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대통령'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박진 의원은 "외교와 안보 그리고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선진국형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대통령 후보에 나가지 않는 건 직무유기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 꾸려진 자신의 캠프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박 의원. /여의도=이선화 기자 |
"文정부 외교 F학점…대한민국, 제2의 아프간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더팩트ㅣ여의도=이철영·신진환 기자] "이제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국가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선진국형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박진(64·서울 강남을·4선) 의원은 막힘이 없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국민을 통합하고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 불 시대를 앞당기고 G5(주요 5개국) 시대를 앞당기고 열기위한 다섯가지 약속을 실천할 미래선도형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555전략'으로 그 적임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의원은 외교 전문가다. 외무고시 출신인 그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한미의원친선협회 공동대표,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한 '외교통'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지내며 정상회담 통역도 했다. 서울대-미국 하버드대-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 나서며 '외교·안보 대통령'을 강조한 이유다.
박 의원은 넘사벽 '스펙'을 갖췄지만, 오히려 푸근한 인간미가 있다. 그래서 당내 경선에서도 네거티브를 지양한다. "어떤 분은 대통령 후보가 어중이떠중이 나왔다고 한다. 정치에 어중이떠중이가 어디 있나. 다 치열하게 산 분들이다. 공부했든, 민주화 투쟁을 했든 고시에 붙어 자기 직업을 해오며 인생을 치열하게 산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많은 건 우리 당의 에너지다.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토론하는 가운데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가 경쟁자들을 평가한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6일 <더팩트>는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꾸린 캠프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호탕하게 웃으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넨 그는 너무 경직된 자리가 될까 봐 일부러 하늘색 밝은 톤의 세미 정장을 입고 왔다고 했다. 취재진은 1시간 넘게 '선진국형 글로벌 대통령'을 기치로 내건 박 의원의 국정 청사진을 들어봤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박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 꾸려진 자신의 캠프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해 'F' 학점을 줬다. /이선화 기자 |
◆"文정부 외교 낙제점…정치는 내 운명"
박 의원은 '정치 일번지' 종로에서 내리 3선(16~18대)에 성공한 인물이다. 자기 고향인 종로에서 3선을 지낼 수 있었던 배경은 한결같이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와 이른바 '계파정치'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선·재선·3선 (선수가) 올라갈수록 자기 세력과 지지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제 취약점은 줄을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친이·친박계가 정면충돌했을 때도 줄을 서지 않았다. 10년 이상 정치를 하면서 '줄을 잘 서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박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 12명 중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름이 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치 선수나 연륜, 이력이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박 후보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정치 신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다.
박 의원은 "난감하다"고 솔직하게 심정을 드러내며 "자주 가는 여의도의 한 식당 아주머니도 (대선후보 경선에) 나온 줄 모르더라"며 머쓱한 듯 웃었다.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말에 "맞다"면서 "중요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어떤 분이 제게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면서 '판을 흔드세요'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어떻게 판을 흔드나요?'라고 되물었다"며 "그러자 '경천동지할 이슈를 들고나와서 논란의 중심에 서라'고 하더라. 이슈 중엔 참신한 것도 있지만, 대게 국민분열성 이슈들이다. 정치인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는데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지 네거티브가 아니다'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네거티브 이슈가 아닌 '박진이 잘할 수 있는 건 외교와 안보 그리고 경제다'로 결론 내렸고, 본인의 강점을 부각해 차별화 전략을 꾀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G7을 넘어 G5를 지향하는 '매력있는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선화 기자 |
박 의원의 전략은 정공법이다. 네거티브 없이 정공법이 통하려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 8년 공백기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 역시 낮은 인지도의 원인으로 꼽았다. 2011년 당의 대대적인 인적쇄신 국면에서 스스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대 총선 때는 다시 종로구 탈환을 노렸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당의 전략공천으로 강남 을에서 당선됐다. 화려하게 국회로 재입성한 것이다.
그는 공천을 받게 된 과정을 떠올리며 "나라를 위해 희생과 봉사하고자 정계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게 내 운명이다. 누군가는 정치를 하고 싶어도 안 되는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넘어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갈라놓고 이용하며 정치를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민 대통합이 아닌 국민 대분열이 일어나게 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해선 'F' 학점을 줬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너무 고립·소외되고 있다.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동맹인 미국에 불신감을 심어주고, 중국에는 업신여김을 받고, 일본과는 아예 척을 지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협박과 도발을 당해도 (정부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 규모는 선진국 수준인데, 외교는 낙제점이다."
그는 이어 "국민이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현 정부의 외교와 안보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제가 대선에 나가는 이유다. 안 나가면 직무유기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선 한반도가 분단된 특수성을 고려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
◆"개헌 필요…탈레반 사태 경각심 가져야"
박 의원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외교·안보, 그리고 당연히 경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일자리주도성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FTA(자유무역협정)는 숨겨진 보물"이라며 "FTA를 통해 상품, 서비스, 정보, 기술, 자본, 인력이 이동하기에 57개국과 FTA에서 양질의 청년 일자리 6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는 데 앞장 섰다.
양질의 일자리 공약을 통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이다. 정공법과 차별성을 앞세워 자신만의 선거 전략으로 묵묵히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앞서 네거티브 전략을 단호하게 거부했던 이유다. 그는 "청년층 표를 얻기 위해 입맛에 맞는 공약을 늘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을 제안하는 것이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제개편의 필요성 등 교육개혁 추진을 언급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지적·신체적 발달이 빨라졌다는 것을 고려해 취학 연령을 6세에서 5세로 낮추고,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학기도 3월에서 9월로 바꾸는 것을 거론했다. 이 경우 취학과 졸업이 각 1년씩 빨라져 사회에 2년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나아가 중·고교 가정도 6년에서 5년, 대학도 3년 과정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제의 핵심은 외교와 안보에 있다고 자신했다. 취재진에게 경제와 외교·안보에 대해 설명하는 박 의원. /박진 의원 제공 |
박 의원은 "아이들은 16세에 사회에 나가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얼마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남자의 경우는 군 복무도 빨라진다. 사회에 진출할 시간을 앞당겨주는 것인데, 이는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혁신도 그의 구상에 포함돼 있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5년간 일하면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던 것이 자산이 된 셈이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보기 좋은 '본관'은 모든 역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만들고 국민에게 돌려주자.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일하자. 그것이 청와대의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의원은 헌법상 내각 수장인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임면하는 제왕적 인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해 권력을 분산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때문에 자신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대화 주제는 최근 '아프간 사태'로 전환됐다. 박 의원은 한반도가 분단된 특수성을 고려해 아프간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정권을 내준 것은 정치 부패와 국민 분열의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문제와 미사일 도발,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는 점들을 거론하며 △부정·비리 척결 △국민 통합 △군 기강 세우기 △자주국방 능력 유지·향상 △동맹관계 발전을 과제로 꼽았다. 박 의원은 "아프간 사태는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줬다. 대한민국이 제2의 아프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박진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모두가 정권교체라는 한배에 탔다고 보았다. 그는 "배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공동운명체다. 특히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목적지는 정권교체다"고 강조했다. 박 예비후보는 해군 장교로 임관, 중위로 전역했다. 사진은 박 예비후보의 해군 시절 모습. /박진 예비후보 제공 |
◆"우리는 한배 타…선원들은 공동운명체"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말미, 잠시 군 복무가 화제였다. 박 의원은 중위로 전역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뱃사람의 기질은 숱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았다. 보수당의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은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후보들이 합의해 공식 문서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공동운명체다. 특히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목적지는 정권교체다. 그 안에서 (12명의 대선주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격론을 벌일 수 있지만, 기본적인 것은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구심력을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캠프 측과 갈등을 지적하면서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는 후보가 아니기에 주인공은 아니다. 경선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분이다. 후보들과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들도 이 대표를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통합과 결속을 위한 구심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보면 4선 의원에 서울 강남북 4선, 64세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 나갈 수 있는 인생의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외교와 안보를 책임질 선진국형 리더가 나올 때가 됐다. 제가 적임자다"고 어필했다. /이선화 기자 |
박 의원은 4선 중진으로서 풍부한 의정 경험과 국제무대에서의 활동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 과정에서 여러 검증을 받아왔고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2008년 국회 외통위원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대권 도전은 언제 하느냐, 너무 늦기 전에 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13년 뒤, 바이든은 대통령이 됐고, 자신은 대선에 출마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박 의원은 끝으로 이같이 말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 미·중 간 패권 경쟁 이뤄지고 있고, 우리가 먹고사는 것은 외교에 달렸다. 남북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외교와 안보를 책임질 선진국형 리더가 나올 때가 됐다.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리더십 발휘와 세일즈를 통해 세계 무대에 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 적임자는 박진이다."
☞박진 예비후보는 누구? 1956년 출생,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무고시에 합격,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관 당시 한국을 방문한 국빈과의 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국제특보를 맡으며 정계에 입문, 16대 종로구 재보궐 국회의원 출마해 당선한 후 17대, 18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했다. 이후 정계와 거리를 둔 박 후보는 이번 21대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당선했으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