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조' 文정부 마지막 슈퍼예산 살펴보니
입력: 2021.09.02 05:00 / 수정: 2021.09.02 05:00
정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2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2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코로나 극복' 위해 확장 재정…급증한 '나랏빚' 우려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예산(2022년)을 604조4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전년 대비 8.3% 늘린 '확장 재정'이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이 8~9%를 오가면서 2018년 428조8000억 원이던 총지출 규모는 4년 만에 2000조 가까이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5개 연도 총지출 증가율 평균은 8.6%로 2018년 제시한 2018~2022년 국가재정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인 5.2%를 훌쩍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2020년 예산안이 각각 9.5%, 9.1% 늘었고,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2021~2022년 예산안은 각각 8.9%, 8.3%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와 무관하게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온 셈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측은 "코로나 위기를 완전히 종식시켜 확고하게 경기를 회복시키고 신양극화에 대응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확장적 재정 운용을 유지하는 정책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 속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해 국가적 위기 극복과 선도형 경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완전한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해 내년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완전한 회복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제무역 질서의 변화, 저탄소·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여전히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내년 예산은 코로나 완전 극복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는 예산"이라며 "무엇보다, '코로나 완전 극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더 강한 경제 회복과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 △포용적 회복과 지역균형발전 등 양극화 대응 △탄소중립·디지털 전환 등 미래형 경제구조 대전환 △국민보호 강화와 삶의 질 제고 등 4대 중점투자로 구성됐다.

◆코로나 백신 예산 3조5000억, 백신 R&D에 5000억 투자

먼저 정부는 국민보호 강화와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을 고려해 백신 9000만 회분(mRNA 8000만 회분+국산 1000만 회 분) 신규 구매(2조6000억 원) 및 보관·배송·접종 등 전 국민 백신 접종 등을 위해 3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대상 확대(12세만 접종지원→12~17세로 확대, 18~26세 저소득층 지원) 등 국가필수 예방접종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중증환자 입원을 위한 충분한 병상확보(약 1만 개), 선제적 진단검사 확대 등 진단·격리·치료의 방역 전 단계에 1조8000억 원을 지원하고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기존 4개소+신규 1개소) 및 35개 지방의료원 병상·장비 확충을 지원한다. 아울러 코로나 백신 개발, 신·변종 감염병 대응 기술개발 및 방역체계 고도화 등 백신 자주권 확보 R&D에 5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자연재해·생명보호·생활환경 분야별 3대 위험요인 제거를 위한 국민안전 3·3·3 프로젝트 투자를 21조 8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코로나 블루에서 일상회복 등을 위해 정신건강에 3000억 원을 지원하며 산업안전을 위한 영세사업장 위험기계 5000대를 전면 교체한다.

이외에도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7세 미만(83개월)에서 8세 미만(95개월)으로 확대해 돌봄부담을 경감(+43만 명, 국비 +4000억 원)하고 0~1세 영아수당 월 30만 원 및 첫만남이용권 200만 원(1회)을 신규 지급하고 3+3 공동육아휴직제도를 신규도입하는 등 친가족 5대 패키지 지원을 4조1000억 원으로 적극 확대한다.

◆일자리 예산 1조2000억 증액…공공·민간 일자리 211만 개 창출·지원

정부는 더 강한 경제회복과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일자리 예산'을 30조1000억 원에서 31조3000억 원으로 1조2000억 원 늘리고, 공공·민간 일자리 211만 개 창출·유지 등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노인·장애인 등 일자리 92만 개, 저소득층 자활근로 6만6000개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를 101만 개에서 105만 개로 확대하고 청년 고용장려금 연 최대 960만 원 신규 지급, SW 인력 5만9000명 양성 등 106만 명의 민간 취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K-글로벌 백신허브 구축을 위해 내년에 6649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6년까지 2조20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SOC 분야에 역대 최대인 27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 특히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광역교통망, 스마트시티 등 SOC 고도화·첨단화 프로젝트에 20% 이상 확대한 3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한편 수도권 GTX-A·B·C 본격 추진을 위해 6000억 원도 반영했다.

◆신양극화 대응에 41조3000억 원 투자…23조3000억 취약계층 맞춤 지원

포용적 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 및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2015년 이후 최대치인 5.02% 인상하는 등 생계·의료·주거 등 7대 급여를 15조 원에서 16조4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질병·부상 때 최저임금의 60% 수준을 지원하는 한국형 상병수당을 263만 명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아울러 코로나 이후 신양극화 대응을 위해 교육·주거·의료·돌봄·문화 등 5대 부문 격차 완화 투자를 36조9000억 원에서 41조3000억 원으로 늘린다. 이와 관련해 서민·중산층 국가장학금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5~8구간 지원 단가를 67만5000~368만 원에서 350만~390만 원으로 인상하고 저소득 청년 월 20만 원 월세 한시특별지원, 공적임대주택 21만 호 신규 공급 등 격차 완화가 필요한 곳을 촘촘하게 지원한다.

또한 돌봄 질 제고를 위해 청소년쉼터, 성폭력피해상담소 등 여가부 시설 중심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를 최대 9.4%까지 차등 인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인, 장애인, 한부모·다문화 가족, 국가유공자 등 취약계층 대상 맞춤 지원 예산을 21조6000억 원에서 23조3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또 거리두기 4단계 지속 등을 감안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올해 추경 1조 원에 더해 1조8000억 원을 추가 보강하고 '코로나19 위기극복–폐업·재기–창업·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3조9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만기 도래, 대출한도 초과 등으로 금융절벽에 놓인 저신용소상공인 등에게 1조4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하고, 경영위기업체에는 2000만 원의 긴급 경영개선 자금을 지원한다. 재창업을 희망하는 폐업 소상공인과 신사업 창업을 희망하는 준비된 창업자에게는 교육과 함께 2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6만명의 소상공인에게는 온라인 판로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을 위해 재정보강, 인프라, 지역뉴딜, 지방소멸대응 프로젝트 등 4대 패키지에는 52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내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내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탄소중립 11조9000억, 한국판 뉴딜에 33조7000억 투자

탄소중립·디지털 전환 등 미래형 경제구조 대전환과 관련해선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등에 대응해 11조9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친환경차 50만 대 달성, 생활밀착형 숲 108개 소 조성 등 에너지·산업·모빌리티·국토 4대 부문의 저탄소화를 지원한다. 내연자동차·석탄발전 등 재편분야 종사자 15만 명 직무전환, 사업재편기업 5000억 원 금융지원 등 공정한 전환을 선제 지원한다. 이와 함께 녹색금융 7조6000억 원을 공급하고 탄소포집기술(CCUS) 기술개발 등 금융·R&D·제도 등 전반의 인프라도 보강한다.

아울러 2조5000억 원 규모 기후대응기금 신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 시범도입 등 새로운 재정제도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그린뉴딜, 사람 중심 휴먼뉴딜 등 한국판 뉴딜 2.0을 위해 33조7000억 원을 투자하고, 2025년까지 160조 원(지방비·민간 포함 시 220조 원) 투자계획 이행을 충실히 뒷받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비롯한 국민체감형 디지털 전환에 9조3000억 원,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 등 글로벌 그린강국 도약을 위해 13조 3000억 원, 사람투자·청년 대책·격차 해소 등 휴먼 뉴딜에 11조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확장 재정 지속으로 내년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1000조를 돌파해 1068조300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 수준이다. 1인당 국가채무액은 2060만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돌파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인 2017년 1인당 국가채무액은 1280만 원이었다.

이에 따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빚더미를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채무 증가와 생산가능인구당(15~64세) 부담액' 분석을 통해 최근 5년간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14'~19년') 연평균 6.3%가 지속될 경우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2038년 1억 원을 돌파(1억502만 원)하고, 2047년 2억 원(2억1046만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1억 원이 넘는 나랏빚을 짊어진다는 이야기다.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까지 GDP 대비 35.9% 선을 유지했으나 2019년 37.7%, 2020년 43.9%, 2021년 47.3% 등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한경연은 코로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월 22일에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사도 한국의 국가채무 급속한 증가를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한경연은 향후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코로나 이전 수준('14~'19년, 연평균 6.3%)으로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국가채무는 2030년 1913조 원, 2040년 3519조 원, 2050년 6474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더해지면서 미래에 국민이 짊어지게 될 국가채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적자는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 국가채무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자녀 세대에게 과도한 빚 부담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엄격하고 체계적인 재정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철저한 예산 심사를 예고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으며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홍남기 부총리는 '내후년부터는 재정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라며 "전(前) 정부로부터 무려 60조 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를 넘겨받고도, 헤픈 씀씀이로 나랏빚 1000조 시대를 열어놓았다. 그리고 뜬금없이 다음 정권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니 이보다 더한 '민폐'가 어디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어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가관이다. 이전 정권들의 대규모 토목 사업은 적폐라며 비난하더니 정작 SOC 투자 예산은 역대 최고인 27조5000억 원을 편성했고, 31조3000억 원을 들여 일자리 211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중 절반은 세금을 퍼부어 만들어낸 통계용 단기 일자리에 불과하다.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국판 뉴딜에는 34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면서 정작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에는 1조8000억 원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만 지원한다. 코로나 시대라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면서 감염병 전문병원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모순은 또 무엇인가"라며 "염치도, 책임감도, 진정성도 없는 3무(無) 예산이고 내용도, 방향도, 목적도 옳지 않은 3불(不)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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