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자"…국민의힘, '국민 면접' 독한 질문과 노잼?
입력: 2021.09.10 00:00 / 수정: 2021.09.10 00:00
국민의힘은 9일 6명의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공개 면접을 진행했다.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질의응답으로 신선하다는 평은 있었으나 후보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후보자 검증의 한계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시그널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후보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은 9일 6명의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공개 면접'을 진행했다.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질의응답으로 신선하다는 평은 있었으나 후보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후보자 검증의 한계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오후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시그널'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후보들. /국회사진취재단

후보들, 국민 면접 방식 일제히 비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 시그널 면접'은 독한 질문에 후보자들이 진땀을 흘렸지만, 여전히 진행 방식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전 준비된 대본 없이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전과 분명 달랐지만, 일문일답 형식 면접이 후보자간 토론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은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국민의힘 면접을 진행한다. 첫째 날인 9일엔 주요 대선 주자인 홍준표·유승민·최재형 후보를 포함해 장성민·장기표·박찬주 후보가 출연했다. 각 후보는 주어진 20분 동안 주요 공약뿐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사회 현안에 관해서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홈페이지로 접수한 일반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며 소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 후보들은 다소 민감한 면접관들의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최근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에 있는 홍 후보는 '여성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과거 여성비하, 자서전 돼지발정제 이슈 때문이냐?'는 면접관 질문에 "맞다"며 호쾌하게 답했다.

또 면접관이 '코로나19가 확산으로 진주의료원 폐쇄에 사과하라는 여론이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 "진주 의료원은 의료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폐쇄한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다. 일방적인 주장이다. 경남도지사 시절 신축한 경남도립 마산의료원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중환자들 이송해서 치료했다"고 반박했다.

면접관이 '홍준표가 대통령 되면 공공병원 폐쇄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이어가자 홍 후보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은 나 절대 안 찍는다"며 "그건 억지논란"이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의 사이다 발언에 오히려 면접관들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유 후보도 '탄핵의 강은 유승민만 못 넘었다. 억울하냐'는 질문에 "억울하다"며 "나는 정치 철학이나 정책 일관성으로 볼 때 중도 확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호소했다. 이어 면접관이 '대통령 된다면 이명박·박근혜를 사면할 건가?'라고 묻자 "네"라고 했다.

최 후보도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분명하게 답했다. 면접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했었는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치적 중립성 훼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탈원전 감시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전혀 없었냐'는 질문에 "(없다)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후보자들에게 따라붙었던 '의혹'과 '꼬리표'에 대한 가감 없는 질문과 답변은 기존 토론회와 달리 대중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는 평이 나온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최재형(왼쪽) 예비후보와 면접관 중 한 명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원자력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대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국회사진취재단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최재형(왼쪽) 예비후보와 면접관 중 한 명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원자력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대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어진 공약 검증 시간에는 후보와 면접관 사이에 날카로운 질답이 오갔다. 면접관들이 '국회의원 수 감축', '모병제 도입' 등 홍 후보의 공약에 대해 선진국과 비교하며 지적하자 홍 후보는 자신이 설계한 공약을 설명하며 반박했다. 반면 유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면접관들고 설전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각 정부 부처 산하의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하자 면접관들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유 의원의 '여가부 폐지'공약에 대한 검증을 두고 남녀임금 격차까지 주제가 커졌지만, 면접관들과 토론을 매듭짓지 못했다.

지난번 대선 출마선언을 두고 '공부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최 후보는 이번에도 본인이 발표한 공약을 두고 면접관들이 집요하게 질문하자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석탄 발전소를 중소형 원자로 SMR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면접관들이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준비 부족을 시인했다.

후보들은 현 정부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공수처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유 후보는 "문재인식 공수처 반대에 앞장 섰다"며 자신이 주장했던 공수처 운영 방식을 언급했다. 유 후보는 "수사청을 만들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전문인력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이렇게 장악할지 몰랐다"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공수처장과 수사관들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는 내가 생각 하는 것과 다르다"고 했다.

반면, 최 후보는 "기왕에 만들어졌기에 원래 주어진 기능대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립적인 의견을 내세웠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홍준표(왼쪽) 예비후보가 면접을 마치고 이동하는 유승민 예비후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후보는 공개면접 이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이런 식의 보여주기 행사는 그만하자며 기계적인 시간 분배와, 후보들 간의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홍준표(왼쪽) 예비후보가 면접을 마치고 이동하는 유승민 예비후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후보는 공개면접 이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이런 식의 보여주기 행사는 그만하자"며 기계적인 시간 분배와, 후보들 간의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홍 후보는 온라인 시청자의 의견에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반대편 의견을 안 듣는 건 지금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면접관들을 향해 "배배 꼬였잖아"라며 "반대편 생각 다 듣는다"고 말했다.

당 선관위는 이날 국민면접 방식의 후보 검증 행사가 흥행했다고 자평했다. 신인규 당 선관위 대변인은 "국민면접 동시 접속이 5만2486명 정도로 집계가 됐다. 꽤 많이 흥행했다고 나름 평가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면접 방식에 일제히 아쉬움을 표했다. 기계적인 시간 분배로 후보들은 대답을 마치지 못한 채 마무리해야 했다. 행사 후 홍 후보는 "전국을 다녀야 하는데 후보들 발목 잡는 것은 정상적 경선 관리가 아니다"며 "이런 쇼잉 행사는 가능하면 하지 말자"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 후보도 "여가부 가지고 시간 다 끄는 것 보고 어이가 없다. 12명이라도 후보자들끼리 토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신율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면접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면접관으로 나섰다. 이번 면접은 2일 차인 10일은 황교안, 윤석열, 박진, 안상수, 하태경, 원희룡 후보가 국민 시그널 면접을 받는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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