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표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남은 경선이 예상보다 쉽게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투표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다는 이 지사. /이재명 캠프 제공 |
전문가 "남은 경선도 이재명이 절대적 우위"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남대전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뒤지면서 결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도 이 전 대표가 뒤집을 가능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6일 전북 지역 경선에서 이 지사는 54.55%를 득표하며 이 전 대표(38.4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호남 경선 최종 득표율은 이 지사가 53.01%, 이 전 대표 34.48%를 기록했다. 당초 호남권 경선은 전남에서 국회의원 4선과 도지사를 역임한 이 전 대표가 지역주의를 앞세워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이 지사의 '대세론'을 이기진 못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1차 호남대전 전남·광주에서 0.17% 차로 이 지사에게 승리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전북에서 크게 뒤져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호남권에서 큰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경선에서 표차를 좁힐 가능성은 매우 좁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표밭인 광주·호남에서 미세한 수치로 이겼는데, 이것은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민주당 경선 일정은 제주(10월 1일)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10월2일), 인천(10월3일·2차 슈퍼위크), 경기(10월9일), 서울(10월10일·3차 슈퍼위크)이다. 지금까지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광주·전남 단 한 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전 대표의 '결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선 수도권 경선 전, PK지역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PK에 연고를 두고 있던 김두관 의원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 하면서 이 전 대표에게 PK 지역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 상황을 두고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냉정하게 남은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이길 동력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남은 경선과 슈퍼위크에 집중해 "당원들의 표를 모으겠다"는 전략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남은 경선지가 수도권이라는 점을 들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세론이 더 우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7일 이 전 대표가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하는 모습. / 뉴시스 |
계속되는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도 이 전 대표에겐 부담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7일 TBS 의뢰로 24~25일 전국 성인 1006명을 상대로 조사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지사는 전주보다 6.4%p 상승한 30.0%를 기록하며 이 전 대표(12.5%)를 앞섰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연구소 누리집 참조).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화천대유 같은 문제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이긴 것은 이 전 대표의 지역주의 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앞서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아직 남은 경선과 슈퍼위크에 집중하며 결선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캠프는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선거인단 투표를 독려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 부위원장인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남은 경선의 전략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확보했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정확한 모집 인원수를 밝힐 순 없지만 다른 진영보다 월등하게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남·광주 투표율이 저조해 여유 있는 승리를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있을 슈퍼위크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보였다.
이 전 대표 측이 선거인단 기권표를 최소화해 득표수를 올리겠단 전략을 세웠지만, 수도권의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있다. 박 평론가는 "역대 투표를 분석할 때, 수도권은 추세에 따라가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다시 만회 할 수 있는 지역과 기회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