에 취해 갑자기 화를 내면서 "본인 명의의 집이니 아내와 함께 나가라"며 장모에게 캐리어와 이불, 옷을 던지며 폭력을 행사했다.
폭행에 대응하던 장모의 손톱에 의해 B 씨에게 상처가 생겼고, B 씨는 A 씨 가족에게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원한다며 현금 5000만 원 요구했으며, 장모를 폭행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B 씨가 한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장모를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언쟁이 오가는 끝에 지난 7월 28일 A 씨는 유언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장례식에서 B 씨가 감추려던 A 씨의 휴대폰을 확인한 청원인은 상상을 비상식적인 가스라이팅을 동생이 당해왔던 것을 알게 됐다며, 해당 내용을 설명한 뒤 B 씨의 처벌을 요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법에 규정되지 않은 가스라이팅 행위 자체만으로는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다.
다만 해당 청원이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은 것은 가스라이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관련한 처벌 규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두 번째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장용준 아버지 장제원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합니다'(19만7004명 동의)라는 제목의 글이다. 청원 시작 7일 만에 20만 동의에 육박한 이 글에서 청원인은 "장 의원 아들 장용준(활동명 노엘)의 계속되는 범죄행위는 장 의원이 아버지로서 그 책임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노엘의 범죄행위(무면허운전,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폭행, 공무집행방해, 상습범)에 자신감을 제공하고 있는 장 의원의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한다"고 요청했다.
노엘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낸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과 신원 확인 요구를 거부하면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엘은 지난 2019년 9월에도 서울 마포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와 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30일 노엘을 소환해 무면허운전, 음주측정불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장 의원은 "자식을 잘못 키운 아버지의 죄를 깊이 반성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윤석열 대선 캠프 총괄실장직을 사퇴했다.
캠프 총괄실장직을 넘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장제원 아들을 구속 수사 엄벌하라'(5만7338명 동의)는 청원도 관심을 받았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무소불위의 상류층 (범죄를) 봐주지 말고 엄벌해야 한다"라며 "조선시대도 아니고 양반 자식이라 봐주고 아버지가 관직에 있다고 봐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노엘의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세 번째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15만934명 동의)라는 글이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라며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문화재청 허가 없이 지어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해당 아파트가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고,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이 문제로 삼은 3개 아파트 단지 중 2개 단지는 30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행정법원이 건설사 3곳이 제기한 공사 중지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중 2건을 기각하고, 1건은 인용했기 때문이다. 공사를 계속하는 아파트는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인근에 주택을 건설한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청원은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대구 북구 대현동에 들어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12만7757명 동의), 남동생의 상근 선후임이 찾아온 이후 갑작스레 극단적 선택을 한 남동생과 선후임의 협박 속 사망한 여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손도끼를 들고 찾아온 상근 후임과 전역한 선임의 강요로 인해 죽은 막내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8만1401명 동의) 청원이 10만 명 안팎의 동의를 얻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울러 '화이자 백신 2차 후 남편 사망'(1만3435명 동의), '화이자 1차 접종 후 하루아침에 제 남편과 두 아이의 아빠를 잃었습니다'(3만2067명 동의) 등 심각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청원도 다수 올라왔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