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의 그늘-<하>] '견제' 사라진 국회…"선거로 감시해야"
입력: 2021.08.29 00:00 / 수정: 2021.08.29 00:00
21대 국회에서 입법 독주 공식이 맞아떨어지며 여당이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면서 새로운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 법률안을 처리하는 가운데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남윤호 기자
21대 국회에서 '입법 독주' 공식이 맞아떨어지며 여당이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면서 새로운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 법률안을 처리하는 가운데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남윤호 기자

지금까지 이런 국회는 없었다.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입법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쏠린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견제장치들마저 무력화된 지 오래다.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수당 견제 장치가 무용지물이 된 21대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사례를 살펴보고, 여야 협치와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다수당 '졸속 입법' 부작용, 여야 협의로 걸러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곽현서 기자] 범여권 의석이 180석이 넘는 21대 국회에서 안건조정위가 숙의 절차가 아닌 속전속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여야 협치를 위한 새로운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당시와 의회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기에 다수당이 이를 악용하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선거를 통한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한 감시가 현실적인 다수당 독주를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한 감시가 현실적인 다수당 독주를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국회 의장실에서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180석 다수당 탄생 예상 못해...국민 감시가 대안"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 원내교섭단체 의석 분표를 살펴보면 제1당이 원내 의석 5분의 3(180석) 이상을 구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즉, 2012년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을 합의했을 당시에도 180석 정당 탄생 가능성은 배제한 채 다수주의제보다 합의제로 국회운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 의석 구조가 달라지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을 다수당이 악용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의회 구조가 현행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를 신설할 경우 또 다른 '꼼수'만 늘어날 뿐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강신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런 정도(의 입법 독주는) 처음이다. 21대 총선 이후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지 못하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해서 걱정은 했는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전까지는 과반 정당이라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비례적으로 배분하고 나름 합리적으로 운영해왔는데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범여권) 180석을 얻은 이후 계속 독선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더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할지는 조심스럽다. 또 그런 뜻이 있더라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제도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또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금처럼 국회가 운영된다면 어떤 제도를 가져다놓더라도 입법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국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다수주의적으로 운영하는 쪽에서는 결과적으로 (입법 강행이) 자기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이 쌓일수록 다음 선거에서 판단의 준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도 "지금은 양 진영에 시끄러운 지지자들이 있지만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고 내년 선거에서 (입법 독주에 대해) 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층의 요구를 고려해야 하는 다수당으로서 입법 독주가 '책임정당'의 의무라는 시선도 있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안건조정위 숙려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도 민주당이 그만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제도적으로 합법하며,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나중에 선거에서 심판받으면 된다"고 했다.

임대차3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 중 일부는 부작용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선거 참패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 30일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배정한 기자
임대차3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 중 일부는 부작용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선거 참패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 30일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배정한 기자

◆임대차3법 등 '입법 독주' 부작용 부메랑으로

법안은 제·개정 과정에서 시행 이후 나타날 부작용을 고려해 여야 협의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도 견제하는 소수당과 협상을 주도하는 다수당 모두가 국정운영 책임을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다수제는 결정비용이 적게 들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민주적인 합의제보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더 크고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대표적으로 임대차3법은 지난해 7월 야당의 반대에도 이틀 만에 강행 처리됐지만 전셋값 폭등의 주범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민주당은 이 법안을 주도했던 인사들의 '내로남불' 논란으로 후폭풍에 직면해야 했다. 계약 갱신시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월세상한제를 대표발의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본인 소유 아파트를 임대차3법 시행 한 달 전 새 임차인과 9% 인상된 금액으로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이틀 전 본인 소유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인상한 사실이 밝혀져 청와대에서 물러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여당이 강행 처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관한 특별법(이하 아특법)도 고용승계 내용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아 노조단체와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다. 당초 '아특법 개정안'은 아시아문화원을 해체하고 국가기관인 아시아문화전당으로 편입해 안정적 예산확보와 공공성 높은 사업을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하는 전당의 정원은 총 130명 정도로 현재 정원(250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직면했다. 노조 측은 "개정안 가결 후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병훈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광주시는 공적을 알리는 데만 급급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까지도 전원 고용승계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이 가장 첨예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의 여진도 남아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공수처법의 일방적인 이첩요청권 등 주요 독소조항에 문제가 있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검찰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 규정도 없다고 꼬집었다. 85명의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출범한 공수처는 인력을 추가로 모집 중이다.

오만과 독주를 펼쳤던 민주당은 4·7재보선에 참패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브레이크 없는 '입법 폭주'를 재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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