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우려'…與, '언론중재법' 처리 내년으로
입력: 2021.09.30 00:00 / 수정: 2021.09.30 00:00
약 두 달 간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결국 본회의 상정에 불발됐다. 여야는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약 11회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애초 양당은 지난 27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언론중재법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연말까지 논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29일 언론중재법 협상을 위해 국회의장실에 모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 /이선화 기자
약 두 달 간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결국 본회의 상정에 불발됐다. 여야는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약 11회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애초 양당은 지난 27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언론중재법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연말까지 논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29일 언론중재법 협상을 위해 국회의장실에 모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 /이선화 기자

여야 '미디어 특위' 구성...국내외 부정 여론에 물러난 듯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한 달간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발됐다. 여야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언론중재법 논의를 이어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단독 처리를 예고했던 여당이 청와대와 국내외 안팎의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난 셈이다.

29일 여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위는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 제도 전반을 다루게 된다.

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안 통과를 기다리셨던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 민주당은 총력을 다해 언론개혁의 과업을 완수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번 특위의 활동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민주당은 책임 여당으로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지난 27일부터 사흘째 릴레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위한 정정 보도 및 반론 보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모았지만, 주요 쟁점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도입 여부를 놓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 손해배상 하는 기존 방안 대신 가중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국제사회 우려 등을 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사생활 핵심 영역을 침해할 경우'로 한정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조항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오전 까지만 하더라도 여당 단독 통과까지 시사했으나, 돌연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포기하고 국민의힘과 협의했다. 민주당이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유엔 등 내·외부적으로 있었던 비판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는 여야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오전 까지만 하더라도 여당 단독 통과까지 시사했으나, 돌연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포기하고 국민의힘과 협의했다. 민주당이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유엔 등 내·외부적으로 있었던 비판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는 여야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이날 여야 합의는 당초 9월 말 본회의 처리 의지를 강하게 밝혀온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결과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여야가 충분한 논의를 했다"며 법안 강행 처리 의지를 보였다. 여당 내부 강경파들도 단독 처리 강행을 요구했다. 개혁 성향 국회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오늘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해주시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여야 합의 이후 지금까지 11차례 충분히 협의했고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장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강행처리에 대한 암묵적 우려 표시도 언론중재법 처리 순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잇따른 우려 표시에 친문 의원들의 반대 의견은 강경파만큼이나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할 경우 '거여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도 민주당에겐 부담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내에서 신중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언중법을 오래 붙잡을 수 없고, 아직 21대 국회가 많이 남아있어 고려하자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 역시 민주당 내에서 고심하게 된 이유라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유엔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과 국내언론단체 등의 반대 의사가 언론중재법 순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중재법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신중론이 확산하면서 민주당은 지지층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출구 전략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자 사실상 퇴로 명분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국회 미디어특위 활동이 연말에 종료되면 내년 초 대선 국면에서 '언론 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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