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팅보트' 충청권에 쏟아지는 공약[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여야가 세종시에 국회의사당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추진에 뜻을 모았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캐스팅보트' 충청 지역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첫 승부처' 충청 경선을 앞두고 '국회 세종 이전' 등을 포함해 충청권 공약을 쏟아냈던 여권 대선 주자들이 해당 법안 통과로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전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고 세종시에 국회의사당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운영위는 오는 30~31일께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심사, 의결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난 4월 운영위 소위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이 법률 검토와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심사 안건으로 계류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여야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처럼 여야가 세종의사당 설치법 추진에 뜻을 모은 배경에는 다가올 대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충청 표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지도부와 여권 대선경선 주자들은 8월 내 '세종의사당법' 처리를 강조했다. 지난 20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세종의사당 입법 처리 문제를 촉구드리겠다"고 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2일 "국회 분원을 설치할 근거법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세종분원 설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세종의사당 설치법'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대전을 방문해 '국회 세종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을 조속히 설치하고, 미이전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신속히 추진해 행정수도를 조속히 완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전·세종·충남·충북을 광역경제생활권으로 묶는 충청 메가시티를 대한민국 행정과 과학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지역 개발 공약도 제시했다. 당시 그는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의 '세종의사당 이전 조속 추진' 공약이 충청권의 지지도 상승과 선거 판도를 뒤집을 만한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진동 정치평론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모든 후보가 충청권 관련한 공약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공약이 새로운 뉴스가 돼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중도확장으로 인해 강성 친문의 표심을 잃어버린 것이 충청권에서도 작용한 듯 하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도 "세종의사당 건립 등 충청권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공약이 호감도 상승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선거 판도를 뒤집을 만큼의 영향력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텃밭인 호남과 충청을 연계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나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중원 표심 잡기에 특히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과 22일 주말 동안 대전과 세종을 방문해 '자치분권 개헌, 행정부 추가 이전' 등을 담은 지방분권 공약을 발표했다. 세종의사당법 추진에 대해서도 "강행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충청권에 공약을 쏟아내며 총력을 기울이는 데는 1주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첫 지역 경선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첫 승부처가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역 개발 공약으로 선거인단 투표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부터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지역별 경선에 돌입해, 충청 지역(다음 달 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부터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반면 야당 일각에선 세종 이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와 충청권 대선 이슈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23일 대전을 방문해 세종 이전에 대해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행정구조만 복잡해진다"며 지도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개헌해서 국회를 양원제로 만든 후 양원 중 하나를 세종시로 보내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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