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윤희숙의 '되치기'…與, 뜬금없는 '맞불 작전'
입력: 2021.08.28 00:00 / 수정: 2021.08.28 00:00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사퇴, 공수처 수사 자처 등 잇달아 초강수를 두면서 사퇴의 키를 쥔 여당은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윤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사퇴, 공수처 수사 자처 등 잇달아 초강수를 두면서 사퇴의 키를 쥔 여당은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윤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상>편에 이어

野 "기모란, 국회 나와야" vs 與 "이태한이 대신 답변"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사퇴, 압수수색, 공수처 수사 자처…한준호 "윤희숙, 위선적이라는 데 의원직 건다"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 소속 12명에 대해 본인 혹은 가족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령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어. 이 명단에 포함된 윤희숙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지. 27일엔 "저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를 의뢰한다"며 잇달아 강수를 두고 있네?

-맞아. 그뿐 아니라 윤 의원은 자신의 집도 압수수색을 하라고 했어. 또한, 문제가 되는 농지의 이익은 전부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압박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인 김어준 씨를 향해 "제 부동산 의혹의 무혐의 나면, 당장 정치를 떠나라"고 맞불을 놨어.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 우원식·김용민·김남국·김영배·전재수·장경태·신현영·민형배·한준호 의원과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을 직접 거론했지.

-권익위가 발표한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위반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아.

-권익위가 작성한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3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농지 1만871㎡를 취득하며 '자기노동력'을 기재해 영농계획서를 제출, 농지취득 자격을 얻었어. 하지만 권익위가 현지 조사 결과 한 현지 주민은 농지 소유자인 윤 의원의 부친이 아닌 본인이 해당 농지의 실경작자이고, 경작 대가로 매년 쌀 7가마니를 윤 의원 부친에게 지불한다고 진술했어. 권익위는 이러한 주민 진술과 윤 의원의 부친과 임차인이 체결한 농지임대차 계약서 등을 고려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어.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으로 찾아와 윤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으로 찾아와 윤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 의원이 연이어 초강수를 둔 배경은 뭘까?

-윤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정을 계속 비판해왔잖아. 지난해 7월에는 민주당이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5% 상한제를 담은 임대차보호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자, 그 유명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서민의 심정을 대변해 호평을 얻기도 했지. 그런데 자신이 부동산 법령 의혹에 휩싸이자 여당은 맹공을 퍼붓고 있고, 여론도 좋지 않지. 아무래도 윤 의원은 자신이 보수 야당의 정권 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

-윤 의원으로서는 KDI(한국개발연구원)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어. 그는 KDI 출신이잖아. 민주당에선 윤 의원이 KDI 재직 시 내부정보를 활용해 세종시 농지를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또 KDI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KDI는 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하는 기관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야. 때문에 윤 의원이 강수를 두면서 역풍을 막기 위해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어.

-윤 의원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커지면서 국민의힘도 난감한 상황일 것 같아. 일단 윤 의원의 의원직 철회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데, 윤 의원의 강수로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보여. 윤 의원의 부동산 의혹이 이슈가 확대됨에 따라 향후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카드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어때?

-일단 윤 의원은 '사직의 건'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어. 다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가 돼야 해. 결국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손에 윤 의원의 거취가 좌지우지되는 셈이야. 남의 집 싸움 구경할 때가 아닌 거지. 민주당은 난감한 분위기야. 민주당도 지난 6월 권익위가 전달한 부동산 투기 의혹 12명 의원에 대해 전원 탈당을 권유했지만,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하고 아직 당적을 유지하고 있어.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의 미온적 대처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사직서를 부결시키면 지지층이 반발하고, 윤 의원에게 면죄부를 줘 존재감만 키워줄 수 있다는 말도 나와.

-딜레마에 빠지면서 일단 윤 의원의 '사퇴 선언' 진정성만 공략하는 중인 듯하네.

-맞아. 특히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직 사퇴' 맞불을 놨어. 그는 27일 윤 의원 사퇴 건 관련 민주당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이 위선적이라는 데 제 의원직을 걸겠다"고 했어. 그는 "본인이 쉽게 사퇴함으로써 많은 의원에게 짐을 짊어지게 하면서 자신의 위선적 모습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어. 윤 의원의 사퇴 선언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취재진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런 말을 농담처럼 던지면서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의 자리를 의원들 스스로 가볍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와.

-민주당에선 '윤희숙 게이트'로 논란을 키우려는 시도도 보여.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윤 의원 여동생의 남편 과거 경력과 윤 의원의 KDI 근무 경력을 강조하며 내부정보 활용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꼬리 자르기로 도망갈 일이 아니다"라며 성역 없는 조사를 요구했어. 문제가 있다면 일단 사퇴 건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게 옳다고 보이는데 신중론은 여전해. 민주당이 어떻게 이 딜레마를 풀지 무척 궁금해.

-윤 의원이 정말 사퇴할지에 대한 여부와 함께, 만약 사퇴한다면 앞으로 윤 의원이 어떤 정치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정치권의 소문이 무성하지?

- 윤 의원 사퇴와 함께 기자들 사이에서는 '보좌진'들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 그래서인지 윤 의원실 보좌진들이 짐을 정리했다. 방을 빼는 중이라는 소문이 꽤 있었어. 실제로, 구체적 직급과 이름까지 거론되긴 했지만, 현재 윤 의원과 의원실 측에서 연락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해 볼 수는 없었어.

- 맞아. 그리고 사퇴하자마자 윤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어. 하지만 윤 의원이 사퇴 기자회견 당시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다는 말도 있다'는 질문에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고 일축했어.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의원을 껴안는 분위기인 것 같아. 최재형, 유승민, 윤석열 등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도 "사퇴를 거두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대권 후보들이 비리에 연루된 인사를 두둔하는 게 좋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윤 의원의 다음 행보는 대권 후보 캠프 인사로 영입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있어. 실제로 윤 의원이 대선후보에 출마하기 전부터 꾸준히 유력 후보들에게 러브콜이 왔었다는 전언이 있었어. 윤 의원은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으로 '경제 전문가'로 불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의 전문성 논란을 채워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공격수라는 측면에서도 캠프 인사 적임자라는 평가가 자자해.

-아직까지 윤 의원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밝힌 바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야. 실제로 의원직 사퇴 선언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해.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상황인데, 윤 의원의 사퇴가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이야. 확실한 건 이번 계기를 통해서 윤 의원이 중앙정치에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 것 같아.

유영민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이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유영민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이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당·청, '기모란 감싸기'…국회 운영위 끝내 '회피'

-지난 23일 오랜만에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는데, 시작부터 여야 공방이 뜨거웠다고?

-맞아.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게 논란이 됐어. 기 방역기획관은 지난해 내내 백신 개발과 확보에 부정적 메시지를 내놨던 인사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 방역 정책 및 조치를 전담하는 방역기획관 자리를 신설하고 그를 임명했어. 당시에도 의료계와 야당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그의 임명 후에도 백신 확보 관련 논란은 계속됐어. 야당은 이날 기 방역기획관이 출석해 과거 자신의 발언과 청와대에서의 역할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어.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백신을 만들어 내놓으면 안 쓸 것 같다. (연말까지 백신이 나올) 확률이 좀 적다"(2020년 5월), "지금 환자 발생 수준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게 (백신이) 급하지 않다"(2020년 11월), "화이자, 모더나는 가격도 훨씬 비싸서 굳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2020년 11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세 개가 동시에 앞에 놓여 있다면 화이자,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다"(2020년 12월) 등 기 방역기획관의 틀린 예측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청와대에) 신설된 자리이고, 이분이 그간 했던 (잘못된) 발언을 왜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본인이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야당이 이렇게 강력하게 요구하는데 왜 안 나온 거지?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업무보고 및 현안질의 참석자는 여야 간사가 합의해서 정하는데, 민주당에서 기 방역기획관의 출석을 강력히 반대했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안일환 경제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이철희 정무수석,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안일환 경제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이철희 정무수석,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여당 간사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운영위에서도 "방역 문제는 사회수석실이 총괄하고 있고, 이태한 사회수석이 참석해 그를 통해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서 참석시킬 필요성을 못 느꼈다", "기 방역기획관이 (방역) 실무 총괄이지만, 총괄 책임자 사회수석이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등의 발언을 하면서 기 방역기획관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어.

-기 방역기획관이 스스로 과거에 한 방역 관련 발언과 현재 역할을 묻겠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거네. 그래서 기 방역기획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뭐지?

-유영민 비서실장이 대신 기 방역기획관의 역할에 대해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청와대에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 방역기획관은 과거 그런 거로(백신 관련 발언) 오해도 있지만, 양해해 달라"고 말했어.

-이를 두고 과거 청와대의 설명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와. 청와대는 기 방역기획관 임명 당시 "기 방역기획관은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되는 방역기획관실의 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방역과 (백신) 접종을 나눠서 기 방역기획관은 방역 정책을 전담한다"고 발표했었어.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등 고위 참모들이 총출동한 자리에 방역 정책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자리에 첫 임명한 기 방역기획관 출석은 왜 안 된다는 건지, 그의 과거 발언 중 뭐가 오해인 건지, 무엇을 양해해 달라는 건지 의문이야.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기 방역기획관 논란을 다시 추궁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는 직접 나와서 해명할지 주목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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