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자로 재가동' 징후…文, 호소에도 멀어지는 '평화 프로세스'
입력: 2021.08.31 05:00 / 수정: 2021.08.31 05:00
북한이 지난 7월 초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가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3월 2일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 /AP.뉴시스
북한이 지난 7월 초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가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3월 2일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 /AP.뉴시스

IAEA,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 포착…文 의지와 반대로 가는 北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북한이 지난 7월 초 영변 플루토늄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임기 말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멈춰선 남북 관계 개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핵 카드'를 꺼내면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제76주년 8·15 경축사에서 "우리에게 분단은 성장과 번영의 가장 큰 걸림돌인 동시에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는 강고한 장벽이다. 우리도 이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라며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콜롬비아 정상회담', 17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콜롬비아와 카자흐스탄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 통신 연락선도 13개월 만에 복원했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며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 시켜 나가자는데도 뜻을 같이했다. 이번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통신 연락선 재가동 2주 만인 지난 10일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 시작을 이유로 다시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선 재가동 직전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AEA는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7월 초부터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배출되는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영변 원자로는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북한의 핵심 핵시설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올해 다시 가동된 징후가 IAEA에 포착된 것이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명백한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지난달 27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됐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다시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27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됐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다시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와 관련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 중에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북한의 핵시설 가동 징후 등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중적인 행보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냉엄한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 구애의 끝은 결국 돌고 돌아 또다시 '핵'"이라며 "2년 6개월 만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UN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허울 좋은 평화 쇼에 매달린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이 결국 실패라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영변 핵시설 내 원자로는 (가동 시 정찰위성에) 노출이 된다"라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렇게 노출된 행동을 한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천명한 핵 역량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극해 자신들이 원하는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이중적으로 7월 27일 남북 정상 합의로 남북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가,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다시 (남북 연락을) 중단했다"라며 "김 총비서는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는 별 관심이 없고,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면서 제재를 완화하려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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