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정리하라고..." 최재형, 캠프 전격 해체 후폭풍
입력: 2021.09.16 00:00 / 수정: 2021.09.16 00:00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했다. 최 전 원장은 지지율 정체에 놓인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캠프 해체라는 승부수를 띄우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캠프 해체 과정에서 원할한 의사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당 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청부고발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최 전 원장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했다. 최 전 원장은 지지율 정체에 놓인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캠프 해체라는 승부수를 띄우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캠프 해체 과정에서 원할한 의사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당 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청부고발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최 전 원장 /남윤호 기자

"선대본부와도 상의 없어"…캠프 해체 지지율 반등에 큰 의미 없을 듯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캠프 해체를 전격 선언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산 통보로 캠프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캠프 측은 "지지율 정체를 뚫기 위한 승부수"라며 실무진 중심의 새 캠프 구성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지율 반등 효과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전 원장은 14일 "국민과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캠프 해체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보 사퇴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최 전 원장은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일축했다.

최 전 원장의 갑작스러운 해체 선언에 캠프 내 인사들도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더팩트>가 여의도에 위치한 최 전 원장 캠프를 방문해 만난 관계자들은 "어떠한 상황인지 전혀 모른다"며 "짐 정리하라는 연락을 받아, 짐 싸러 왔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도 최 전 원장의 캠프 해체 선언에 대해서 '당황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캠프 해체 과정에서 선거대책본부와 관련 상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 보좌진 A씨는 "캠프 해체 선언은 선거대책본부와 긴밀한 상의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최 전 원장과 내부 인사들의 마찰을 갑작스러운 '캠프 해체'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앞서 최 전 원장 캠프 이규양 언론특보는 지난 13일 논평에서 당내 또 다른 대권 주자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에 대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유 후보가 "저열한 글"이라고 항의하자, 최 전 원장은 "이 논평은 제 뜻과 다르다"며 사과하고 해당 인사에 엄중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원장 캠프 측은 내부 충돌이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캠프 전략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캠프 내 충돌은 전혀 없었으며 후보가 스스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또 주요 캠프 인사들은 '해체 선언'와 관련해 컷오프 이후로 할 것을 조언했지만 최 전 원장은 컷오프 이후 캠프 해체를 선언한다면 결과에 대한 경질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한 국민의힘 대권 후보 최재형 전 감사 원장은 15일 국민의힘 경선 컷오프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최 전 원장 캠프측은 앞으로 새롭게 구성된 사람들과 잘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 참석해 국민의례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박진, 하태경, 유승민,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한 국민의힘 대권 후보 최재형 전 감사 원장은 15일 국민의힘 경선 컷오프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최 전 원장 캠프측은 앞으로 "새롭게 구성된 사람들과 잘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 참석해 국민의례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박진, 하태경, 유승민, 원희룡, 장기표, 최재형, 황교안, 안상수, 박찬주, 장성민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최 전 원장 캠프 핵심 관계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특별하게 캠프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본부장들과 의견을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해체 배경에 대해선 "정치적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성적표를 받고 많이 후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기존 정치인들의 행보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구나를 인지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야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거론됐으나, 정책적으로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의 '1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최 전 원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캠프 해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 전 원장의 캠프 해체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미 대권 후보들이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캠프 해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후보로서의 존재감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지율 반등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캠프가 해체되면서 최 전 원장을 지지했었던 현역 의원들의 향후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캠프 전략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대출 의원은 앞으로의 거취와 방향에 대해 "상임위원장이 된 후부터 캠프 깊숙이 관여하지 못한지, 꽤 됐다"며 "후보와 틈틈이 얘기 중이기에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최 전 원장 캠프를 이끌어 왔던 김영우 상황실장을 비롯한 일부 본부장들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 전 원장을 지지했던 현직 의원들의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캠프 관계자 B씨는 "현직 의원들의 지지 선언은 정치적 생명을 건 것인데, 최 전 후보가 애매한 시점에서 캠프를 해체해 이도저도 아니게 된 상황이 됐다"고 했다. 현직 의원들은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 준비 와중에도 대선 캠프에 열의를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측은 기존에 정치인 위주로 운영했던 것과 달리 새 캠프를 후보와 실무진 중심으로 꾸릴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뜻을 같이 해주실 캠프 실무진 분들 환영"이라고 했다. 캠프 측은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새로운 분들과 연합해서 그분들과 함께 논의 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은 15일 발표된 국민의힘 1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다가오는 10월 2차 컷오프를 향해 경선 레이스에 집중할 예정이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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