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 팬이야?'…정치인 '팬덤'의 명과암
입력: 2021.09.20 00:00 / 수정: 2021.09.20 00:00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큰 정치 팬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인터넷 카페 젠틀재인, 문재인 공식팬카페 문팬을 개설해 활동 중이다. 두 카페의 공식 회원수 합은 약 11만5000명에 달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인사에서 지지자들 연호에 악수하고 있는 문 대통령. /더팩트 DB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큰 정치 팬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인터넷 카페 '젠틀재인', 문재인 공식팬카페 '문팬'을 개설해 활동 중이다. 두 카페의 공식 회원수 합은 약 11만5000명에 달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인사에서 지지자들 연호에 악수하고 있는 문 대통령. /더팩트 DB

정치 팬덤의 배타성…"정치가 종교 돼선 안돼"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때로는 독이 될 때가 있다. 시민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반면,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정치 팬덤화'는 아직 미숙하다는 의견이 있다.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몰고 다닌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팬', '달빛기사단'과 유승민 전 의원의 '유심초' 등 지지자들은 팬클럽 이름까지 만들어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정치인의 일꾼이 되어 정책을 포스터로 만들고 재양산하는 등 홍보 활동을 자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팬덤의 시초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만들어진 '노사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 시절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오프라인 모임의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모임의 활성화로 인해 정치적 선호도가 같은 사람들끼리 결집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선호가 같은 사람들끼리 온라인으로 쉽게 소통하면서 팬덤이 커졌다고 말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인 개인의 팬덤화가 가능해진 건 온라인 모임의 활성화 때문" 이라면서 "4차 산업시대와 코로나19로 인해 SNS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중심의 팬덤 현상이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또 강력한 대통령제가 정치 팬덤이 생기게 된 계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시절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민주화시대가 열리면서 시민들 간의 의견을 주고받게 됐다"며 "내가 선호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옴과 동시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매체라는 기폭제를 만났다"고 했다.

개혁 보수의 수장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유심초라는 팬카페를 보유 중이다. 유 전 의원은 종종 팬미팅을 하는 등 회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초 운영진인 유시진 씨는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상당히 유능하고, 옳은 길을 걷는 정치인이라 생각한다며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이 선한 권력의지를 갖고 집권한다면 이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뉴시스
'개혁 보수'의 수장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유심초'라는 팬카페를 보유 중이다. 유 전 의원은 종종 팬미팅을 하는 등 회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초 운영진인 유시진 씨는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상당히 유능하고, 옳은 길을 걷는 정치인이라 생각한다"며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이 선한 권력의지를 갖고 집권한다면 이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뉴시스

유승민 팬카페 '유심초' 운영진인 유시진 씨는 바른정당과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팬클럽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 씨는 "팬클럽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정치표명을 할 수 있었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창으로서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씨는 "유능하고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유 전 의원이 선한 권력 의지를 갖고 집권하게 된다면 '나' 역시 이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치인의 팬덤화'는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박 평론가는 "정치적 팬덤으로 인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넓어져 정치인과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정치인들 간의 자유롭고 활발한 경쟁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팬덤의 지나친 배타성은 오히려 '정치적 혐오'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함께 '공수처' 설치가 우리 사회에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열성 단원들의 모임인 '파란장미'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실 전화번호를 공개해 실시간으로 '전화·팩스' 테러와 함께 '공수처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겠다'는 협박을 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이 상황을 직접 겪었던 국회 보좌진 A 씨는 "어떤 법안에 대한 찬반 여부는 국회의원의 소신인데, 선과 악으로 구분해 전화와 팩스 테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실에도 전화 테러를 하고, 유튜브에 국회의원 공수처법 찬반 여부 현황판과 함께 후원계좌를 띄웠었다"며 "올바른 정치행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지나치게 배타성이 강해진다"며 "다른 사람과 토론을 통해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부분적 소통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 팬덤화는 같은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지나친 강한 배타성을 갖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떠한 사안을 선과악으로 구분지어 극단적인 갈등을 빚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범국민투쟁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 팬덤화'는 같은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지나친 '강한 배타성'을 갖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떠한 사안을 선과악으로 구분지어 극단적인 갈등을 빚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범국민투쟁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로 나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인사의 뺨을 때렸고, 16일 국민의힘 TV 토론회 이후 윤석열 후보 지지자는 홍준표 후보 측 관계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또 지나친 정치 참여로 인해 오히려 팬덤이 권력화되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평론가는 "팬덤 정치로 인해 정치인들이 '파당정치', '줄서기 정치'를 하게 된다"며 "여야를 넘어 강한 배타주의는 곧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과열되고 폐쇄적인 팬덤 문화 지양을 위해선 정치인과 지지층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씨는 "팬덤이 종교가 되는 순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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