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예회 같다"…野 비전 발표회 싱겁게 끝나
입력: 2021.08.25 18:29 / 수정: 2021.08.25 18:29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예비후보. /여의도=이선화 기자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예비후보. /여의도=이선화 기자

후보 간 토론 없어…유승민 "듣기만 하는 발표회" 지적

[더팩트ㅣ여의도=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격적으로 경선 열차가 출발하기 전 저마다 국정 철학과 기본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다만, 열띤 토론회 형식이 아니었다는 점과 기존 공약을 재차 언급하는 수준에 머무른 경우도 있어서 다소 싱거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를 열었다. 애초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두 차례 토론회를 마련했다가 당 대표와 일부 캠프 간, 지도부의 갈등 양상을 봉합하기 위한 차원에서 발표회로 대체한 자리다. 최고위와 대선 주자들의 별다른 이견이 없어 발표회로 결정됐다.

참석자는 12명으로 사전 추첨을 통해 장성민, 안상수, 박찬주,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박진,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유승민 예비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윤희숙 의원은 발표회 전 부친의 부동산 거래 법령 위반 소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와 경선 포기 의사를 밝혀 불참했다. 후보에겐 7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빈곤과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실업자, 취약계층에게는 생사가 걸린 전쟁"이라며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방역체계를 과학적·합리적으로 조정해 이분들의 생업활동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전 총장은 "긴급구조 프로그램을 취임 100일 안에 확실하게 가동하겠다"며 "채무조정 등 금융지원, 손실 규모에 따른 충분한 보상 지원과 조세감면 등 세제 지원을 하고,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해 실업 상태에 놓인 분들이 재취업을 할 때까지 가족의 생계유지 지원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재수생' 홍준표 의원은 부동산 정책으로 "도심 고밀도 개발과 민간 공급확대, 공공부문 '쿼터 아파트' 도입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라며 "왜곡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고 꽉 막힌 금융지원을 완화해 더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이 경제 전문가라는 점과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은 1% 승부이며 중·수·청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며 "저는 감히 중·수·청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후보라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 전 의원은 또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국가 경제가 제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의 해법을 갖고 있다"며 한국 경제를 살릴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선화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상적인 국가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정치가 새로워야 한다"며 '정치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첫 번째 비전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 비전으로 '청년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를 내놓으며 "청년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후보는 안상수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였다. 자신이 인천시장 재임 당시 송도 스마트시트와 인천대교를 만들었다며 성과를 강조한 안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등을 쓰레기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빗자루를 들고 쓰레기통에 쓸어 담는 퍼포먼스를 했다.

원 전 지사는 유일하게 배경음악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 빼앗긴 꿈을 찾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7분 동안 원고를 읽지 않고 자신의 구상을 즉석에서 전했다. 발표보다는 연설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비장함이 엿보였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장성민 후보는 '4차 산업'을 강조했으며, 육군 대장 출신인 박찬주 후보는 자유와 미래, 안전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장기표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등을 비판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4선 중진 박진 의원은 '외교·안보 대통령'을 띄웠고, 하태경 의원은 80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매일 '창업 배틀'을 열어 10억 원씩 자금을 주겠다고 했다.

공약은 서로 달라도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후보들의 인식은 같았다. 다만, 이번 발표회는 후보 간 질문 없이 정견 발표만 진행함에 따라 상호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대선 주자는 아쉬운 심정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비전 발표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게 무슨 발표회인지.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후보 상호 간에 정책이나 대통령 자격에 대해서 검증할 기회가 전혀 없다"며 "듣기만 하는 발표회가 돼 싱겁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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