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적으로 '언론중재법' 협상에 합의했지만 오는 27일 합의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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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넘긴 언론중재법 합의 '막전막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언론중재법' 협상 막전막후..."생방송 펑크...송영길은 어디에?"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언론중재법' 협상이 지난달 31일 극적으로 타결됐어. 전날(30일)에 합의를 도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야?
-보통 여야가 아예 등을 돌리면 협상도 하루에 많아봐야 두 번 하는데 '언론중재법'을 두고 30일에만 네 차례 회동했어.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25일 이후부터 보면 10차례 만났어. 당일 처음 예고된 본회의 개의 시각은 오후 4시였어. 하지만 여야가 협상하면서 계속 시각을 미루더니 결국 10시 넘어 "다음 날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지.
-취재진은 "계속 '한 번만 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협상 기대만 높이더니 퇴근 시간만 늦어졌다"며 허탈해했어. 참다못한 한 취재진은 "야근 수당 받으려고 본회의 시간을 계속 미루는 거 아닌가"라며 우스갯소리도 했어.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야. 국회의원 세비에 특별확동비가 있는데 회기 일수만큼 1인당 3만 원 가량 책청돼 지급돼. 본회의를 늦게까지 열어 차수변경이 된다고 해도 세비를 더 줄 일은 없는 거지.
여야는 '8인 협의체' 구성과 협의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 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
-원래 30일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MBC 생방송 '100분 토론'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취소됐지?
-맞아. 이 대표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본회의 강행 상정하면 TV토론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10시 넘게 이어지면서 결국 생방송이 취소된 거야. 다만 막판까지도 생방송에 참여할 여지는 있었지.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는 "송영길 대표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라며 민주당 출입 기자들에게 수소문하기도 했어.
-생방송 불참은 국회 원내 상황을 감안해 그럴 수도 있다고 봐.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고. 그런데 이 대표의 태도는 조금 아쉬웠어.
-나도. 이 대표는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생방송 공백에 대해선 "동물의 왕국 틀면 되지" "토론 불발로 판을 키워야지"라고 했어. 다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 대표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여야 합의가 방송 시작 시간 무렵에 도출됐다며 불가피한 보이콧이었다고 해명했어. 하지만 MBC 노조는 이미 생방송 시작 훨씬 전에 여당이 협상안을 제시하며 당일 본회의 상정을 하지 않기로 한 이상 방송에 참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어.
-송 대표는 방송 취소 직전까지 출연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 MBC는 당일 대체 방송으로 '선을 넘는 녀석들'을 방영했는데 깊은 분노가 담긴 듯해(웃음). 일각에선 MBC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논문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소속 기자와 PD가 경찰을 사칭한 사건이 최근 있어서 "서로 주고받았다"는 말도 나왔어.
여야 협상이 늦게까지 이어지자 여야 정당 대표 생방송 TV토론회도 갑자기 취소됐다. 지난 7월 21일 여야 당대표 토론 배틀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국회사진취재단 |
-논란 끝에 여야는 8인 협의체를 통해 '언론중재법' 합의안을 마련하고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과연 이대로 진행될까?
-일단 8인 협의체에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진통이 예상돼. 민주당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협의체에 선임된 것을 두고 야권에선 "합의가 아닌 강행 처리를 위한 밑밥 깔기 아니냐"는 말이 나와.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 전주혜 의원이 참여해.
-국민의힘으로서는 민주당이 본회의에 언론중재법을 상정해 처리를 강행한다면 저지할 수가 없어. 어렵게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법안 수정도 미지수고 말이야. 앞으로 정국이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 보여.
-비슷한 의견이 지배적이야. 현재로서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독소조항 제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민주당 내부에선 "그럴 거면 뭐하러 법안을 만드나"라며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잖아.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보이콧할 가능성도 제기돼.
-이들은 3일 첫 상견례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견해차가 뚜렷하게 드러났어. 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조정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및 열람차단청구권 삭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야. 다만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중재법' 추진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퇴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어.
여야가 합의한 8인 협의체 구성은 벌써 삐걱이고 있다. 3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언론단체와 간담회 하는 여야. /남윤호 기자 |
-앞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여야의 거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이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야. 언론중재법을 두고 각계에서 큰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민주당이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언론중재법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유엔의 우려 서한을 은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에 반대한다는 유엔특별보고관의 서한을 여야 정치권에 전달해 달라며 외교부에 송부했다고 해. 특히 유엔 측은 당시 여당이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기로 한 30일 전 투표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 하지만 국민의힘은 유엔의 서한이 왔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공개를 요청했지만, 여당이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주장했어.
-야당은 유엔 누리집에 올라온 후에야 해당 내용을 볼 수 있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고 있어. 이와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어떻게 진행된 건지 반드시 밝혀서 책임을 묻겠다"라는 입장인데 누가, 어떤 이유로 은폐한 것인지는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여.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승부사 문재인'을 출간한 것을 두고 청와대에서는 불편한 기색이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강 전 대변인. /뉴시스 |
◆ "왜 하필 지금?" 청와대 前 대변인 저서 출간·풍산개 사진 게재 타이밍 논란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저서 '승부사 문재인' 출간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지?
-맞아. 강 전 대변인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2개월간의 청와대 생활을 토대로 쓴 회고록 '승부사 문재인'을 출간한다고 밝혔어. 정식 출간은 오는 10일인데,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사실상 공개가 됐어. 아직 임기가 남은 대통령의 일화를 전직 참모가 공개했다는 것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내용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어.
-특히 지난해 총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을 두고, 야권에선 "국가 재정을 악용한 선거 개입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어.
-강 전 대변인의 회고록 출간에 청와대 분위기는 어때?
-청와대는 "책에 담긴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가 쓴 것이고, 또 저자의 책임이다. 청와대에서 책과 관련해 특별히 말씀드릴 사안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야. 다만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 임기 중 대통령과의 비화를 책으로 써 출간한 전 참모의 행태에 불쾌해하는 분위기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저희도 최근에 책 출판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는데, 이 말에는 미리 알았다면 만류했을 것이라는 뜻이 담긴 것 같아.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직 참모가 대통령 임기 중 대통령과의 비화를 책으로 써 출간한 전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 본인이 알아서 썼으니,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 강 전 대변인의 저서 내용과 관련해선 "작성자에게 물어야 한다"라며 청와대에서 확인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왜 지금 시점에 청와대 비화를 책으로 출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
-강 전 대변인은 왜 지금 책을 쓴 거지?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되돌아볼 건 되돌아보고 정리할 건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현실을 '착시'가 아닌 '직시'하자는 관점에서 책을 썼다"고 했어. 정치권에 돌고 있는 '승부사 문재인 검토용' 파일의 프롤로그에는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아직 정식 출간이 안 된 만큼 그 내용을 지금 언급하기는 좀 그렇고, 출간되면 읽어본 뒤 책 내용과 논란에 대해 종합해서 정리하는 기사를 쓸 예정이야.
보건의료노조와 정부의 파업 협상이라는 긴박한 상황에 강아지 사진 게재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SNS에 풍산개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석달 전 태어난 풍산개 새끼들의 근황을 공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됐네?
-문 대통령은 당일 저녁 SNS에 풍산개 새끼 7마리의 이름을 지었다는 소식과 함께 희망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분양하겠다고 밝혔어. 당시는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한을 목전에 두고 정부와 노조가 한창 협상을 하던 때였어. 때문에 시기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말이 친문들 사이에서도 나왔어.
-지난 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국정은 항상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제가 되건 또 비판의 지점이 있을 것 같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널리 이해를 해 주셔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어. 청와대는 늘 국정에 매여 있는 대통령이기에 이날 반려견들과의 일상을 공개한 것도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냐는 입장인 것 같아.
-문 대통령이 공개한 강아지들은 동물 등록을 한 거야?
-안 그래도 지난 2일 한 기자가 관련한 내용을 물었어. 동물보호법에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인 개는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거든.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다음 날 "종로구청에 이미 등록했다"고 알려왔어.
-'곰이'는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암컷인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곰이와 자신의 반려견 '마루'의 새끼들을 공개한 것은 북한과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라고 봐도 될까?
-그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청와대는 부인했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올리시지는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지난 번에 풍산개 (근황을 SNS에) 올리셨을 때 굉장히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기 때문에 많이 자란 모습을 국민들과 공유하시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어. 문 대통령도 반려족(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순수한 마음에서 강아지들과 관련한 소식을 SNS에 공유한 것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