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인·법조인 출신도 찬반 갈리는 '언론중재법'
입력: 2021.08.30 13:30 / 수정: 2021.08.30 13:30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 나누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 나누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강성 지지층 또 '문자폭탄' 압박…오늘(30일) 본회의 상정 불투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언론인·법조인 출신 가운데서도 찬반이 갈리는 등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은 문자폭탄 등으로 압박하지만 '입법 폭주' 프레임에 대한 우려도 커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 민주당 의원 10명 중 대다수가 언론중재법에 찬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선 주자이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중재법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돼서는 안 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언론에 의한 피해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서는 "우려를 해소하는 설명, 숙고의 노력도 병행했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MBC 보도국장을 지낸 3선 중진 박광온 의원,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허종식 의원, JTBC 아나운서를 지낸 박성준 의원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의원, 시사저널 기자 출신 김종민 의원 등도 언론중재법이 가짜뉴스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고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로 피해받고 있는 국민을 구제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들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언론계가 지적한 독소조항들을 다수 삭제해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없다고 본다. 다만 MBC 기자 출신 노웅래 의원은 지난 26일 비공개 의원 워크숍에서 '속도조절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MBC 기자 출신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내 언론인 출신 의원들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을 사수해야 하는 범여권 의원이 아니라 저 밖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서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기자라면 과연 이 법에 찬성표를 던지실 수 있겠는가"라며 "정의로운 세상, 원고에 담고자 했던 그 초심은 그 뜻은 대체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입법 폭주 프레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대비 의원 워크숍 모습. /이선화 기자
민주당 내부에선 '입법 폭주' 프레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대비 의원 워크숍 모습. /이선화 기자

반면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 30명 가운데서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들이 다수 있다. 변호사 출신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의 중과실 추정부분은 입증책임의 부담 법리에 크게 벗어나 있고, 사실 보도의 경우에도 형사상 명예훼손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우리 법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도입하는 경우 언론에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삭제 등 개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여야 합의로 통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25일 "사실이 아닌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의 구제를 위한 언론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법 개정을 서둘러 강행하다가 자칫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대들보 하나를 또 건드릴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현직 고위 공직자 및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관련인 등 주요 사회 권력층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전직이나 친인척, 비선 실세 등 측근은 여전히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변호사출신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의 활동과 관련, 이점만 특화해 징벌배상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소신 발언했다.

당내에서도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할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이 이날 필리버스터로 저지할 경우 국회법상 24시간 후 180석 의석으로 종료시킬 수 있어 민주당은 9월 1일 새로운 정기국회에서 언제든 언론중재법을 처리할 수 있다. 조속히 추진하자는 측에선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있는 점, 처리를 늦추면 대선 정국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 10명을 '언론 10적'이라고 부르며 SNS상에 전화번호를 공개, 문자 폭탄을 보내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과 국내외 언론단체의 반발이 거세 강행 처리할 경우 '입법 폭주' 프레임 확산 우려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후 법안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거쳐 당의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결렬된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오후 본회의 전에 다시 만날 예정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장 주재 (여야 회동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고 모든 결정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여러 발언을 듣고, 이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후에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8월 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의총을 거쳐 예정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바로 수정안을 내서 합의할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 등의 여러 논의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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