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수천 배 수익!' 추석 덕담?…"화천대유 하세요"
입력: 2021.09.25 00:00 / 수정: 2021.09.25 00:00
여권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신설 특수목적법인(SPC)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자본금의 천배가 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선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패러디물이 나온다. /SNS 갈무리
여권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신설 특수목적법인(SPC)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자본금의 천배가 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선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패러디물이 나온다. /SNS 갈무리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李 vs 李 '수박 논쟁'…尹 '청약통장' 말실수 빈축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는 야권의 총공세와 별개로 이른바 경선 뒤집기를 노리는 이낙연 전 대표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호남 대전을 앞두고 '명낙대전'이 격화하는 이유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방송토론회에서 난타전을 벌이면서 경선 레이스가 가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2차TV토론에서 홍준표 의원은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택 청약'에 대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3박 5일간 미국 순방을 마친 뒤 지난 23일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에서 '깜짝' 기자 간담회를 열어 언론과 소통했다. 취임 이후 첫 방미 일정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방미단은 '워터게이트 호텔'을 숙소로 잡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AMC(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AMC(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화천대유 덕담·오징어게임·수박까지 소환...고조된 '명낙대전'

-이번 추석 연휴 때 "화천대유하세요"가 덕담으로 오갔다고?

-한마디로 "수천 배 수익 내세요"라는 뜻이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억5000만 원이 4000억 원이 되는 마법' '투자금의 1000배 이상 대박 나고, 일확천금하라는 덕담입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보름달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이재명 경기지사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파일이 널리 공유되고 있어. 예전에 한 카드 회사 광고의 "부자 되세요" 문구가 유행어가 됐는데 그에 빗대면서 연휴 전 불거진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풍자한 거야. 보수 야당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 컨소시엄 참여 업체 '화천대유'가 소액 자본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점을 맹비판하고 있지.

-정치권에서도 이를 언급하면서 이 지사를 정조준했어.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화천대유의 막대한 수익률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화천대유하세요'라는 한가위 덕담이 오갈 정도"라고 했고,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지난 21일 유튜브를 통해 추석 안부를 전하면서 "이번 추석 화천대유하십시오. 절대 악담이 아니고 덕담"이라고 비꼬았어.

-이뿐만이 아니야. 젊은 층이 즐겨보는 넷플릭스 최고 화제작 '오징어 게임'이나 유명 영화를 빗댄 비판도 있어. 이낙연 캠프 김영웅 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징어 게임' 못지않게 추석에 화제가 됐던 화천대유는 이보다 두 배나 더 많은 1100여 배의 수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꼭 영화 '아수라'를 보는 기분"이라며 해당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선 이 지사가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어.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가상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강력계 형사가 비리와 위법을 저지르는 안남시장의 뒷일을 처리하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 영화야. 영화 개봉 때부터 성남시를 겨냥한 영화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어.

-이 같은 공세에도 이 지사 측은 수사에 적극 임하되, 특검과 국정조사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다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처럼 밈(모방력, 파급력을 지닌 정보 전달 단위) 형태로 누구나 아는 소재와 연계돼 빠르게 공유, 재확산하는 모양새는 이 지사 측에도 적잖이 부담될 듯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21일 유튜브 영상에서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비꼬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21일 유튜브 영상에서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비꼬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이 지사는 일명 '수박 발언'으로도 난감한 상황이잖아?

-맞아. 원래부터 이낙연 캠프에선 '수박' 용어에 민감해했어. 이 지사의 일부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수박'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이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을 일컫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 그러자 지난 16일 이낙연 캠프 대변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사용을 멈춰달라고 경고했어. 그런데 이 지사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며 직접 언급한 거야. '수박'을 둘러싸고 명낙대전이 불거지게 됐지. 이 지사 측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라고 설명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극우 진영 용어라며 캠프에서는 "굳이 그 단어를 직접 써야 했나"라고 지적했어. 다만 이낙연 캠프에서도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포스터(아래)에 광주 특산품 무등산 수박을 넣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멋쩍은 상황이 됐어.

-'수박 논쟁'은 두 캠프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치열한 호남 경선을 앞두고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터진 잡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야. 이전의 '백제발언' 때처럼 말꼬리 잡기나 흠집 내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와. 다만 일각에선 대장동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이 지사가 국면 전환을 위해 의도적으로 수박논쟁에 불을 지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어.

-갈수록 '대장동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별검사 도입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어.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지만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정쟁 성격이 강해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거야.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 일부는 또 '이심송심(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지원한다)' 논란을 제기하고 있어. 또 "민주당에서 호남 경선 일정과 투표 방법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경선 관리에도 볼멘소리가 나와. 호남 경선(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에서 이 지사는 대세론 굳히기를, 이 전 대표는 대역전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후 '명낙대전'은 또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전 포인트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대선 경선 2차 방송토론회에서 집이 없어 청양통장을 못 만들었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대선 경선 2차 방송토론회에서 "집이 없어 청양통장을 못 만들었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또 말실수…野 경선 신경전 고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23일 두 번째 TV토론회에 나섰어.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가나다순) 후보들이 출격했지. 예상대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 후보와 홍 후보를 향해 공세가 집중됐잖아. 특히 윤 후보는 또다시 말실수로 논란에 휩싸였어.

-맞아. 유 후보가 주도권 토론에서 윤 후보의 '군 의무복무자 주택청약 가점 5점' 공약은 자신의 공약을 표절한 것이라면서 "그 공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직접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은 있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집이 없어서 만들지 못했다"고 답했지.

-주택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만드는 통장이잖아. 아파트 분양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고, 실제 주택 분양의 성패를 가를 때 청약통장의 영향도 적지 않잖아.

-그렇지. 유 후보도 그 지점을 지적했어. "집이 없으면 (청약통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야. 윤 후보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거듭 말했어.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못 만들었다는 윤 후보의 발언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여.

-논란이 확산하자 윤 후보 캠프 측은 윤 후보가 주택청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어. ①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점 ②50세가 넘어서 결혼을 했다는 점 ③직업상(검사) 여러 지역으로 빈번히 이사를 다녀야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어. 하지만 해명 자체가 좀 궁색한 것은 물론이고 주택청약 자체에 관한 이해도나 관심이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윤 후보가 주택청약도 모르면서 어떻게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는지 의문이야.

23일 하태경(왼쪽)·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 제2차 방송토론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23일 하태경(왼쪽)·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 제2차 방송토론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여. 최근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한다"는 등의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고, '주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메이저 언론' 등 설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 반대로 토론회에 자신감을 보였던 유 후보가 윤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는 장면을 만들어 내서 인상적이었어.

-개인적으로 하 후보의 '모두 까기'가 눈길을 끌었어. 굉장히 '송곳' 같은 질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어. 홍 후보에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공약을 내건 배경은 조 전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몰아세웠어. 윤 후보의 '메이저 언론' 실언을 다시 끄집어내서 "공정한 언론관이라고 생각하냐"고 따져 물었어. 또 윤 후보와 최 후보를 겨냥해 '4.15 총선 부정선거론'에 대해 모호한 태도 유지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두 후보가 다소 난감해 보였어.

-윤 후보가 토론회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오더라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1차 토론회 때는 상대 후보의 대답을 적절히 끊지 못해 주도권을 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토론회에선 중후반부로 갈수록 적당히 말을 끊으며 자신이 리드해가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은 오는 26일 오후 9시 3차 TV 토론회에서 또다시 맞붙어. 상대적으로 토론회 경험이 부족했던 후보들도 적응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경선 레이스에 불이 붙은 상황이니까, 앞으로 후보 간 상호 견제가 더 치열해질 전망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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