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이 이번 주말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석 연휴 동안 '수박'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수박' 발언은 호남과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단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남윤호 기자 |
전문가 "이 지사, 호남서도 지지율 1위 유지 할 것"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선 최고 분수령이 될 호남 표심 잡기에 나선 가운데 '수박' 발언을 놓고 다시 맞붙었다. 이 전 대표 측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어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은 호남 비하 논란으로 몰아치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내게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며 대장동 의혹을 몰아가는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 등 비판했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측은 '수박' 표현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태와 관련,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호남 비하 표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낙연 필연 캠프 대변인 이병훈 의원은 "수박이란 표현은 '일베'에서 시작된 용어로 호남을 비하, 배제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 표현"이라고 논평하며 이 지사의 발언을 지적했다. 이 지사 측은 '수박'의 의미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정치용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열린 캠프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기득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지적한 발언"이라며 "수박을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 건 유감이다"고 반박했다.
양 측이 '수박' 발언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배경엔 이번 주말 호남 경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이 전 대표 측도, 압승을 통한 본선 직행을 노리는 이 지사 측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수박' 발언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광주 비하 용어를 의미하기도 해 지지율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수박' 발언이 일주일 전에만 나왔어도 호남권 투표에 큰 영향이 있었을 테지만, 이미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지율 변화의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이 전 대표 측이 지적하는 '호남 비하' 표현으로 읽히지 않아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박 발언은 이낙연 후보 측에서 다룬 내용"이라면서 "보통 커뮤니티나 단톡방에서 '수박'의 뜻은 의견이 다른 사람들로 불린다. 지지율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두고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 표현" 이라며 논평을 내고 이 지사의 발언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측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측도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홍보 포스터에 무등산 수박을 합성해 논란이다. /남윤호 기자 |
특히 '수박' 발언 공세를 펼쳤던 이 전 대표 측도 광주 특산품 무등산 수박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홍보 포스터를 사용하면서 멋쩍은 처지가 됐다. 이 전 대표 캠프 측은 "광주 비하 의도가 아니다. 특산품을 활용한 것일 뿐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두고 "호남 지역 비하"라며 비판한 것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과도한 논쟁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수박 논쟁보다 대장동 관련 의혹이 지지율 영향에 더 크게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 캠프에서도 '화천대유' 논란은 사실 여부를 떠나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직까지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에 비해 여론 조사에서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권에서 이 전 대표가 소폭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7~18일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38.5%의 지지율을 얻어 이 지사(30.8%)를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지사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에는 적극 협조한다면서도,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열린 캠프 이경 대변인은 23일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정조사는 결론이 문제가 아니고 그 과정이 다 정치이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은혜 의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왼쪽부터)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및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하지만 야당 측은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국정조사를 수용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날(23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장동 개발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또, 호남 경선 막판 레이스를 앞두고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이 전 원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설계자이자 최근까지 열린 캠프 정책본부장직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토지 등 다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본부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거센 네거티브와 각종 의혹에도 이 지사의 대세론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소장은 "호남권에서는 이 지사가 이어오던 흐름이 쉽지는 않아 보이나, 1위를 지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현재 이 지사 측에서 '수박' 발언이나 대장동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큰 격차로 역전하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 지사의 '대세론'을 두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 소장은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호남권에서 '대세'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대장동 의혹 관련 명백히 드러난게 없는 상황에서 아직은 영향에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지역은 투표가 한창이다. 광주전남과 전북의 선거인단은 각각 12만8000명, 7만6000명으로 약 20만 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30%의 규모다. 광주전남은 21일부터 25일까지, 전북은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 3일 2차 국민·일반 당원 투표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호남 경선 결과는 대선 경선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