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각종 현안들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들과 날 선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당·청 vs 야당,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전반 두고 설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2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응, 부동산 문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국회의원들에게 밝혔다. 청와대의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는 지난 2월 24일 이후 약 6개월 만으로 오랜만에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 엄호에 나서면서 여야 간 거친 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본격적인 현안질의에 앞서 운영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불참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거리두기 연장이 열네 번째 이뤄지고 있고,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론의 중심에 기 방역기획관이 있다"라며 "오랜만에 운영위가 열리는 자리이고,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기 방역기획관이 오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위원장이 조치하기 바란다"고 포문을 열었다.
기 방역기획관의 운영위 참석은 야당의 요구에 민주당이 응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운영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방역 문제는 사회수석실이 총괄하고 있고, 이태한 사회수석이 참석했다. 이 수석을 통해 답변을 충분히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기 방역기획관을) 참석시킬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추경호·김기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이 신설된 자리에 처음으로 임명된 기 방역기획관의 코로나 백신 확보에 대해 안일했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청와대 내 역할과 입장을 직접 물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한병도 의원은 "정치적 디펜스가 아니라 이를 이슈화시키는 게 오히려 정치적인 의도"라면서 이태한 수석 참석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왼쪽부터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이 펼쳐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댓글 조작의 최대 수혜자가 누군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댓글 조작을) 알았을 것이라는 징조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하면서 관련한 영상을 틀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이 "드루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영상"이라고 항의했고, 야당 의원들이 한 의원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에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라며 "드루킹이 유죄를 받았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유죄를 받았다. 그러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유영민 비서실장이 "판결문에 대통령 책임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고 반박하자, 임 의원은 "국민적 정서라는 게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서 선거법 위반은 없다는 결정이 나왔고,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도 판결문에 나온다"라며 "이 사안을 대통령과 엮어 국민을 호도하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언론중재법 개정도 이날 운영위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야당 측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면서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특히 "가짜뉴스를 근절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 관련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정권 연장 속셈을 가진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논의를 잘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청와대는 앞으로도 관련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측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표 시점이 내년 3월 대선 이후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힘없는 시민들의 가짜뉴스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집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6~7월은 매매가격이 2억, 전세값이 1억이 올랐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전세값을 마련할 방법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유 비서실장은 "부동산에 대해선 대통령도 송구하다는 입장"이라고 했고, 김 의원이 재차 "어떻게 (오르는 전세금을) 마련하겠나"라고 재차 묻자, "저도 결혼한 아들이 집이 없다.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부동산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질 때마다 청와대 참모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부동산 매매 시장, 전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지 못하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3기 신도시 및 2·4 공급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안일환 경제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이철희 정무수석,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김기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종합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저는 문재인 정부 하면 제일 먼저 주택 문제가 생각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 26번의 부동산 대책 발표는 '독약'이 된 게 아닌가. 또 일자리 사막화로 청년들이 희망을 잃었고, 산더미 국채도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부동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생각한다"라며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한번 올라가면 떨어지지 않는다. 10억이 평균값이라는데 청년들이 무슨 재주로 집을 사겠나. 이런 상황은 결혼, 출산 문제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좀먹는 문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근본적 대책을 총괄 지휘하면서 성과에 대해선 그때그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그런 표현이나 표정을 못 봤다"라며 "불리하면 전 정권 탓, 좋으면 현 정권 탓이다. 세월호, 위안부 등 과거 정부 일은 앞장서서 사과하고, 백신·부동산·군 코로나 감염 등 현 정부의 책임 있는 일에 대한 사과에 인색하다. 진솔하게 사과를 할 때는 하는 모습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유 비서실장은 "부동산 문제는 할 수 있는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라며 "결과가 좋지 않은 잘못을 한 게 많다. 그러나 잘하려고 선의에서 시작한 게 여러 가지 돌발변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결과가 기대만큼 못 미치기도 했다. 전체적인 틀에선 잘하려는 노력은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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