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기본소득 토론회' 지지부진…이유는?
입력: 2021.09.03 05:00 / 수정: 2021.09.03 09:18
친문 의원들이 제안한 당 주관 기본소득 토론회에 후보들도 모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분위기다. 당 선관위는 후보 모두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본소득 토론회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오마이뉴스 주관 6차 토론회에서 1대1 토론을 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와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친문 의원들이 제안한 당 주관 '기본소득 토론회'에 후보들도 모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분위기다. 당 선관위는 후보 모두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본소득 토론회'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오마이뉴스 주관 6차 토론회에서 1대1 토론을 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와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李 측 '기본소득 흠집' 경계…당내 지지 약세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핵심 친문 의원들이 후보들에게 제안한 '기본소득 토론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당내 '기본소득' 우군이 적은 상황에서 '흠집 내기'를 우려한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소극적인 태도와, 주자 간 힘겨루기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기본소득 토론회'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앞서 지난달 16일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들은 이 지사에게 기본소득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당시 이들은 기본소득에 대해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로,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원이 많다"며 "장기적 연구과제로 검토해볼 수 있지만 당장 국가정책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낙연·정세균·박용진·김두관 의원과 추미애 전 장관 등 후보들이 즉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캠프는 '반(反)이재명 집단행동'이라며 경계했으나 이후 "후보들이 동의하고 당 선관위가 주최한다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우원식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원장)"고 입장을 선회했다. 조건이 모두 성사되면서 토론회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16일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민주당 김종민(왼쪽부터), 홍영표, 신동근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8월 16일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민주당 김종민(왼쪽부터), 홍영표, 신동근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토론회 개최 전망에 대해 중앙당 선관위 측은 고개를 저었다. 당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말로는 (토론회 개최) 좋다고 하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후보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선관위에서 추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대일 토론, 일대다 토론, 무제한 토론 등 형식을 두고 캠프 간 힘겨루기로 조율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은) 의원들이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형태로 하자고 하는데 이재명 후보 쪽에서 '그건 곤란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성사가 안 되고 있다. 진행된 게 없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무 협의는 아직 안 되고 있다. 우리도 그쪽(이재명 캠프)이 하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토론회를 통해 기본소득의 맹점을 공략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후보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캠프에서는 토론회를 진행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유권자에게 대선 아젠다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이재명 연대의 '흠집 내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기본소득 공개 토론을 제안했던 인사들의 '이낙연 캠프행' 전망도 나오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강해졌다.

후보 지지와 별개로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당내 우군이 적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를 지지하지만 기본소득에 동의하지 않아 캠프 합류를 꺼리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 지사가 최종 후보가 되면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당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열린캠프 내부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치권과 전문가 단위의 기본소득 토론회 추진은 순항 중이다.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강남훈 상임대표의 기본소득 일대일 공개 토론 제안에, 김종민 의원이 전문가 1인과 국회의원 1인이 참여하는 2대2 토론 방식을 역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에 대해 강남훈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 실무 논의를 하고 있다. 이달 초·중순에 하게 될 것 같다. (누가 참여할지는) 서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강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캠프 차원에서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 설계자이자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의 기본소득 특별연구단에 속해 사실상 이재명 캠프 인사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토론회를 하면 이 지사 캠프 측에서 어떤 정치인이 나갈지 궁금하다. 이 지사만큼 기본소득을 잘 아는 정치인은 캠프에 없어 적합한 인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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