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아프가니스탄의 한국 조력자 391명을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이 성공한 결정적 배경으로 미군이 탑승한 버스를 이용해 이들을 카불 공항으로 이동시킨 게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
미군 탑승 '버스' 이용이 결정적…'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 약속 이행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정부가 군 수송기를 이용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한국 조력자(현지인) 391명을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miracle, 기적)' 작전에 성공한 가운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성공 비결과 이면의 노력을 26일 공개했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작전명을 미라클로 정한 이유에 대해 "앞이 안 보이는 그런 상황에 처했던 아프간 현지인들에게도 '희망'이라는 뜻을 주고 싶었다"라며 "굉장히 먼 거리(왕복 2만km)에 걸친 아주 위험한 작전이었기 때문에 우리 작전도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그런 두 가지 의미를 담아서 미라클 작전으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1차로 우리 군 수송기에 탑승한 현지인 조력자는 도보로 공항에 도착한 26명이었다. 이들 외 365명은 미군의 협조로 '버스'를 이용해 카불 공항에 도착해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수석은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해서 아프간인들의 카불 공항 접근을 막기 때문에 저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아프간과 거래 관계에 있던 미국과 협조해서 미군이 탑승한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았다"라며 "그 버스가 시내 곳곳에 있었고, 저희가 연락망을 잘 유지하면서 버스가 있는 곳으로 잘 집결하도록 했다. 그 버스에 (한국 조력 현지인들이) 나눠 타고 카불 공항까지 들어오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우리 대사관 직원들 중심으로 찾아내서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탈레반의 제지로 카불 공항까지 올 수 없었던 한국 조력자들을 미군이 탑승한 버스를 이용해 카불 공항에 진입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한 것 게 미라클 작전 성공에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현지 연락망에 대해선 "대사관 직원들이 카타르로 다 철수한 상황에서 전화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주로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메일 소통이 원활하게 잘 됐고, 우리 대사관 직원 2명이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카불로) 다시 들어가서 현지인 조력자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어 "탈레반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했고 피난민이 몰리면서 공항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독일은 수천 명을 공수할 계획으로 항공기를 보냈는데 7명밖에 태우지 못하고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벨기에 같은 경우도 군용기를 보냈는데 1명도 태우지 못했다"라며 "그런 것들을 보면, 또 바그람 기지 내에 있는 한국 병원을 탈레반이 폭파하기도 하고 위협이 실시간으로 굉장히 고조된 상황에서 버스로 진입한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한국 외교관과 우방국 병사들이 한국행 아프간인들을 찾는 모습. /뉴시스 |
박 수석은 버스로 카불로 이동한 현지 조력자들에 대해선 "5세 이하 영유아가 100여 명 정도 되고, 고령자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수석은 오늘 한국에 도착하는 아프간인 391명에 대한 향후 계획에 대해선 "어제 대통령도 말씀이 계셨는데, 입국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일단 잘 조치를 해야 될 것이고, 이후에 이분들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종합 계획을 또 세워야 할 것"이라며 "방역도 잘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저희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최저생계비나 의료, 주거, 교육, 취업 이런 문제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할 거고, 그러한 부분들을 다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주민 수용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 주민들께서 지난번 코로나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승적으로 수용해 주신 결정을 해 주신 것에 대해서 정부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에는 아직 한국 조력자 36명이 남아있다. 이들은 제3국으로의 망명이나, 아프간 잔류를 희망해 이번 국내 이송 작전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추후 마음을 바꾸더라도 추가적인 이송 작전은 어렵다는 게 박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프간 상황을 보면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미라클 작전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추가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한국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분은 전원 다 이송에 성공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한국 조력자 및 가족들은 오늘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특별공로자로 들어오는 이들의 장기체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거주(F-2) 장기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제한 없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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