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청와대 국민청원은 '남자친구 폭행으로 사망한 20대 여성 사건', '조민 씨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등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답변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고등학생 무리에 폭행당한 30대 사망', '20개월 여아 살해 사건' 청원도 관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부터 도입·운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민심이 담겨있다. 중복, 비방 등 부적절 청원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 3월 말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관리자 승인 후 청원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이전보다 공개되는 청원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십 건의 청원이 올라온다.
8월 1~30일 일평균 (주말, 공휴일 제외) 청원은 약 38건이다. 이중 청와대 답변 기준인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 동의'를 충족한 청원과 답변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국민 다수의 관심을 끈 청원을 모아봤다.
31일 기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청원은 딸이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엄마가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36만4608명 동의)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청원인은 "제 딸을 사망하게 만든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며 "가해자는 7월 25일 새벽 2시 50분경, 딸의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에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다.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고,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했다.
이어 "불구속 수사를 받는 가해자는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고,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라며 "부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주시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이번에도 또다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또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다.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건과 관련한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지인들에게 연인 관계인 것을 알렸다며 피해자를 폭행해 혼수상태에 빠뜨린 뒤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며 119에 거짓신고를 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낮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피해자의 모친은 방송 뉴스를 통해 딸의 얼굴과 이름(황예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이 사건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지 주목된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
두 번째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 취소를 결정한 것을 반대하는 청원(34만1302명 동의)이다. 청원인은 "기본적인 무죄 추정의 원칙도 무시한 부산대의 위법한 취소 결정을 규탄한다"라며 "명백히 인권 탄압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3심 최종 판결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취소 결정은 무효이기 때문에 결정을 철회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부산대 측은 정 전 교수의 항소심 판결, 소관 부서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조 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 서류의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부산대 측은 3심 판결이 나기 전 입합 취소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당초 지원자의 입학서류가 형사재판의 대상이므로 형사재판과 관련된 기관들이 존중해야 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최종판결 후에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라면서도 "이후 행정처분의 적절한 시점에 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존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산대의 결정은 학사행정 절차 중 예정처분 결정이며, 이후 2~3개월간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등 행정절차법상 후속 절차를 거쳐 행정처분이 확정된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부산대가 조 씨 대해 입학 취소 예비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9%는 '잘한 일'이라고 답했고,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31.5%에 그쳤다(조사기간 27~28일, 조사대상 전국 남녀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호남과 여성, 40대, 민주당 지지층만이 조 씨의 부산대 입학 취소와 관련해 비판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부산대의 청문 절차에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 사안은 부산대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지난달 5일 밤 귀갓길에 고등학생 6명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30대 남성의 친구가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 '친구가 고등학생 무리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사망했습니다'(11만9947명 동의),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하여 살해한 아동학대 살인자를 신상공개해주십시오'(11만1786명 동의)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심을 끌었다.
본격적인 청장년층(18∼49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사랑의병원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살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아울러 청와대의 답변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청원도 다수 올라와 관심을 모았다. 8월 올라온 백신 부작용 청원은 △만 24세 초등교사, 화이자 1차 접종 후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저희 오빠 좀 도와주세요 △건강하시던 78세 어머님이 코로나 백신 접종 후 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건강한 30대 중반 태권도 관장 저희 형이 얀센 백신 접종 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등 4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청원인 중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접종 가족 '사망', '혼수상태', '사지마비', '백혈병' 등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했다. 18~49세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백신 접종을 앞둔 이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온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누적 536건이며, 이중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인과성을 심의한 결과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혈전으로 사망한 1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급성신근염으로 사망한 1건 등 총 2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예방접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준수와 함께 코로나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아직 접종을 결정하시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시고, 또 이 중 많은 분들께서는 이상반응을 걱정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도 충분히 헤아리고, 또 이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이상반응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고, 또한 백신이 주는 득과 실을 모두 고려할 때 전 세계 모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런 드문 이상반응의 피해보다 백신 접종의 혜택이 현저히 높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지금처럼 델타 변이와 4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이런 시기에는 하루라도 빨리 맞는 백신이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는 것과 백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믿고 접종을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백신 접종 후 백혈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외 논문,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는 (백혈병 발생) 관련 보고는 없다"라며 "불안해하시는 부분들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관련 학회와 검토 중에 있다. 정리해서 빠른 시간 내에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